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적, 개인적

메일로는 들리지 않던 진짜 목소리

by 글치

7년 동안 공짜로 데모시연만 요청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응하기 좀 지치는 면이 있었습니다.

어디에나 고객으로서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업무적으로는 만나야만 하는 고객입니다. 이 고객도 그런 분이고, 그 고객을 위해 가야 하는 출장길이었습니다. 출장길에 마음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출장이 부담스럽던 이유는 거리도, 해야 할 업무도 아니었습니다. 요청을 한 고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실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순전히 인간적인 경험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업무적인 관계와 개인적인 관계가 칼로 자르듯 나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고객은 매년 한 번쯤 기술적인 검토를 요청해 오셨습니다.

매번 데모를 만들어 시연을 해드리지만, 실적으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올해도 역시 요청이 있었고, 이번에는 직접 방문해서 교육까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과거에 실적이 없던 점도 마음에 걸렸지만, 솔직히 고객의 말투와 그 속에 담긴 태도가 그리 편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팀원에게 위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제가 교육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먼 길이라 하루 전날 가서 1박을 하고 진행해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부담도 되고, 마음속으로 솔직히 불평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진행하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고객께서는 적극적으로 배우는 모습과, 참석한 다른 고객들을 아울러주는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주시며 산책을 권하셨습니다.


“글치님, 산책 괜찮으세요?”
“아, 네. 점심 먹고 산책 즐기는 편입니다. 오히려 회사에서는 같이 갈 사람 없어서 혼자 걷기도 합니다. 팀원들에게 같이 가자고 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아, 그래요? 왜요?”
“아무래도 그러다가는 꼰대 취급받을 것 같아서요.”
“아하, 이해됩니다. 저도 그런 처지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요즘 들어오는데,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년배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고객께서 그동안 타 부서와의 협업 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요청만 하고 실적까지 연결하지 못했던 사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 대해 미안해하시기도 하고, 오늘의 교육에 만족하고 고마워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년간 업무적 관계로만 알아왔던 고객과, 이렇게 짧은 산책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조금 더 개인적인 이해가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메일이나 통화 속에서 주고받는 말과 실제 마음 사이에는 늘 간극이 존재하며,
그 간극은 대면하지 않고서는 쉽게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말처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것보다 두 달 만에 훨씬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오늘 산책과 대화는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해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업무와 실적에 갇혀 지나치기 쉬운 작은 인간적 순간이,
의외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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