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소한 제주 일상 : 2026 입춘(立春) 맞이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 (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 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라.”
어림잡아 20년 넘게 우리 집 입춘첩은 내 담당이다. 진득한 문화부 기자 경력 사이 탐라국 입춘굿의 부활과 새 전승 과정을 지켜본 보상 같은 의식이다.
슬슬 요령이라는 것도 생겨서, 본굿 전 휘리릭 행사장을 돈다. 그마저도 몇 년 코로나 팬데믹과 눈바람, 맹추위 같은 걸 겪으며 날 좋을 때 서둘러 다녀오는 것으로 패턴이 바뀌었다.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이 다름 아닌 낭쉐몰이다.
그 덕분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는 행운까지 건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발동동 동지들이 돼 이런저런 할 일과 챙길 것을 공유한다. 이런 게 대동제, 입춘굿의 맛이다.
옛 탐라국 왕이 풍년을 기원하며 입춘날 직접 농경의례를 재현한 것에서 이어진 탐라국 입춘굿의 올해 호장은 애월읍 봉성리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후계 청년 농부가 맡았다. 농업단체 등에서 섭외하던 전통(?)을 미래형으로 바꿨다. ‘처음 보는 삼춘’이라는 심방의 농에 “호장입니다” 하는 걸 보니 뭔가 밝다.
하늘에서 오곡 씨앗을 가져온 여신 자청비에게 풍요를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인 '세경제', 낭쉐를 모시고 고사를 지내는 '낭쉐코사', 보리 뿌리의 모양으로 풍요를 점치는 '보리뿌리점', 항아리를 깨뜨려 액을 보내고 콩을 뿌려 풍요를 기원하는 '사리살성'까지 쭉 한 호흡으로 즐겼다. 모처럼.
그 와중에 낯선 이국 축제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 커플에게 'Spring Welcome Festival'이 어쩌고, 'Traditional Farming Culture'가 저쩌고, 'Tree Ox'에 'Lucky Bean'까지 초간단 입춘굿 설명을 했다.
단어를 간신히 연결하며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하늘에서 눈송이가 폴폴 날린다. 서로 행복했으니 축제적 허용 쯤으로 넘어가도 될 듯~!!
올해 입춘첩은 효은샘 캘리로 단단히 챙겼다. 한글 맛이 몽실몽실 금방이라도 봄 들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슈크림에 불닭, 햄치즈 앙꼬로 속을 채운 붕어빵 맛도 보고, 행사 진행을 돕던 젊은 친구가 친절하게 사진도 찍어줬다.
보리뿌리점 내용은 솔직히 걱정 반. 한참 심하게 가물다가 크게 비가 오는 일이 있을 거라 했다. 점을 치지 않아도 요즘 날씨는 평범함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러니 잘 채비하고 잘 넘기고….”
아 그랬다. 입춘굿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준비할 것을 챙기고 길게 1년을 고를 호흡을 다지고 마음을 다스리며 서로를 응원하는 의식이다. 아직 ‘왜 굿을 하냐’, ‘장사하는데 시끄럽다’ 같은 옆소리가 섞이지만, 한해 무사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신명과 흥을 이기지 못할 터다. 얼쑤, 좋다!
[참고: 2026탐라국 입춘굿 주요 일정]
올해 입춘굿 일정은 다음과 같다. 현금을 챙겨서 가면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
* 2월 3일 (축제 둘째 날)
* 오전: 제주시·서귀포시 원도심에서 각각 '성안기행' 진행.
* 오후 (관덕정 광장): 수명과 복, 건강을 관장하는 칠성신에게 한 해의 평안을 비는 '칠성비념', 오석훈 화백의 입춘휘호 퍼포먼스, 추다혜차지스와 사우스카니발 등이 꾸미는 입춘 공연마당.
* 2월 4일 (입춘 당일)
* 관덕정: 제주의 1만 8,000여 신들을 굿판으로 모셔 들이는 '초감제', 자청비 놀이, 입춘굿 탈놀이, 신들을 돌려보내는 '허멩이답도리·마누라배송·막푸다시·도진' 등 진행.
* 상설 프로그램 (목관아 일원)
* 입춘 주전부리, 소원지 쓰기, 윷점, 타로 운세, 1분 캐리커처, 캘리 입춘 춘첩 쓰기, 입춘 시화 액자, 입춘 시화전 등.
#탐라국입춘굿 #제주입춘굿 #입춘 #제주가볼만한곳 #관덕정 #제주목관아 #낭쉐 #입춘첩 #봄맞이 #무사안녕 #풍년기원 #제주여행 #제주축제 #제주의봄 #TraditionalFestival #JejuIs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