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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S Nov 20. 2022

인간의 생각은  융합하여 발전하는 거야

[040] 사상‧학문의 융합


육가(陸賈)에게 지식의 핵심은 현실 정치에 도움을 주는 역사 지식이었다. 그는 역사를 관통하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천문‧지리‧인사 등 천하의 모든 일을 포괄한다는 통물(統物)과, 역사 변화 과정에 대한 통찰로서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기존 규정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통변(通變)을 제시하였다. 통물과 통변이 정치의 세계에 드러나는 것이 인의(仁義)라고 파악한 그는 힘에 의한 권력 창출을 긍정하면서도 권력의 유지와 확장을 위한 왕도 정치를 제안하며 인의의 실현을 위해 유교 이념과 현실 정치의 결합을 시도하였다.

인의가 실현되는 정치를 위해 육가는 유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타 사상을 수용하였다. 예와 질서를 중시하며 교화의 정치를 강조하는 유교를 중심으로 도가의 무위와 법가의 권세를 끌어들였다. 그에게 무위는 형벌을 가벼이 하고 군주의 수양을 강조하는 것으로 평온한 통치의 결과를 의미했고, 권세도 현명한 신하의 임용을 통해 정치권력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성을 가진 것이었기에 원래의 그것과는 차별된 것이었다.    


[이것만은 … ]

*꿰뚫어서 통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하다. (        )

*사람의 일. 또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 (        )

*일정한 대상이나 현상 따위를 어떤 범위나 한계 안에 모두 끌어 넣음. (        )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봄. (        )

*차지한 물건이나 형세 따위를 굳게 지킴. (        )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생각하여 지어내거나 만들어 냄. (        )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        )

*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 (        )

*조용하고 평안함. (        )

*직무를 맡기어 사람을 씀. (        )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대책과 방법을 세움. (        )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        )  


지식의 핵심은 현실 정치에 도움을 주는 역사 지식통물(統物), 통변(通變)을 제시

앞에서 ‘이것이 의견이요’ 하며 명시적으로 의견을 드러내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게 의견을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했다. 지문에서도 ‘역사 지식’에 대한 ‘육가’의 의견이 들어 있는데 어떤 것인지 알겠는가?  핵심’, ‘도움을 주는’ 등의 말에 집중을 해 보자. 이는 어떤 것이 중요성이나 긍정적 가치를 말한 것이므로, 지문에는 역사 지식에 대한 육가의 가치 판단을 말하고 있다.

한편 개념을 나눈다는 것은 그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라 했다. 하늘과 땅으로 나눈 것은 위와 아래의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고, 남과 여로 나눈 것은 성(性)의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을 나누어 설명하는 글일 경우, 그 차이를 파악하려 노력하며 읽어야 한다고 했다. 지문에서도 ‘통물’과 ‘통변’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차이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통물은 ‘역사 변화’가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살피는 것이고, ‘상황에 맞는’ 것, ‘기존 규정을 고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포괄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통변은 그 반대이다. 이를 종합하면 통물은 변함이 없고 전체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원리이고, 통물은 변할 수 있고 일부 상황에 적용되는 특수한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철수 쌤의 슬기로운 국어공부III>에서 설명한 ‘보편(일반)-특수(개별)’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렇게 개념들의 차이(반대)를 인식하며 글을 읽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힘에 의한 권력 창출을 긍정하면서도 권력의 유지와 확장을 위한 왕도 정치를 제안유교 이념과 현실 정치의 결합을 시도

지문의 ‘힘에 의한 권력 창출을 긍정하면서도 권력의 유지와 확장을 위한 왕도 정치’는 ‘힘 → 권력 창출’과 ‘왕도 정치 → 권력의 유지와 확장’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긍정하’였고, 다른 하나는 ‘제안하’였다. 그렇다면 그 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A-면서(도) B’라는 문장 구조에 대해 A와 B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둘이 맞서 있음을 나타낼 때도 사용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 문장 구조를 고려하면 ‘힘’과 ‘왕도 정치’는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 것이다. 왕도 정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은 국어 능력이 아니다. 그러나 지문을 읽으며 그것이 힘과 반대되는 속성을 가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국어 능력이다.

