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집

혼자 살아도 큰집

by 포포

“앞으로는 큰 집이 인기를 끌 겁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큰집 선호도가 떨어졌지만 이제 반등이 일어날 겁니다.”

흥미 있는 부동산 시장 전망을 (부동산업계가 아니라) 식품유통 전문가에게서 들었다. 당장 몇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지난 5~6년 동안 아파트 선호도는 대형보다 중소형 쪽으로 쏠렸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그랬다. 가족은 분화되고 1, 2인 가구 수는 계속 증가했다. 굳이 큰집이 필요 없었다. 특히 나이든 분들에게, 큰집은 관리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다. 이런 생각이 대세를 이뤘고 집값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생활패턴을 바꿔놓고, 사고를 바꿔놓고 있다. ‘고로 앞으로는 큰집을 사라’는 권유다. 그의 설명이다.


“이제는 뭐든 집에서 하려고 할 겁니다. 극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영화를 보고, 클럽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운동을 하고, 외식보다는 집안 식사가 늘고, 집안에서 농사를 짓는 문화가 일반화될 거니까요.”


전문용어로 홈이코노미(Homeconomy) 시대의 도래다. 집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문화. 집안에 영화 설비를 갖추고 운동시설도 갖추고 농장도 만들어 가꾼다. 집안에서 농사를 짓는 홈파밍(Home Farming) 시대는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작은 베란다에 밭을 만들어 잎채소를 가꾸는 취미생활은 진즉부터 있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아파트 농사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 한다. 믿을 것 없는 시대, 모든 걸 내가 만들어 살아가겠다는 의지들의 행진이다.


식품과 집은 그다지 밀접한 관계는 아니었다. 먹는 것과 사는 곳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받기야 했지만 음식과 집의 영향 관계가 이렇게 깊게 연관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건축가의 관심이 건축주의 음식으로 쏠린 적도 없었고, 집을 구하는 사람이 음식을 주요 옵션에 넣은 적도 없었다. 집은 집이고 음식은 음식이었을 뿐인데, 난데없이 변한 것이다. 아파트 안에는 텃밭이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의심이 든다. 의심은 정직해서 언제나 들키게 마련이다. 그가 보충 설명했다.

“과연 그런가 싶지요? 수치를 보면 딱 나옵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온라인 고객들을 보세요. 앞으로도 계속 온라인 주문을 하겠다는 세대 1위가 50대예요. 20대, 30대보다 50대, 60대의 온라인 선호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올 상반기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50~60대는 오프라인 업계 마지막 보루였다. 뭐든지 대면(Contact) 우선주의자들이었다.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을 중시했던 이들. 그들이 변한 것이다. 어떻게? 직접 볼 필요 없고, 만질 필요 없고, 느낄 필요 없음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외로움을 마다않고 이들마저 Uncontact를 선택하게 됐으니 코로나19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고된 결과이긴 하다. 5060 세대는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설재배 농산물보다 노지 재배 농산물을 선호했던 이들이었다. 이제 ‘하우스 재배 농산물은 맛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이들을 찾을 수 없다. 간편식을 정크푸드라 말하는 이들도 급격히 줄었다.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다만 기점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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