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치 Dec 24. 2023

아침인사의 소중함

feat. 시리

아이들과 디지털 기기를 멀게 하고 싶어도 100% 멀리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유용한 면도 있으니 활용할 영역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새 아이들이 ‘시리’ 같은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을 음성으로 검색하기 시작하더니, 가끔 궁금한 질문들도 주고받곤 한다. 그러다가 이제 아빠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키보드 자판은 익숙하지 않지만 음성을 곧잘 문자로 바꿔주는 음성인식 덕분에 가능해졌다. 어느 날 딸내미가 그 기능을 사용했고, 그 처음 보낸 문자를 기록해 두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내 생각엔 조금은 의외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내일 아침에 인사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2023.06.14


생각보다 격식을 갖춘 문장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웬? 아침인사!

딸내미에겐 아침에 깨기 전에 출근하는 아빠가 서운했나 보다. 그러고 보니 가끔 아침에 자기가 자고 있어도 ‘아빠 간다’라고 말하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

요즘엔 출근 시간을 늦춰서 아이들을 등교시킬 때가 자주 있어서 꼭 아침인사를 챙기는 편이다. 아마도 이 문자가 큰 역할을 한 듯싶다.


아침은 각자가 자신의 현장 속으로 출발하는 시간이다. 그 하루가 전쟁일지 축제일지 모르지만 매일 다시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어찌 보면 타임루프라는 소재는 그리 거리가 먼 이야기는 아니다. 우린 매일 ‘오늘’을 다시 시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시작에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은 가족들이다. 그들마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 격려해주지 못한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다.

딸내미의 문자덕에 나를 응원해 주고 내가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끼리의 파이팅을 담은 아침 인사를 해주기 시작했다.


‘아빠 갈게.
행복한 하루 보내!,
사랑해!‘


오글 거리지만 말이 갖고 있는 힘을 믿는다.




연관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kidssay1


매거진의 이전글 나쁜 걸 만드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