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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 Apr 06. 2022

꿈과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밥 6기, 에디터가 되다 :3  스크린을 통해 스타트업을 묻다

 “일부러 헤매 본 적 있니? 난 오늘 일부러 헤매봤어.
우산이 있는데도 일부러 비 맞아본 적 있어? 오늘 난 맞아봤어. 비가 그치고 내 눈앞에, 말도 안 되게 멋진 풍경이 나타났어. 어마어마하게 큰 무지개,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 것 같은 그런 무지개였는데..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주 가끔 헤매 보는 것도 괜찮겠다” - 드라마 ‘스타트업’ 중.

벌써 2020년 일이다. 드라마 ‘스타트업’ 얘기다. 다분히 비현실적인 배우들이 ‘현실과 다른’이란 수식어를 달았지만, 스타트업 창업 경험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지분으로 인한 갈등이나 대표가 가져야 할 마인드와 책임감, 엔젤머니·씨드머니·시리즈투자·IR(투자설명회)·VC(벤처캐피탈)·스타트업·데모데이·해커톤 같은 용어가 자연스럽게 그 세계에 눈을 돌릴 기회를 줬다.

훈훈한 결말에 눈이 밝아지는 등장인물들의 행보에 마냥 가슴이 따뜻해지기는 했지만 거기까지.

어디까지나 드라마다. 눈 앞에 무지개가 뜨고, ‘유니콘’이 날아다니는 현실을 꿈처럼 본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데모데이 모습. 자료사진

국내 기업들의 창업 후 생존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진다. 창업 1년 차에는 62.7%였던 생존율이 △2년 차엔 49.5% △3년차 39.1% △4년차 32.8% △5년차 27.5%로 점진적으로 하락한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나 등장할 것 같은, ‘악마의 강’(연구→개발)을 건너고 나면 ‘죽음의 계곡’(신제품 개발)이 기다리고 다시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산업화)를 벗어나야 한다. 만약 길을 찾지 못하면 다시 ‘재도전의 사막’으로 가야 한다.

순간 에스파의 ‘Next Level’이 BGM으로 깔린다. “…더 아픈 시련을 맞아도 난 잡은 손을 놓지 않을게…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꿈이여 이루어져라’를 외치며 먼저, 그리고 오늘 앞에 서 있는 스타트업들의 분투(奮鬪)는 여전히 눈물겹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가입 현황을 토대로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벤처·스타트업 고용 증가율은 9.4%로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3.1%)보다 3배 높았다.

지난해 말 기준 벤처·스타트업 3만6209곳의 고용은 76만4912명으로 전년 대비 6만6015명 증가했다. 고용정보 제공 미동의 기업 등 고용 현황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고용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벤처투자 받은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약 32.5%로 전체 보험가입자 증가율보다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벤처·스타트업 고용 중 청년(만 15~29세 이하) 고용은 전체의 26.9%인 20만5625명이었다.

지난해 청년 고용은 전년 대비 1만8000여명 증가했다. 이는 벤처·스타트업 전체 고용 증가의 27.6%를 차지했다. 벤처·스타트업들이 고용을 10명 늘릴 때 이 중 3명은 청년인 것이다.

또한 국내 고용보험 청년 가입자의 증가율은 2.4%인 반면, 벤처·스타트업의 청년 고용 증가율은 9.7%로 나타났다.

지난해 창업한 벤처·스타트업은 569곳이며 이들은 3800명을 채용했다.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10개사 중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제조, ICT 기반의 유통·서비스 분야 기업이 7곳이었다. 이들의 총 고용 증가는 3932명으로 전체 고용 증가의 6.0%를 차지했다.

비대면 분야 벤처기업 7778곳의 지난해 말 기준 고용은 20만1244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용 대비 약 26.9%를 차지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1.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유니콘기업 15곳은 지난해 말 기준 1만1719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3863명 늘어난 것으로 고용 증가율은 49.2%다.

유니콘기업 15곳이 기업당 평균 257.5명을 추가 고용하면서, 벤처기업 혹은 벤처투자 받은 기업 3만6209개사의 평균 고용 증가 인원 1.8명의 140배를 상회했다.

화려해 보이는 숫자를 걷어내고 보면 스타트업 활성화가 정부 지원 정책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고, ‘스케일업(scale up, 규모 확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중기부가 벤처기업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라고 물어본 결과를 보자. 벤처기업 CEO들은 자금조달·운용(56.2%)이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국내 판로를 개척하고(54.7%), 필요인력을 확보·유지(54.0%)하는 데에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그 이유가 “연속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2018년 창업지원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성장단계별로 지원제도를 개편했지만 단계별 연계시스템이 꼼꼼하지 못하고 미흡하다는 것이다. 가령, 창업에 실패했다가 재창업에 도전한 ‘예비창업자’가 업력 제한에 걸리는 식이다.  보고서는 또 “창업 자체에 성과를 두는 스타트업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들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들이 치고 나가기엔 여전히 규제나 자본 부족 등 어려움은 여전하고 대기업과의 불공정 경쟁 속에서 꿈을 찾아야 하는 현실은 진행형이다.

성공 신화 보다는 스타트업의 현실을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더 눈이 가는 이유다.     


#‘미스터 컴퍼니’

2009년 사회적기업인 패션기업 오그르닷을 설립한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과 이상의 딜레마를 리얼하게 그려낸 비즈니스 다큐멘터리다. 2014년 작품이다. 소위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패션업계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바꾸겠다며 의기투합한 두 젊은이들의 꿈과 그 꿈이 직면한 현실의 불안과 갈등을 담았다.

‘봉제공장 노동자에겐 공정한 임금을! 인디 디자이너에겐 일자리를! 소비자에겐 친환경 제품을!’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채,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제품을 생산하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구현하기 위해 ‘착한 경영’을 실천한다.

그래서 ‘꿈의 직장’이 만들어졌을까?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도 회사의 부채는 쌓여만 간다. 설상가상 일하는 재미마저 잃어간다. “살아남으려면 희생을 감수하고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채찍과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는 당근은 평행선을 그릴 뿐이다.

‘착한 기업이니 물건을 사달라’는 식으로 소비자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영리적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꿈은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도 계속해 그 모습을 바꾼다.

디자이너와 봉제사(메이커)를 연결하고, 매니지먼트하자. 안정적 일자리를 내건 플랫폼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esignersnmakers.com)도 구축해 부지런히 운영했다. 현재도 ESG 이슈와 더불어 이들의 이름이 간혹 등장하고 있다.     

#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지난해 10월 개봉했다. 영화는 타다 금지법 시행 한 달 뒤 중고차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타다 카니발 차량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서비스 종료 후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도 조직을 재건하려는 구성원들의 분투, 무엇보다 그동안 외부에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타다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스타트업에 대한 콘텐츠 대부분이 성공 신화, 성공 방정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스타트업의 본질인 ‘악전고투’에 집중했다. 소수의 인력으로 시작해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일당백의 능력치를 조합해 공룡 같은 현실과 싸우는 일 말이다.

2018년 10월8일, 쏘카의 자회사 브이씨엔씨(VCNC)는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 후인 지난 8일 금융앱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VCNC 전격 인수를 발표했다. 국내 최초로 ‘승차 호출’ 서비스를 선보이며 170만 이용자를 확보했던 타다는 2020년 3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랬다고 멈추지 않았다. 실제로 기존 서비스를 종료한 타다는 가맹 택시 사업 면허를 획득해 ‘타다 라이트’ 서비스를 출시하며 사업을 조정했다. '이동하는 시간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가는 것. “결국 이 영화는 일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라는 권명국 감독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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