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의 시간과 고민들에 대하여
“If you’re not sure you can do it, that’s a good sign you’re about to grow.”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처음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제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일은 많았고, 시간은 부족했고, 변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졌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저는 “네, 가능합니다”라고 답하고 있었습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해야만 하니까요.
될 것 같은 프로젝트,
해야만 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들.
하나씩만 해도 벅찰 텐데,
하나둘씩 기획하다 보니
어느새 플래너에는
이미 시작되어 버린 프로젝트의 일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하나씩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삶이 먼저 저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그 흐름을 따라가는 삶을 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흐름은 원활하기만 하지 않습니다.
해외 외주 인력과의 소통이 원활해지기까지도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언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감각, 우선순위, 책임의 범위—
이런 것들은 번역기 하나로는 전달되지 않더군요.
그 사이, 내부 인원 한 명은 잠수를 탔고
다른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핵심 지표가 잘못된 수치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은 달랐고,
기술은 정교했지만 정서는 엇갈렸으며,
문제는 반복됐지만, 답은 매번 달랐습니다.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결과만 생각한다면,
일 년의 대부분은 고통 속에 지나갈지도 모릅니다.
결과는 언제나 마지막에 오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견뎌야만 하니까요.
그런데 수많은 프로젝트를 해낸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The journey is the reward.”
— Steve Jobs
과정 자체가 보상이다.
처음 들었을 땐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지금은 그 말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지루하고 소모적인 시간들 속에서,
무언가는 자라고 있었습니다.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듯,
단추가 하나씩 채워지듯,
조금씩 쌓여가는 팀워크,
유대감,
소통의 감각,
그리고 어쩌면 영어 실력까지.
명확히 “됐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는 분명히 전보다
더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메일을 정리하다가,
달력을 넘기다가,
무심코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와… 다 하긴 했네.”
성과는 분명 있었습니다.
보고할 것도 있었고,
성과 지표도 찍혔고,
슬라이드 몇 장으로 정리된 자료도 남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성과는,
그런 가시적인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바로 그 사이의 시간,
그 시간 안에서 생겨난 관계들,
그리고 한계 앞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제 자신이었습니다.
결국,
결과란 언제나 마지막에 옵니다.
그전에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견디는 일,
살아내는 일,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