국어시간에 칭찬 들은 적도 있고, 언어영역도 잘 푸는 편이고, 그래서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브런치의 완전 초기 시절, 어쩌다 통과가 되었고, 이런 글, 저런 글을 써가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에 앉아 브런치에 처음 쓴 글부터 한번 쭉 훑어보았습니다.
마치 중2병에 걸린 누군가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도 있어서 결국 삭제도 몇 개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리 좋은 글이 나오진 않는다는 점을요. 그렇게 삭제하다 보면 몇 개 안 남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생각날 때 생각나는 대로 써갑니다.
기획출판을 하신 분들을 보면, 기획력이나 필력 심지어 인내력도 수준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단 몇 개의 글로 출간까지 가기도 합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들인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 꾸역꾸역 써온 글이 30 꼭지가 넘어서 출간이라는 걸 해봤지만, 그러고 나니 왠지 더 자신감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런 책이 시중에 나돌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고, 왜 판매 중지 버튼이 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지인들에게라도 홍보해볼까 싶었지만, 나의 다른 글들도 보게 되면 너무 부끄러워질 거 같아. 어떤 작가님의 말처럼 지인에게는 홍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 자녀와 아내에게는 홍보했습니다.
오늘도 홀린 듯이 여러 작가님들의 글밭을 돌아다니다 보니, 다시금 자신감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뭔가 제대로 기획해서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기획자체가 안 되는 것을 느끼곤 다시 수그러듭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안 쓰고 싶지는 않다.
결국 쓰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조차 쓰고 있습니다. 쓸 곳은 한 군데뿐입니다. 그래서 기승전 브런치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들어올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글이요? 그냥 쓰는 거죠 뭐
+ 기승전 홍보
https://brunch.co.kr/@poorwriting/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