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아니야. 선후 관계를 뒤바꾼 오류야.
[006] 시간을 의식하는 국어 능력
혈액 응고는 섬유소 단백질인 피브린이 모여 형성된 섬유소 그물이 혈소판이 응집된 혈소판 마개와 뭉쳐 혈병이라는 덩어리를 만드는 현상이다. 혈액 응고는 혈관 속에서도 일어나는데, 이때의 혈병을 혈전이라 한다. (중략)
혈액 응고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다양한 인자들이 관여하는 연쇄 반응에 의해 일어난다. 우선 여러 혈액 응고 인자들이 활성화된 이후 프로트롬빈이 활성화되어 트롬빈으로 전환되고, 트롬빈은 혈액에 녹아 있는 피브리노겐을 불용성인 피브린으로 바꾼다. 비타민 K는 프로트롬빈을 비롯한 혈액 응고 인자들이 간세포에서 합성될 때 이들의 활성화에 관여한다. 활성화는 칼슘 이온과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들 혈액 단백질이 칼슘 이온과 결합하려면 카르복실화되어 있어야 한다. 카르복실화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글루탐산이 감마-카르복시글루탐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비타민 K에 의해 카르복실화되어야 활성화가 가능한 표적 단백질을 비타민 K-의존성 단백질이라 한다.(중략)
혈관 벽에 칼슘염이 침착되는 혈관 석회화가 진행되어 동맥 경화 및 혈관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혈관 석회화는 혈관 근육 세포 등에서 생성되는 MGP라는 단백질에 의해 억제되는데, 이 단백질이 비타민 K-의존성 단백질이다. 비타민 K가 부족하면 MGP 단백질이 활성화되지 못해 혈관 석회화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것만은 …]
*액체 따위가 엉겨서 뭉쳐 딱딱하게 굳어짐. ( )
*한군데에 엉겨서 뭉침. ( )
*어떤 작용의 원인이 되는 요소. ( )
*연결된 사슬. 사물이나 현상이 사슬처럼 서로 이어져 통일체를 이룸. ( )
*물질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 물질의 성질이나 구조가 변한다. ( )
*물질이 그 기능을 발휘함. 또는 그런 일. ( )
*액체에 녹지 않는 성질. ( )
*둘 이상의 것을 합쳐서 하나를 이룸. ( )
*둘 이상의 사물이나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어 하나가 됨. ( )
*전하를 띠는 원자 또는 원자단.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만들어진다. ( )
*양이온과 음이온이 이온결합을 통해 형성된 물질. ( )
*밑으로 가라앉아 들러붙음. ( )
*물건이나 몸의 조직 따위가 단단하게 굳어짐. ( )
*몸의 온갖 병. ( )
혈액 응고는 … 피브린이 모여 형성된 섬유소 그물이 혈소판이 응집된 혈소판 마개와 뭉쳐 혈병…를 만드는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이들의 공통점은 네트을 사이에 두고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탁구 하듯이 배드민턴, 테니스를, 배드민턴 하듯이 탁구, 테니스를, 테니스 하듯이 탁구, 배드민턴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붙으나 마나 백전백패 아니겠는가?
글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똑같은 글씨로 된 글이지만 내용에 따라 읽기 방법이 다르다. 그런데도 매번 똑같이 읽으면서 왜 읽기가 어렵냐고 푸념을 늘어놓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글 읽기를 잘 한다는 것은 접하는 글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용하는 방법을 달리 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앞에서 개념들의 상하, 등위, 대조 등을 이용해 읽는 글과, 수학적 사고를 활용해 읽는 글에 대해 알아 보았다. 그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읽어야 할 글들이 있는데, 시간을 의식하며 읽어야 하는 글이 그 중 하나다.
변하는 세상을 보고 인간이 생각해 낸 것이 ‘시간’이다. ‘변화와 상관없이 시간은 흐른다’는 뉴턴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 ‘시간은 변화의 척도’라고 말한 아리스토탈레스처럼 예부터 우리에게 시간은 변화와 관련지어 인식되었다. 그런데 아날로그적인 시간을 우리는 디지털적으로 인식한다. 즉 시간은 끊임없이 연속적으로 흘러가는데, 우리는 그것을 끊어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태양의 고도 변화를 느끼고 연(年)이라는 시간으로 끊어 생각했고, 그 1년을 계절로 나눠 인식했다. 나아가 한 달마다 달이, 매일 밤과 낮이, 매시간 태양의 위치가 변하니 ‘월(月), 일(日), 시(時)’라는 시간 단위를 생각해 내었다. 이렇게 시간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과 변화를 의식하며 읽어야 하는 글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A-아/어/여 B’, ‘A가 (B에서) C-되다’, ‘A가 B를 만들다’ 등의 문장들이 자주 쓰인다. ‘-아/어/여’는 시간상의 선후 관계, 방법, 까닭이나 근거 따위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되다’는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로서, 다른 것으로 바뀌거나 어떤 때나 시기, 상태에 이른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다. ‘만들다’는 노력이나 기술 따위를 들여 목적하는 사물을 이루다는 뜻이다. 그래서 철수 쌤은 이들을 사용하는 문장들이 나오면 시간을 의식하면서 화살표를 떠올리며 읽는다.
