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소한 제주 일상 : 네잎 대신 꽃 ‘새해인사’
새해 기쁜 일, 좋은 일과 함께 하세요. 두루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쓰면서 몇번 머뭇거립니다.
기쁜 일과 좋은 일은 계획표처럼 정확히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복이라는 것도, 주소를 잘못 찾은 택배처럼
때로는 늦고, 때로는 엉뚱한 집 앞에 멈춘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우리는 해가 바뀌면 다시 인사를 건넵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정하게.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다이어리를 펼칠 때처럼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겸손한 마음으로.
병오년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말의 기운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자꾸 속도보다 체력을 생각합니다.
짧게 앞서가는 사람보다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결국 닿는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올해의 덕담은
조금 느리고, 조금 현실적입니다.
건강하시라고.
아프지 않아야 버틸 수 있으니.
행운이 따르시라고.
하지만 행운이 오지 않는 날에도
스스로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기를.
만사형통하시라고.
그러나 모든 일이 풀리지 않아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를.
무엇보다,
지치지 않는 끈기와 의지를 잃지 않기를.
세상은 예고 없이 방향을 틀고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다시 세우는 건
눈부신 성취가 아니라
“그래도 다시 해보자”는
작고 조용한 결심 하나였다는 걸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나는 올해
큰 목표 대신 작은 다짐을 택하려고 합니다.
무리하지 않되 멈추지 않는 것.
서두르지 않되 포기하지 않는 것.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가는 것.
새해 기쁜 일, 좋은 일과 함께 하세요.
두루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복의 모양이
반짝이는 성취일 수도 있고,
곁에 남아주는 사람의 체온일 수도 있고,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의 고요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모습으로
그 복이 닿기를.
그리고 혹시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그 하루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기를.
한 번의 흔들림이
당신 전체를 규정하지 않기를.
올해는
속도가 아니라 계속 이어감이 빛나는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는 사람의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자꾸 네잎을 찾습니다.
눈에 띄는 행운을 먼저 떠올리니까요.
하지만 클로버는
말없이 꽃을 피웁니다.
오래 버틴 잎 끝에서,
조용히.
올해는
행운을 찾는 사람이기보다
끝까지 피어 있는 사람이 되기를.
당신도,
그리고 나도.
#에프알로컬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