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의 시대
골목길에서 자동차를 마주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피합니다. 그 자동차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피합니다. 어떻게 예측했을까요? 바로 과거의 움직임으로부터의 예측입니다. 미적분개념이 여기에 숨어 있습니다. 이 문장부터 읽기 싫어지는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이공계출신에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지만, 저에게도 수포자의 추억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수학을 포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중학교 수학선생님의 한마디가 컸습니다. 안 그래도 루트(제곱근)를 만나 슬슬 수학과 멀어지고 있던 시기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야 이거 수학 배워서 뭐 하냐? 슈퍼에서 거스름돈 잘 받고, 월세 계산할 줄만 알면 된다. 복잡하게 방정식이니 함수 배워서 쓸데없다. 너희들 고등학교 가면, 미적분 배울 텐데 그런 거 쓸데 하나도 없다 ‘
수학선생님이 직접 해주신 이 말씀은 두고두고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매우 쿨하게 들리기도 했고요. 사춘기라는 이유 없는 반항의 시기에 돌입하던 때라 모든 게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해 보였던 때였습니다. 결국 수학도 쓸모가 없으나 주입되고 있다고 여기게 되었죠.
수학! 쓸모 있습니다. 한화택 교수님의 ‘수학의 쓸모’와 ’ 미적분의 쓸모‘는 수학은 쓸모없다는 음모론에 대한 대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적분의 쓸모’라는 도서를 추천합니다. 미적분은 쓸모 있을 뿐 아니라 사실 우리 모두가 이미 쓰고 있습니다. 추천드린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과거를 적분하면 현재가 보이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적분의 쓸모, 한화택
내가 언제 적분을 했고, 내가 언제 미분을 했는가? 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조금만 더 글을 읽어 주십시오.
요즘 딸내미가 배드민턴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 잘 치지는 못하지만 매우 좋아합니다. 배드민턴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거의 모든 운동에서 유사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셔틀콕의 궤적을 예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선수의 라켓에 셔틀콕이 맞아서 나의 코트로 날아오는 순간 그 궤적을 봅니다. 그리고 그 낙하지점을 예상해서 그 자리로 달려가 라켓을 휘두릅니다. 순간적으로 셔틀콕의 방향과 속력을 예측한 것입니다. 더 정확히는 방향과 속력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예측한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를 예측한다는 개념입니다. 순간의 변화 정도를 예측하는 일이 바로 미분입니다. 미분은 ’순간 변화율‘을 구하는 일입니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파악하는 일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사람이 많은 시간에 마트에서도 우리는 앞에서 다가오는 카트를 피합니다. 다가오는 방향과 속력을 보다 보면 상대방 카트가 미래에 움직일 궤적이 상상이 되는 겁니다. 이런 일들이 우리가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미분입니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뉴턴이 한 일입니다. 왜 했을까요? 자연계의 모든 일들은 시간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입니다. 변하는 것들을 예측하는 방법을 발견해서 정리한 것이죠.
특이점이 왔다는 표현은 요즘 미디어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아마도 영화 ‘인터스텔라’ 이후에 급격히 많이 사용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는 블랙홀 내부에 있는 특이점에 대해서 언급이 나옵니다. 특이점이라? 뭐가 특이하다는 것일까요? 미적분을 통한 예측을 하려면, 예측 대상이 특이점이 없는 매끄러운 상황이어야 합니다. 매끄러운 상황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부족하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배드민턴을 치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면 셔틀콕이 날아오는 궤적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실외 코트에서는 바람 부는 날에 배드민턴을 치지 않습니다. 예측이 안되기 때문에 셔틀콕을 주고받기가 어렵고 재미가 없거든요. 바람이 어느 정도면 그래도 대략 예측이 되겠지만. 갑작스럽고 세게 불어오는 바람의 변수는 너무 큽니다. 특이점은 어떤 변화가 연속적이지 않게 만드는 외적 원인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예측을 방해합니다. 다시 말하면, 미분을 방해합니다.
다시 마트로 가볼까요? 앞에서 오던 카트를 아저씨가 밀고 있다면, 거의 대부분 예측 그대로 움직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앞에 다가오는 카트를 어떤 남자아이가 몰고 오고 있다면, 좀 긴장을 하게 됩니다.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가 왠지 모를 충동에 갑자기 방향을 꺾거나 속력을 더 내거나 하면 아무래도 예측이 어려워집니다. 잘못하면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예측을 방해하는 외부적인 원인이 많다면, 매끄러운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 미분이 안되고, 결론적으로 예측이 안 됩니다. 수학에서도 이런 함수를 ‘매끄러운 함수’라고 합니다. 인생의 함수가 있다면, 매끄러운 함수일까요?
특이점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하루에도 우리는 특이점을 만나게 됩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정의 펑크, 갑작스러운 상사의 호출 등 우리를 당황시키는 일들은 차고 넘칩니다. 더 나아가 조직적인 특이점이 생깁니다. 생각지 못한 인수 합병, 예고 없던 조직 개편 등입니다. 그리고, 국가적 특이점도 있습니다. 정치적, 경제적 혼란과 다양한 이슈들이 그런 것들이죠. 이렇게 보면 인생함수는 미분이 불가능합니다.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예측 불가능입니다.
그렇다면, 무방비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자연계의 많은 현상도 결국 미분 방정식으로 표현이 됩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입된 방법이 있습니다. 유한 요소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인생함수를 그나마 예측해 가는 방법으로서 유한 요소법을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특이점_(해석학)
https://ko.wikipedia.org/wiki/매끄러운_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