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과 천사의 정규분포

by 글치

“도망간 곳에 낙원은 없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불편한 동료, 일하기 힘든 상사, 이른바 ‘빌런’을 만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나아질 거야.”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런 말도 있습니다.

“빌런이 없는 곳에 도착했다면, 사실은 내가 빌런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를 곱씹게 됩니다.

세상 어디든 사람의 분포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네 번 회사를 옮겼습니다.

10명 남짓한 스타트업부터 2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까지, 규모와 업종은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디서나 까다로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기적인 사람, 무임승차하는 사람, 갈등을 만드는 사람. 규모와 무관하게 분포는 비슷했습니다.


직장은 하나의 생태계다

직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도 있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으며,

때로는 도움을 주지만 때로는 발목을 잡는 수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정규분포 곡선을 그려보면 양 끝에는 ‘아주 좋은 사람’과 ‘아주 힘든 사람’이 자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절대 숫자는 늘어나지만,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 자연 속에서 종 다양성이 유지되듯, 직장이라는 공간도 다양한 성향이 섞여야 돌아갑니다.


피할 수 없는 존재와 살아가기

빌런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마주하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선을 지키되,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기

• 필요한 만큼의 거리 유지

• 내가 빌런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점검하기


이 세 가지 원칙은 단순하지만, 소모적인 싸움에서 나를 지켜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내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이 됩니다.



행복은 환경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주어진 분포 속에서 내가 설 자리를 찾고, 그 자리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에 자랍니다.

빌런은 직장 생활의 불청객이지만, 동시에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존재입니다.


자연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저는, 이 분포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조용히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것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이자, 일과 행복을 동시에 지키는 길입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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