지문에서 ‘피브린이 모여 형성된 섬유소 그물’, ‘혈소판이 응집된 혈소판 마개’, ‘섬유소 그물이 …혈소판 마개와 뭉쳐 혈병…를 만드는’ 등의 어구들은 정보들의 선후 관계를 파악하여 아래의 도식과 같이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순서를 의식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은 화살표를 이용하도록 하자.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글을 읽으며 관계 없는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다. 예컨대 ‘피부린 모임’을 ‘혈소판 마개’와, ‘혈소판 응집’을 ‘섬유소 그물’과 연결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아가 ‘혈병’은 ‘섬유소 그물’과 ‘혈소판 마개’가 형성된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선 … 이후 …으로 전환되고, …으로 바꾼다. …ㄹ 때 …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려면 …어야 한다.
시간을 의식해 읽어야 함을 느끼게 만드는 부사어나 서술어 등이 많다. ‘우선, 이후, 때(에)’ 등의 부사어나 ‘전환(하/되)다, 바꾸다, 이루어지다’ 등의 서술어가 그것들이다. 지문의 내용도 이와 같은 부사어나 서술어 등으로 이루어져 정보들 간의 선후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 ↗, ↓’ 등의 화살표가 복잡하게 얽힌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그 방향까지 생각하자. 이때 ‘→, ↗, ↓’ 등의 화살표를 사용하되, 그 방향까지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범하는 오류 중에 많은 것이 선후 관계를 혼동하는 것이다. ‘늙으면 죽는다’는 것을 ‘죽으면 늙는다’고 착각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그 오류가 글을 오해하게 하고, 나아가 문제를 잘못 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러면서 시험이 끝나고 하는 얘기가 ‘실수했어요’다. 그건 실수가 아니라 오류이다, 논리적인 선후 관계를 반드시 따져야 하는데 하지 않은 오류.
또한 ‘A가 B로 변할 때 C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아래 그림처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A가 B로 변할 때 C가 영향을 미친다'는 문장의 도식
지문에서 ‘트롬빈’이 ‘피브리노겐’에서 ‘피브린’으로 바뀌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 ‘비타민 K’가 ‘글루탐산’이 ‘감마-카르보시글루탐산’으로 바뀌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어떻게 그렸는지 눈여겨 보도록 하자.
이런 복잡한 그림을 꼭 그려야 하느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을?
13. 윗글을 참고할 때 <보기>의 (가)~(다)를 투여함에 따라 체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예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다음은 혈전으로 인한 질환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약물이다.
(가) 와파린 : 트롬빈에는 작용하지 않고 비타민 K의 작용을 방해함.
(나) 플라스미노겐 활성제 : 피브리노겐에는 작용하지 않고 피브린을 분해함.
(다) 헤파린 : 비타민 K-의존성 단백질에는 작용하지 않고 트롬빈의 작용을 억제함.
① (가)의 지나친 투여는 혈관 석회화를 유발할 수 있겠군.
② (나)는 이미 뭉쳐 있던 혈전이 풀어지도록 할 수 있겠군.
③ (다)는 혈액 응고 인자와 칼슘 이온의 결합을 억제하겠군.
④ (가)와 (다)는 모두 피브리노겐이 전환되는 것을 억제하겠군.
⑤ (나)와 (다)는 모두 피브린 섬유소 그물의 형성을 억제하겠군.
예컨대 ‘와파린’은 ‘비타민 K의 작용을 방해’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카르복실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에 따라 ‘칼슘이온과의 결합’이 되지 않아, ‘혈액 응고 인자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게 만든다. ‘플라스미노겐 활성제’는 ‘피부린을 분해’한다고 했으므로, ‘섬유소 그물’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또한 ‘헤파린’은 ‘트롬빈의 작용을 억제’한다고 했으므로, ‘피브리노겐’을 ‘피부린’으로 바꾸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판단을 해야 하는 문제에서 아무리 복잡하다고 위와 같이 정리하지 않는다면 풀이를 제대로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시간을 의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흔히 성질이 급한 사람은 시간을 의식하며 글을 읽는 것을 무척 싫어 한다. 국어를 공부한다면 그 정도는 인내해야 한다.
[이것만은 … ]의 정답
응고(凝固), 응집(凝集), 인자(因子), 연쇄(連鎖), 반응(反應), 활성화(活性化), 불용성(不溶性), 합성(合成), 결합(結合), 이온(ion), 염(鹽), 침착(沈着), 경화(硬化), 질환(疾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