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분과 '나이가 들수록 사람 사귀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교 친구보다 중, 고등학교 친구가 오래간다는 얘기나 사회생활하면서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봐서 이게 몇몇 사람의 특수한 얘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대체 그 이유는 뭘까 한번 고민을 해보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은 반복되는 것에서 일반적인 개념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합니다. 말을 배울 때도 엄마, 아빠의 말을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하면서 습득하게 되고, 사회화의 과정도 대부분 주변 사람과 비교하고 부모님/선생님께 혼나면서 해야 할 것/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학습해나가죠. 사람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경험한 사람들의 모습을 토대로 선입견을 만들어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투영하게 됩니다.
학창 시절에는 만나는 사람 대부분(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등) 나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이 많고,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큰 적대감을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니 정확히는 나이에 비례하게 다양한 사람을 경험할수록, 악의적이고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100명의 착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1명의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의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간헐적으로 경험하게 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사회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결국 어릴 때보다 상대적으로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낮아지고, 내 속에 있는 깊은 얘기를 하기 두려워집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겪을 상처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요.
어린아이는 쉽게 사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믿었던 사람에게 큰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는 주변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죠. 어른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커가면서 나쁜 사람에 대한 얘기는 더 많이 들리고, 심지어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만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겠죠.
친했던 사람이 내 뒷담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말과 행동을 할 때 주변을 더 의식하고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됩니다. 앞에서는 착해 보이고 훌륭해 보이는 사람이 뒤에서는 나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그 외에 다양한 배신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이후에 내 진심을 나누기가 어렵게 되겠죠.
저도 여러 번 배신과 실망, 회의감으로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줄어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건강한 공동체에서 좋은 상호작용을 주고받아야만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저도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지혜가 있으신 분은 댓글로 나눠주시면 열린 마음으로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