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주어 줘야지!”
누군가의 친절을 요구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친절을 끌어내기보다 오히려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동네에 큰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과일을 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전기자전거를 탄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지나가다 바람에 모자를 떨어뜨렸습니다. 모자 바로 앞을 지나던 젊은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중년의 아주머니는 급히 자전거를 세우며 모자 쪽으로 향했고, 그 순간 이렇게 외쳤습니다.
“좀 주어 줘야지!”
그 말은 분명 젊은 아주머니를 향한 것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누구를 향한 말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고, 말은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은 채 흩어졌습니다.
젊은 아주머니는 잠시 멈칫했습니다. 황당한 표정으로 한 번 바라보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장면이 묘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주워주지 않은 사람이 문제였는지, 그렇게 말한 사람이 문제였는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저 역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다가가 모자를 주워 드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이상하게도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친절을 요청하는 말이었지만, 그 말투와 태도는 친절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부탁이라기보다 지적에 가까웠고, 기대라기보다 당연함에 가까웠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절이라는 것이 이렇게 요구될 수 있는 것인가.
배려라는 것이 이렇게 먼저 계산되고 평가될 수 있는 것인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자연스럽게 주워주었을 일입니다. 이제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더 익숙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 변화 속에서 쌓인 서운함이 한 문장으로 튀어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의 장면은 단순한 해프닝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친절을 기대했고,
누군가는 그 기대를 거부했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멈춰 서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점점
친절을 주고받는 법보다,
친절을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친절은 친절로 요청되어야 한다.
“혹시 모자 좀 주워주실 수 있을까요?”
그 한 문장만으로도,
그날의 공기는 전혀 달라졌을 것입니다.
요즘은 바람이 많이 붑니다.
삶은 점점 바빠지고, 마음은 점점 여유를 잃어갑니다.
기대는 쉽게 쌓이고, 실망은 더 쉽게 쌓입니다.
그래서인지 관계는 더 서늘해지고, 점점 건조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사람 사이의 친절만큼은
조금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건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