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게 뭔지부터 알아야...
'미니멀리즘'은 얼마 전 유행했던 한 가지 라이프 스타일이다. 미니멀리즘의 개념은 예술에서 가져왔다고 하던데, 대충 필요한 물건 빼고 다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니멀리즘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딱히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미니멀리즘이 가지고 있는 중심가치이다.
미니멀리즘, 비워내기, 내려놓음, 생각정리기술, 무소유 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본질은 '핵심만 남기는 것'이다. 우선순위라고도 할 수 있겠고 필요라고도 할 수 있겠고 가치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것을 필요한 것으로 착각해 거기에 쓸데없는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비워내기는 참 어렵다. 필요 없는 것을 정리하는 행위 자체도 힘들지만, 불필요한 게 뭔지 판단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정리하는 건 용기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불필요한 것이 뭔지 판단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내가 채운 것에 결국은 휘둘리게 된다.
나는 단지 물건만을 얘기하고 있지 않다. 불필요한 시간, 불필요한 관심, 불필요한 관계(관계가 불필요하다고 해서 불편한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집중해야 하는 관계를 방해하는 관계라고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를 모두 얘기하는 것이다.
꼭 필요한 곳에 미리 시간을 떼어두지 않으면 그때그때 생각나는 일을 하다가 하루를 마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없어진다. 관심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외의 것들은 미리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계획 없이 처리하다가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중요한 관계를 위해 내 자원(시간, 에너지, 관심)을 남겨두지 않으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정작 중요한 사람에게 소홀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자원은 유한한다. 꼭 필요한 곳에 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요즘 들어 비워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 겉보기에는 전혀 위험하지 않아 보이는 짧은 시간들에 나를 허락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잡아먹힌다.
미니멀리즘은 버리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꼭 버리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더 중요한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내 삶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의지력이 약한 사람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 때로는 우선순위를 제한 나머지 것들을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