이를 지문의 다음 내용인 ‘유교 이념과 현실 정치의 결합’과 관련지어 이해하는 것도 국어 능력이다. ‘정치’가 국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임은 고등학생이라면 알고 있어야 한다. 이에 따르면 ‘권력 창출’, ‘권력 유지와 활동’이 ‘현실 정치’에 속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왕도 정치’는 유교 이념과 관련 있지 않을까? 즉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철수 쌤은 이렇게 글을 읽는다. 어떤 학생은 왕도 정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 그것이 유교 이념과 관련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고 있을지 모르나, 철수 쌤은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것이 국어 능력을 이용한 글 읽기가 아닌 것이다.     


통물과 통변이 드러나는 것이 인의(仁義)인의가 실현되는 정치그에게 무위는 권세도 …  원래의 그것과는 차별된 것

사상이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가장 먼저 사상을 제시한 인물이 있다. 그 사람을 효시(嚆矢, 예전에 전쟁의 개시를 알리는 등에 사용된 소리가 나는 화살에서 온 말), 남상(濫觴, 양쯔강(揚子江) 같은 큰 하천의 근원도 잔을 띄울 만큼 가늘게 흐르는 시냇물에서 온 말), 개조(開祖), 원조(元祖)라 하며 성현(聖賢)으로 추앙한다. 예컨대 유학(儒學)이라는 사상에서 공자(孔子)와 맹자(孟子)가, 그리스 철학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탈레스 등이 그에 해당한다. 후대의 사상가들은 성현들의 사상을 연구하거나 다른 분야에 적용하며 발전시킨다. 특히 그 사상을 다른 분야에 적용할 경우 개념들을 원용(援用)한다. 즉 자기의 주장이나 학설을 세우기 위하여 성현의 사상를 끌어다 쓰는 것이다. 지문에서 육가 또한 윤리 사상인 공맹(公孟) 사상을 정치 분야에 적용하면서, 사상의 핵심인 ‘인의(仁義)’를 원용하고 있다.

원래 인의는 사랑, 인간다운 인격, 사회적 올바름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육가는 그 인의를 ‘정치’ 분야에 적용하면서 ‘통물과 통변이 … 드러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지문의 ‘인의가 실현되는 정치’라는 말로 보아, 인의는 정치의 목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문에서 말하는 ‘권력의 유지와 확장’이 정치이므로, 인의는 권력의 유지와 확장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한편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설을 받든 학파인 ‘도가’와 상앙(商鞅), 한비자(韓非子) 등의 설을 받든 ‘법가’라는 사상가들도 있다. ‘무위(無爲)’, ‘권세(權勢)’는 각 사상의 핵심 개념이다. 무위는 자연에 따라 행하고 인위를 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권세는 신하와 백성을 다스리는 힘을 말한다. 그런데 지문의 육가는 ‘무위는 형벌을 가벼이 하고 군주의 수양을 강조하는 것으로 평온한 통치의 결과’로, ‘권세도 현명한 신하의 임용을 통해 정치권력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성을 가진 것’이라 재해석하고 있다.

지문에 ‘무위는 … 권세는 … 원래의 그것과는 차별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상의 핵심 개념을 어떤 분야에 원용하여 주장을 펼치는 경우, 원래의 정의와 다르게 사용될 수 있음을 밝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위, 무위, 권세 등의 원래의 개념을 외워 둘 필요가 없다. 그것을 외우는 것은 국어 공부가 아니다. 지문에서 그 개념들이 어떻게 원용되는지를 아는 것이 국어 능력이고 그것을 파악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국어 공부이다.

     

유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타 사상을 수용유교를 중심으로 도가의 무위와 법가의 권세를 끌어들였다.

