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우리만의 작은 배낭을 만들어 어디론가 떠나자
우리가 밟을 수 있는 곳이라면 모든 흔적을 남기고 싶어
무언가 소유할 수 있다면 이 지구의 땅이 전부일지도 몰라
함께 손을 잡자, 우리는 어디든 닿을 수 있어
한가로이 불어오는 바람처럼, 넌 나에게 그런 바람 같은 존재로 기억해
나의 멈춰진 계절에 너를 만나, 우리의 계절은 오래도록 흘렀고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았던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모른 채, 자연스레 물들었어
우리가 흔히 나누었던 말들 중에는 영원을 말하는 단어들이 많았어
가령 이런 말들 영영,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것, 비슷한 류의 단어들이 가득 찼던 때
그때를 떠올린다면, 내가 감히 행복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을까
우리들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할 듯, 영원을 이야기했지
혹 어떤 날에는 서로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했어
여느 인연들과 동일한 모습으로 사랑하며 다투고 밀어내고, 화해하고 서로를 끌어안음의 연속이었고
아물어가는 속도보다 이내 생채기가 더 깊어지는 밤들이 많아졌어
처음부터 하나로 존재했던 것 같은 마음들도 본래의 자신들을 찾아가듯,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 어디론가 흩어져갔어
영원할 듯하였던 우린 특별할 것 없이 여느 연인처럼 만나 헤어졌어
어느 짧은 여름과 달리, 유독 푸르르게 빛나던 작은 여름이었는데도 말이야
우리는 기억하겠지, 어렸을 때의 방학 같던 여름날의 기억처럼
그 기억은 언제까지라도 반짝하고 얼굴을 마주 보는 날이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