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함께 호흡했던 한 배우를 추모하며 : R.I.P 로버트 레드포드
[R.I.P 로버트 레드포드] [Good Bye Hubbell]
“If you make yourself small, people know how to behave around you. But if you make yourself big, you must expect big things of them.”
네가 스스로를 작게 만들면, 사람들은 그에 맞게 행동한다. 하지만 네가 스스로를 크게 만들면, 그들에게서도 큰 것을 기대해야 한다.
# '레드포드' 답게 살다
찰스 로버트 레드포드 주니어 Charles Robert Redford Jr.
1936년 8월 18일 캘리포니아 주(州) 산타 모니카에서 태어난 미국 배우이자 필름메이커이자 미국 최대 규모의 독립영화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선댄스 인스티튜트, 선댄스 시네마, 선댄스 카탈로그, 선댄스 채널의 창립자.
헐리우드의 전설, 로버트 레드포드가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단순한 배우를 넘어 시대와 함께 호흡한 상징이었다. 1960~70년대, 누구보다 로맨틱하고 자유로웠던 선한 미소로 스크린을 누볐고, 감독이자 진정한 영화인으로 수많은 젊은 감독들을 응원하고, 세계 영화의 다양성에 일조했다.
그러나 레드포드를 ‘레드포드’답게 만든 것은 영화만이 아니었다. 그는 환경운동가였고, 사회참여자였다. 카메라 앞과 뒤에서,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그는 늘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추억> 그리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그리고
나름 영화마니아라고 생각했는데 50여편이나 되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실제 봤던 작품이 10여편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단역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던 평범한 배우였던 그를 기억하는 작품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연기했던 <추억 The Way We Were(1973)>였다. 사실 한창 영화에 빠져 있던 사춘기 어느 때 <내츄럴 The Natural(1984)>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1985)>, <업 클로즈 앤 퍼스널 Up Close & Personal(1996)>,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를 보며 거꾸로 더듬어 찾은 영화였다. 1974년 46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스팅 The Sting(1973)>을 찾아봤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로맨티스트인, 반듯하기보다는 어딘가 빈틈이 인간적인 매력을 극대화하는 배우로 기억한다.
#감독으로, 시대에 길을 내는 사람으로
40대에 영화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데뷔작 <보통 사람들 Ordinary People(1980)>로 1981년 53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티모시 허튼), 각색상 등 4개 부문 수상작이라는 쾌거를 거둔다. 연출 데뷔작으로 단번에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역대 세 번째이자, 배우 출신 감독 중 최초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런 영광에 머물 수도 있었던 것을 그는 1981년 <내일을 향해 쏴라(1969)>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선댄스 키드의 이름을 딴 선댄스 리조트 앤드 필름 인스티튜트를 설립했고, 유타 주(州)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매년 1월이면 전 세계 독립영화들의 산실인 선댄스 영화제가 열리는 토대를 만든다.
# 내 길을 내다
어쩌면 ‘덕분에’ 그 영화제에 내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제2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제주 출신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이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Grand Jury Prize)을 수상했다.
한국독립영화가 선댄스영화제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것은 '지슬'이 최초다.
선댄스영화제는 주로 독립영화만을 다루는데, 미국 영화와 외국 영화(월드시네마) 부문으로 나뉘는데 각 부문에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로 나눠 총 4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당시 지슬'은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에서 주는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월드시네마 극영화 후보엔 세계 각 다른나라에서 출품된총 12편의 영화가 진출했었다. 특히 '지슬'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선댄스영화제 측은 "전쟁의 불합리성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이렇게 절묘한 디테일로 그린 작품은 드물다. 강렬한 흑백의 영상은 인물들의 인간성뿐 아니라 이 지역의 결까지 담아낸다"고 평했다.
제작 과정 속 여러 이슈들 속에 촬영비용을 모으기 위한 파운데이션이 진행됐었고, 그 과정에 마음을 보태면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었다.
#협업, 맨토링, 플랫폼
그 과정과 노력은 말 그대로 엄청난 일이다.
그러기에 한 시대를 장식한 진정한 엔터테이너를 추모한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탐구와 자연 세계에 대한 깊은 존경, 정치적 의제에 대한 대담한 도전, 무엇보다 주변 배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협업 스타일과 업계의 새로운 목소리와 재능을 키우는 멘토링, 이야기의 힘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고자 했던 헌신이란 유산을 오래 기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