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호불호가 분명해지는 느낌입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실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된다고 합니다. 그 원인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체감할수록 선택을 넓히기보다 스스로 좁혀갑니다.
2. 반복된 경험은 취향을 더하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지워내고, 내면의 기준만 남깁니다.
3. 감정과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음을 알게 될수록 무엇에 쓰고 무엇을 버릴지 분별하게 됩니다.
4. 삶의 방향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서 후회를 줄이는 쪽으로 기울며, 선택은 점점 단호해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호불호는 또렷해지는데, 선택은 오히려 모호해집니다.
살아갈수록 눈치가 보입니다.
내 안의 기준은 분명해졌는데, 바깥의 시선이 그 선택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 사이의 간극이 묘한 스트레스로 쌓입니다.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새로운 취향을 만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문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입어보고 싶은 옷이 있습니다.
하지만 취향이 드러나는 순간 평가받는 느낌이 들어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 비슷한 옷, 무난한 선택으로 기울어갑니다.
유선 이어폰이 편해 다시 꺼내 들었더니, 젊은 사람을 흉내 낸다는 말을 듣습니다.
유선을 쓰던 시간이 훨씬 더 길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며, 회색이 가장 안전한 색이 됩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의 폭이 유난히 좁습니다.
그리고 그 폭은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게 줄어듭니다.
답답함이 생깁니다.
취향은 분명해졌는데, 선택은 점점 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씁니다.
선택하지 못한 것들까지, 적어도 문장 안에서는 끝까지 밀어붙여 보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