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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 Nov 29. 2019

제주에서 '해녀'란

- 해녀 취재 15년차..물숨은 아직 어렵다

'제주에서 '해녀'란'. 생각보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생업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키고 활용해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경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2015년 우리나라 첫 국가중요어업유산(제주 해녀어업)에 이어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제주해녀문화), 그리고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제132호·해녀) 등재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문화유산'에 힘이 실리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생업 관리에 가깝다. 접근법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성에 있어서 지금까지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해녀는 박물관에서나 만나야 할지 모른다.


스웨덴에서 진행중인 해녀 전시 모습 (김형선 작가)

# '제주해녀'이해 부족 여전

'제주 해녀'하면 늘상 따라붙는 '고령화' '감소 위기'같은 단어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1980년대부터 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해결 방안 등을 주문해 왔다. '1970년대 1만 4000명이었던'이란 접근은 어쩌면 고루하다. 이미 세상은 바뀌었고 바다 환경도 예전만 못하다.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이란 '안타까움'도 식상하다. 지난해말 기준 제주 지역 내 현직 해녀는 3898명이다. 이중 60대가 1169명으로 가장 많다. 그 중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20대 해녀가 5명, 30대도 23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20대 해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양 직업군'이란 한계를 감안하면 적어도 신규 해녀 양성이란 노력이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과주의식 잣대를 들이밀어 한해 몇 명씩 해녀에 진입하는 것이 답을 수는 없다. 해녀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 1순위가 '소득 불안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희생이 전제돼야 하는 작업이라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해녀학교도 '양성 과정'이라기 보다는 해녀공동체를 이해하는 단계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100개가 넘는 어촌계에 지켜온 해녀 규약이나 전통이 다르고 지역별 개성이며 바다 특성이 다른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진입장벽이 높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직 지역사회가 해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씁쓸하기는 하지만 진료비 혜택에 무임승차한 '가짜 해녀'홍역도 치렀다. 올 상반기 전직 해녀에 대한 일제조사에서 부적격자 57명이 가려졌다. 해녀증은 5년 이상 잠수경력이 있어야 발급되지만 부적격자 중에는 사망하거나(5명)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2명) 경우도 있는 등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제주도는 조례에 따라 전·현직 해녀 진료비를 매년 50억원 이상 지원하고 있다. 1인당 평균 70만원, 많게는 400만원이 넘는 진료비 혜택을 부담하며 무조건 해녀를 양성할 수 만은 없는 이유다.            

#제주를 살게하는 힘으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도탈락'이다. 해녀학교의 출발이 해녀공동체의 합의와 인정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나름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포기'하는 사정을 풀지 않으면 전승 체계를 공고히 하기 어렵다.

제주 해녀를 '신 문화 레거시(legacy)'로 만들자는 의견은 이런 틈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에서 출발한다.

레거시의 개념은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에서 나왔다. '기념'의 이미를 넘어 서로 소통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것으로 '유산'의 개념에 '자산'의 가치를 부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아우른다.

가치 인정 작업이 이뤄졌다지만 생업과 문화를 연결한 전승·발전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을 감안할 때 적합한 개념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지난해 '해녀의 날'을 지정했다. 제주에서는 조례와 정책 전반에 걸쳐 '해녀'로 접근하지만 다른 지역들에서는 '나잠업'으로 표현하는 등 공동의 논의는 아직이다. '제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으로 한정하기 힘들고, 제주를 대표하는 생업문화로 전승·계승이 필요하다는 공감은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현장의 온도차가 여전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활용'이란 기대와 과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발상을 조금 바꿔 '생업(어업)' '문화' 융·복합과 시민교육 문화창의산업 접목, 혁신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가치를 공유하는 것으로 제주해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는 없을까.

'사라진다'와 '살아진다'는 같은 소리를 내지만 그 의미는 단연코 다르다. 관점을 달리하면 사라지는 것은 곧 살아내는 일이 된다. '공동체' 그리고 유산이라는 큰 그림으로 제주해녀·해녀문화를 살피는 작업은 제주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


모든 글은 직접 취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쓰고 있습니다 [무단 복제 및 도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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