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는 착오가 아닙니다. 시행입니다.

by 글치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 중에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군이 있습니다. 사실 이 산업군에 대한 첫 시도는 말 그대로 ‘시도’에 불과했습니다. 당시에는 고객도 다른 대안이 없었고, 도전적인 고객의 성향과 함께, 나 자신의 배경지식도 많지 않았기에 오히려 가볍게 부딪쳐볼 수 있었습니다. 잘 모르니 쉽게 발을 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알면 알수록 걸음은 무거워지기 마련이니까요.


그 산업군은 2차 전지였습니다. 시작할 때만 해도 2차 전지가 전기자동차에 쓰이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스마트폰 배터리 정도만 생각하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용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배워갔습니다.


안 될 것 같은 프로젝트도 억지로 시작했고, 결과가 기대와 달라 고민하며 잠 못 이루던 날도 많았습니다. 스트레스가 몰려와 두통이 생기고, 위염으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지금은 전체 매출의 60%가 이 산업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나간 프로젝트들이 쌓여, 이제는 어떤 고객을 만나도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착오’가 아니라 모두 ‘시행’이었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잘 모르는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큰 스트레스일까?

아는 길만 살아가는 것은 과연 삶의 긴장을 줄여줄까?

분명한 것은, 긴장과 스트레스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행복과 성취감의 양은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외여행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여행은 사실 작은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고, 에너지도 많이 소모됩니다. 낯선 환경과 수많은 변수 속에 뛰어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그 리스크는 더욱 커집니다. 하지만 막상 떠나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오려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과정에서 설레며 행복을 느끼고, 심지어 다시 가고 싶은 ‘병’에 걸리기까지 합니다. 시행착오가 있어도 성취감과 행복감이 넘치는 여행같이 살고 싶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말입니다.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더 잘 실패하기

제 삶과 업무에서의 시행착오도 바로 이런 과정이었습니다. 불안과 스트레스는 분명 있었지만, 그 속에서 얻은 성취와 행복감은 그보다 훨씬 컸습니다. 착오 없는 삶을 살아도 결국 스트레스는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합니다.


오늘도 시행합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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