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사고, 니가 왜 국어에서 나와?

[003] 수학적 사고와 국어 능력

by SCS

선박의 배수량은 선박 자체의 무게와 화물 연료 등의 무게를 합한 것으로, 선박의 물에 잠긴 부분의 부피와 밀어낸 물의 단위 부피당 무게를 곱한 값이 된다.

선박의 물에 잠길 부분이 직육면체라면 부피를 계산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선박은 대부분 유선형이고, 특히 뱃머리인 선수 부분과 배의 뒷부분인 선미 부분은 곡선 형태이기 때문에 선박의 물에 잠길 부분의 부피를 구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이 부피 계산에 사용되는 것이 심프슨 공식이다. 심프슨 공식은 면적을 계산하고자 하는 도형을 여러 개의 작은 사다리꼴로 나누어, 그 사다리꼴의 면적을 계산해 합산함으로써 실제 도형 면적의 근삿값을 구하는 공식이다.

<그림>에서 선박의 수직 단면과 유사한 도형 ABCFD의 면적을 계산하려면, 사다리꼴 ABED와 사다리꼴 BCFE의 면적을 계산해 합산하면 된다. 하지만 2개로 구분된 구간을 [가], [나], [다]의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계산하면 더 정밀한 근삿값을 얻을 수 있다. (중략)

이 수직 단면적에 선박의 길이를 곱해 부피를 구해야 한다.


[이것만은 …]

*각 면이 모두 직사각형이고, 마주 보는 세 쌍의 면이 각각 평행한 육면체 ( )

*넓이와 높이를 가진 물건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 ( )

*물이나 공기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하여 앞부분을 곡선으로 만들고, 뒤쪽으로 갈수록 뾰족하게 한 형태 ( )

*계산의 법칙 따위를 문자와 기호로 나타낸 식. ( )

*면이 이차원의 공간을 차지하는 넓이의 크기 ( )

*한 쌍의 대변(對邊)이 평행한 사각형. ( )

*점, 선, 면, 체 또는 그것들의 집합을 통틀어 이르는 말. 사각형, 원, 구 따위를 이른다. ( )

*참값에 가까운 값 ( )

*원기둥, 각기둥 따위의 기둥체를 그 측면에 수직인 평면으로 자를 때 생기는 면 ( )

*어떤 지점과 다른 지점과의 사이 ( )


부분… 부피… 직육면체… 유선형… 곡선 형태 … 면적… 도형… 사다리꼴… 수직 단면… 구간… 수직 단면적… 길이… 위치

“저는 문과생인데 왜 국어 성적이 안 좋은지 모르겠어요.”

“이과생인 제가 왜 국어 성적이 좋죠?”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국어를 문과생들의 교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어가 문학만을 다룬다면 그 생각이 맞을 수 있으나 비문학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결과를 봐도 이과생들의 국어 성적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 관련 글이 지문으로 나올 경우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왜 그럴까?

철수 쌤이 어떻게 생겼는지, 즉 생김새를 궁금해 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고, 철수 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즉 취미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둘의 사고방식이 다르다. 모양(형태)을 생각하는 것은 심리(성향)을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물론 심리를 수학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심리 파악은 심리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

수학 분야 중에 하나가 기하(幾何)인데, 그것은 공간에 대해 사고하는 것으로 구조, 형태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인간은 탄생 이후 기하학적 사고를 많이 해 왔다. 역사적 기록에서도 기원전부터 이집트에서는 생활 속에서 기하학적 사고를 해 왔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라. 그런 내용의 글이 많지 않겠는가?

기하학적 사고능력을 공간지각이라고 한다.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진이 생후 14~46개월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공간지각과 관련한 어휘를 어른들이 얼마나 사용했느냐에 따라 어린이의 그 능력이 달라짐을 확인하였다. 이 실험은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사고를 담은 것이 어휘이니 기하학적 사고와 관련한 어휘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어휘들로 이루어진 글이라면 당연히 기하학적 사고를 이용해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문에 언급된 ‘직육면체, 사다리꼴, 유선형, 곡선, 수직 단면’ 등의 ‘도형’과 관련한 어휘는 공간에 대해 말할 때 사용되고, ‘부피, 면적, 구간, 수직 단면적, 길이, 위치’ 등은 공간 개념에 수를 결합하여 말할 때 사용된다. 따라서 이 지문을 읽을 때 기하학적 사고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읽는 것이 아니다.


