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원리주의에서는 법 규범을 법 규칙과 법 원리로 나누어 파악한다. 법 규칙은 확정적 규범 내용을 갖는 반면 법 원리는 이념적 당위로서, 주어진 상황에서 무언가를 최대한 실현할 것을 요청하는 규범 내용을 갖는다.(중략)
법 규칙은 구성 요건과 그에 따른 법률 효과의 발생이 확정적으로 규정된 법 규범이다. 즉 법 규칙은 법 규범이 정하는 요건이 사실로 발생하면 그에 대응하는 법률 효과가 반드시 발생한다. (중략)
법 원리는 법률 효과의 발생이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가능한 최대로 실현되는 형식을 가지는 법 규범이다. 즉 법 원리는 법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발생하는 법률 효과가 확정되어 있지 않다.
[이것만은 …]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에 관한 ( )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하는 것 ( )
*몇 가지 부분이나 요소들을 모아서 일정한 전체를 짜 이루다 ( )
법 규범… 법 규칙과 법 원리… 법 규칙은 … 법 원리는
“세상에 이런 글이 어딨어?”
국어 영역 출제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다. 정말 국어 시험에서 보는 지문은 이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주 이상적인 글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문의 ‘법 규범’, ‘법 규칙’, ‘법 원리’ 등은 정치와 법이라는 교과에서 배우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철수 쌤도 읽을 당시에는 몰랐고, 나중에 그 교과 선생님에게 물어 알았다. 이 교과를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지문을 읽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나, 문제가 그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국어 선생님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문제가 정치와 법 문제이지 국어 문제이겠는가? 그런데 그 노력이란 것이 별 거 아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정치와 법을 이수하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고등학생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지문에서 2, 3문단의 첫째 문장을 보라. ‘법 규칙은 … ’, ‘법 원리는 … ’ 등으로 1문단에서 언급한 ‘법 규칙’과 ‘법 원리’를 친절하게 다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 또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구성 요건과 그에 따른 법률 효과의 발생’, ‘법률 효과의 발생이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 실현되는’, ‘조건 아래에서 가능한 최대로 실현되는’ 등과 같이, 새로 이해해야 할 내용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알기에 국어 선생님들은 2, 3문단의 둘째 문장에 ‘즉’ 하면서 좀더 풀이를 해 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어휘들로 구성된 문장이지만 같은 의미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국어 능력
국어 선생님들이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마음씨가 착해서가 아니다. 그래야만 문제가 ‘지식’이 아니라 ‘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한 학생이라면 국어 공부의 목표가 두 가지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하나는 ‘지문을 읽기 위해 아’는 것이 아니라 ‘지문을 읽으며 알아 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친절한 국어 선생님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지문을 읽어나가는 ‘끈기’를 기르는 것이다.
법 규범을 법 규칙과 법 원리로 나누어 … 법 규칙은 … 반면 법 원리는
그렇다고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없다거나 국어 선생님들이 한없이 친절하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지문 속 ‘법 규범’, ‘법 규칙’, ‘법 원리’ 등을 이해시키기 위해 사용한 어휘들이나 문장들은 정상적인 고등학생이면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다. 만약 그 내용들을 읽으며 국어 선생님들이 ‘불친절’하다고 느꼈다면 그 학생은 ‘알고 있어야’ 할 어휘들을 모르고 있는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것만은 …]을 통해 지문에서 알고 있어야 할 어휘나 배경지식을 제시하였으니 ( ) 안에 들어갈 어휘를 지문에서 찾아 확인하도록 하자.)
“그럼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 뭐예요?”
국어 영역에서는 특정 교과를 이수한 학생들이 유리하게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의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국어 선생님들은 친절을 베푼다. 이 말은 곧 그때까지의 교과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은 국민공통교육과정이라 하여 전국에 있는 학생들이 거의 같은 내용을 배우기 때문이다.
“어? 난 국어 성적 말고는 다 좋은데 …….”
이런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 이 학생들 또한 국어 문제를 오해한 것일 수 있다. 처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설계했던 박 도순 교수는 “(처음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언어, 수리 두 분야만 보겠다고 발표했던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단순 암기력만 측정하는 학력고사를 탈피하기 위해 … 대학 수업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지만 평가하려 했으니까. 그래서 … 당연히 언어는 국어시험이 아니고, 수리도 수학시험이 아닌 일종의 지능검사와 비슷했다.”
국어 문제는 ‘알고 있어야’ 할 것만으로는 안 되고, ‘국어 능력’도 함께 활용해 생각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인데, 그 국어 능력이 박 도순 교수가 말하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국어 교과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교과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어 능력을 소홀히 한다면 여러 교과의 지식을 아무리 많이 암기했어도 높은 성적을 받지 못한다.
국어 능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같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1, 2, 3문단의 내용들이 다른 어휘들로 되어 있지만 같은 의미이다. 즉 ‘구성 요건’이란 ‘법 규범이 정하는 요건이 사실로 발생’하는 것이고, ‘확정적으로 규정된’다는 것은 ‘반드시 됨’을 뜻한다. 또한 ‘최대한 실현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은 ‘가능한 최대로 실현되는 형식을 가’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며, 나아가 ‘확정되어 있지 않다’와 같은 말이다. 이렇게 다른 어휘로 이루어진 문장들이지만 같은 말임을 깨닫는 능력은 가장 대표적인 국어 능력이다.