사상들은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도가’는 ‘유교’의 인간의 지식[人爲]과 대립되는 무위를 주장하였고, ‘법가’는 ‘유교’의 도덕과 대립되는 법을 중시했다. (이를 외우는 것 역시 국어 공부가 아니다.) 이렇게 대립되는 사상을 각각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며 결합하기도 하고, 하나로 종합하여 제3의 것으로 융합하기도 하며, 하나를 중심으로 하고 다른 하나를 결합하기도 한다. 지문의 육가는 세 번째 경우를 시도했다. 유교와 도가, 유교와 법가를 결합할 때 ‘유교를 중심으로 도가의 무위와 법가의 권세를 끌어들’였던 것이다. 그때 중심이 된 것은 유교가 중시하고 강조한 ‘예’, ‘질서’, ‘교화’라고 지문에서는 말하고 있다. 즉 이것이 결합하는 데 판정의 기준이 되어 다음과 같이 판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대립되는 사상들을 설명하는 글의 경우, 그것들의 차이를 이해하면서도 절충의 방법과 결과를 파악하며 읽어야 한다.   

  

[이것만은 … ]의 정답

관통(貫通), 인사(人事), 포괄(包括), 통찰(洞察), 고수(固守), 창출(創出), 예(禮), 교화(敎化), 평온(平穩), 임용(任用), 도모(圖謀), 차별(差別)     



공공선택론은 정치학의 영역인 공공 부문의 의사결정에 대해서 경제학적 원리와 방법론을 적용하여 설명하려는 연구이다. 공공선택론은 기존의 정치학과는 다르게 다음 세 가지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이것만은 … ]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 (        )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거나 나누어 놓은 낱낱의 범위나 부분. (        )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 (        )

*알맞게 이용하거나 맞추어 쓰다. (        )

*결론에 앞서 논리의 근거로 어떤 조건이나 전제를 내세움. 또는 그 조건이나 전제. (        )    


정치학의 영역에 대해서 경제학적 원리와 방법론을 적용하여 설명기존의 정치학과는 다르게 가정으로부터 출발

정치와 경제는 다른 영역이다. 예컨대 정치에서는 1인 1표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경제에서는 1인 소유 주식 수, 즉 1인 다(多)표로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정치와 경제의 논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외우지 말자, 철수 쌤이 아는 것이 많구나 하는 감탄만 하고.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학생들이 이걸 알아 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질까 걱정이 된다. 국어 공부는 고등학생 수준 이상의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 현상을 이해할 때와 경제 현상을 이해할 때는 각각 알맞은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 현상을 경제 논리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학문 융합의 한 사례이다. 지문에서 ‘정치학의 영역인 공공 부분의 의사결정에 대해서 경제학적 원리와 방법론을 적용’한다고 한 것은 ‘공공선택론’이 융합 학문의 하나임을 말한다. 비록 공공선택론이 ‘정치학’의 하나이지만, ‘기존 정치학’과는 다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공공선택론이 ‘경제학적 원리와 방법론을 적용’했다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이를 벤다이어그램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문에 의하면 공공선택론은 경제학에서 그 원리와 방법을 ‘적용’하는데, 그것의 하나는 경제학의 가정(假定)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가정은 흔히 일상적으로는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임시로 인정함을 뜻하나, 논리학에서는 결론에 앞서 논리의 근거로 어떤 조건이나 전제를 내세움, 또는 그 조건이나 전제를 뜻한다고 했다. 가정, 전제, 조건, 관점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주장, 결론을 도출하거나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예컨대 ‘남자와 여자는 같다’고 가정하면(전제로 하면/조건에서는/관점에서는)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도출되지만,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고 하면 ‘남녀가 하는 일은 차이가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철수 쌤이 글을 읽을 때 주장, 결론보다 가정, 전제, 조건, 관점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문에서 ‘공공선택론’의 가정으로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도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하나의 사상이나 학문은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상, 학문과 융합되어 발전하였다. 따라서 우리 주위에는 사상, 학문의 융합과 관련한 글이 매우 많으므로, 개념을 어떻게 원용하였는지 이질적인 원리와 방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등을 생각하며 읽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이것만은 … ]의 정답

공공(公共), 부문(部門), 의사(意思), 적용(適用), 가정(假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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