…은 …와 …를 합한 …에 …와 …의 단위 …당 …를 곱한 값… 합산함으로써 …을 구하는 …을 구하면 …에 …를 곱해 …를 구해

우리는 초등학교 때 덧셈과 곱셈 등의 연산을 배우고, 기초 계산 능력을 기른다. 중학교 때는 문자를 사용하여 여러 가지 상황을 간단한 식으로 나타내는 대수(代數)를 배운다. 앞에서 고등학교 1학년 교육 과정까지 배운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문에 ‘선박의 배수량은 선박 자체의 무게와 화물 연료 등의 무게를 합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를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식을 머릿속에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선박의 배수량 = 선박의 무게 + 화물의 무게 + 연료의 무게 + …


위에서 ‘…’를 사용한 것은,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등’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그것은 ‘선박의 물에 잠긴 부분의 부피와 밀어낸 물의 단위 부피당 무게를 곱한 값’이라고 하였으므로, 다음과 같은 식이 떠오를 것이다.


특히 ‘단위 A당 B’라는 어구를 B/A(A분에 B)라는 수식으로 나타낸다는 것은 이미 고등학교 이전에 배운 것이므로, 글을 읽으며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한편, 지문에 ‘사다리꼴의 면적을 … 합산함으로써 … 도형 면적…을 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림>과 함께 ‘도형 ABCFD의 면적을 계산하려면, 사다리꼴 ABED와 사다리꼴 BCFE의 면적을 계산해 합산하면 된다.’는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서 아래의 ㄱ과 같은 식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선박의 … 수직 단면적에 선박의 길이를 곱해 부피를 구’한다고 했다. 이를 읽으며 ㄴ과 같은 수식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ㄱ. ABCFD의 면적 = ABED의 면적+BCFE의 면적

ㄴ. 선박의 부피 = 수직 단면적×길이


이제 글 첫머리의 의문에 해답을 찾았는가? 수학적 사고력에 익숙하지 않은 문과생들이 많다. 그래서 국어가 문과생들의 과목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자신이 왜 국어 성적이 좋은지 모르는 이과생이 많다. 국어 능력 중에 하나가 수학적 사고력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철수 쌤은 수학 영역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철수 쌤은 수학 과외로 용돈을 벌어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학 영역의 간단한 문제조차 풀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1992년 대학 졸업 이후에 국어만 가르치다 보니 수학 풀이를 위한 기술(skill)을 다 잊어 버렸다. 현재 철수 쌤에게는 수학적 사고력이 있는 것이지 수학 풀이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연인'이라는 표현보다도 이들의 분위기와 관계가 중요하듯, 수학적 표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또한 수식에 대해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위의 남녀를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연인’이라고 말하거나 한글로 적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나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가? 이와 마찬가지로 수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식이 말하는 의미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 +, ×’ 등을 사용해 ‘같다, 더하다, 곱하다’의 의미를 표현했다. 그래서 낯설지 않고 쉽게 이해한다. 이보다 좀더 복잡한 것이 ‘B/A’이다. 우리는 이것을 ‘A분에 B’라고 읽지만,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B를 A로 나누다’는 의미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연인’을 ‘불타는 청춘’이라 바꿔 말해도 같은 의미인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B/A’를 ‘B를 A로 나누다’라 하지 않고 ‘단위 A당 B’라고 해도 같은 의미이다. 이는 ‘A의 양(量)이 1일 때 B의 양’을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수학적 사고를 비(比)라고 하는데, ‘A : B’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위와 같은 방식의 분수로 나타낸다. 지문에서 ‘단위 부피당 무게’라 하였는데, 이는 ‘부피가 1일 때 무게는 얼마’라고 생각하고 ‘부피 1 : 무게 얼마’, 또는 ‘무게 얼마/부피1’라고 머릿속에 나타내며 읽어야 할 것이다.(비(比)라는 수학적 사고는 매우 중요한 국어 능력의 하나이므로 추후 다시 설명하겠다.)

수학 풀이 기술은 국어 능력이 아니지만 수학적 사고력은 국어 능력이다. 또한 수학적 표현은 그것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어 영역에서는 수학 풀이 기술로 푸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력으로 풀 수 있거나, 수학적 표현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면 풀 수 있는 문제만 출제된다.

"쌤! 수학이 싫어 문과로 진학했는데 글 읽는 데도 수학적 사고를 이용하라니,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이렇게 하소연하는 학생을 자주 접한다. 그때마다 철수 쌤도 어쩔 수 없음에 안타깝다. 왜냐하면 인간 탄생 이후 수학적 사고를 해 왔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씌어진 글이 많을 텐데 싫다고 안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수 쌤은 수업 시간에 수학적 사고로 읽어야 하는 글이 나오면 다양한 수학적 표현을 활용해서 설명해 준다. 그래야 한 학생이라도 그것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쫄지 마.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고 수학적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는 훈련을 많이 하면 돼.”


[이것만은 … ]의 정답

직육면체(直六面體), 부피, 유선형(流線型), 공식(公式), 면적(面積), 사다리꼴, 도형(圖形), 근삿값, 수직단면(垂直斷面), 구간(區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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