국어 능력의 또 다른 하나는 ‘상·하위’, ‘등위’에 대한 이해이다. ‘과일’, ‘사과’, ‘배’ 등에서, 과일은 사과, 배를 포함하고, 사과, 배는 과일에 속한다. 이때 과일을 상위에 있고, 사과, 배를 하위에 있다고 하면서 서로 등위라고 한다. ‘배추’는 어떤가? 과일에는 배추가 포함되지 않고 배추는 과일에 속하지 않으니 서로 상·하위가 아니고, 배추는 사과, 배와 등위가 아니다. 배추는 ‘채소’, ‘무’와 상‧하위, 등위를 이룬다.
등위를 파악하면서 ‘반대(차이)’를 함께 파악하는 국어 능력도 알아 두어야 한다. 그 능력을 ‘대조’ 능력이라 하는데, 사과와 배가 색이나 향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능력인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상위와 하위가 수학의 집합 단원에서 배운 ‘집합’과 ‘원소’에 해당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서 철수 쌤은 아래의 벤다이어그램이나 계층 구조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것들을 이해한다.
‘상·하위’, ‘등위’, '대조' 관계를 벤다이어그램이나 계층구조로 이해하도록 하자.국어 문장 중 ‘A를 B와 C로 나누다’, ‘A는 B인 반면 C는 D이다’ 등이 있다. 이 문장들은 상·하위, 등위, 대조 등을 파악하는 국어 능력을 통해 이해해야 하는 것들이다. 지문에서 ‘법 규범을 법 규칙과 법 원리로 나누어’라고 했는데, 이는 ‘법 규범’이 상위이고, ‘법 규칙’과 ‘법 원리’는 하위이면서 서로 등위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면’이라는 연결어가 있다. ‘법 규칙’과 ‘법 원리’ 사이에 반대(차이)의 특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아래와 같은 도식을 머릿속에 그리며 읽을 것이다.
‘A를 B와 C로 나누다’, ‘A는 B인 반면 C는 D이다’ 등의 문장 내용은 상하, 등위, 대조 관계를 보여준다.
이제 왜 ‘법 원리’를 ‘비확정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알겠는가? 이렇게 상‧하위, 등위, 등위 사이의 대조 관계를 이용해 글을 읽으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사실로 발생하면 … 법률 효과가 … 발생
국어 능력의 또 다른 하나는 인과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다. ‘A 때문에 B’라는 문장에서 A는 원인, B는 결과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인과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이 수없이 많다. ‘A면 B’에서 A는 조건을 말하는데, 원인이기도 하다. 지문에서 ‘사실로 발생하면 … 법률 효과가 … 발생한다’는 것은 ‘사실’이 원인이고 ‘법률 효과’가 결과임을 말한다.
“뭐 이런 거까지 파악해요?”
그런데 어쩌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것을. 우리는 ‘사실(事實)’을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법률 분야에서 그것의 뜻은 다음과 같다.
일정한 법률 효과를 발생, 변경, 소멸시키는 원인이 되는 사물의 관계. 또는 민사ㆍ형사 소송에서, 법률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건 내용의 실체.
이렇게 사실이 ‘어떤 것의 원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철수 쌤 또한 지문을 읽기 전까지 그것을 몰랐다. 물론 국어 문제를 풀기 위해 법률에서의 뜻을 알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문을 읽으면서 ‘사실이 법률 효과의 원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일상생활의 뜻이 아닌 지문에서의 뜻을 생각하며 읽는 것이다. 철수 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국어 능력을 이용해 글을 읽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특정 분야의 개념에 관한 이해도 중요한 국어 능력이라 추후 다시 설명하겠다.)
철수 쌤이라고 ‘주어진 상황에서 무언가를 최대한 실현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사실이 법률 효과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겠는가? 그것을 알고 있다면 철수 쌤은 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정치와 법 교사일 것이다. 그러나 철수 쌤은 뼛속까지 국어 교사이다. 그래서 철수 쌤은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국어 능력을 이용해 ‘대강’ 이해한다. 더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다면 읽고 난 뒤에 관련 자료를 찾아 볼 것이나, 시험볼 때 그럴 수는 없으니 그렇게 한다. 그렇게 이해해도 풀 수 있는 문제가 국어 문제이다. 국어 영역은 국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국어 공부를 위해 경제, 과학 등의 책을 많이 읽으라 한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것 때문에 국어 능력 공부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또 지문을 읽고난 뒤 그 내용을 알아 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쁠 것은 없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앞에서 말한 ‘사실’의 법률 개념을 지문을 통해 알았으니 외워 두어야 할까? 법조인이 되겠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필요 없다. 그러느라 인과 관계 파악과 같은 국어 능력에 대한 훈련을 게을리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것만은 …]의 정답
이념적(理念的), 당위(當爲), 구성(構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