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닮는다면
안 반가운 이야기
엊그제 광화문의 뒷골목에서 조촐한 저녁식사를 했다. 제법 넓은 식당인데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일찍 식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2차도 했다. 맥주 집도 마찬가지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물론 특별한 게 아니다. 코로나19 2.5단계 이후 어느 동네든 비슷한 풍경, 우울과 비례해 술도 일찍 취했다.
“광화문은 조금 더 심각해요.”
외식당 7곳을 관리하는 셰프가 광화문의 심각성을 다른 곳과 비교해 설명했다. 8.15 집회 이후의 얘기다.
우선, 광화문 근처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이 떠돌 듯한 느낌이 (비과학적 해석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드나 보다. 대낮에도 거리의 사람 수가 현격히 줄었다고 한다.
둘째,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권장하는 회사가 다른 지역의 오피스 가보다 많은 것도 현실이다. 정확한 수치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셋째, 다른 지역보다 오피스가 유난히 많은 지역이 광화문이다. 일반주택이나 아파트, 상가 등이 복합적으로 형성된 곳이 아니라 광화문은 완전한 오피스 중심 거리다. 이곳의 외식업 타격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광화문 집회가 대규모로 일어날 때 광화문 근처의 식당들은 특수를 누리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 상권이 형성되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 상가를 잡아야 하며, 사람들을 최대한 유인하기 위해 상술을 써야 하던 시대는 이제 오래된 과거가 됐다.
광화문의 셰프는 맥주 한잔을 금세 비우고 한숨을 쉬었다. 으, 8월 15일이여.
9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쪽저쪽에서 청소를 하고 문닫을 준비를 하는 모습이 스산했다.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서 귀가를 서둘렀다. 본의 아니게 선진국 라이프 스타일로 들어섰음을 확인하며 .
반가운 이야기
김치의 해외 수출이 늘고 있다. 조금씩 느는 게 아니라 급증 추세다. 올해 1~5월 김치 수출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4.1% 증가했다. 미국과 대만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60%, 태국 수출량은 123%, 상반기 일본 수출은 64.9%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적은 이유는 김치 때문’이라는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교수 연구의 발표(영국 ‘The Sun’ 지 보도)도 최근 화제가 되었다. 역시 새삼스러운 뉴스는 아니다. 2002년 사스 사태 때도 김치의 면역력 강화론이 분분했었다.
옳은 얘기든, 얼추 옳은 얘기든,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든 중요하지 않다. 저명한 연구팀의 발표를 저명한 언론사에서 인용했고 그것이 세계 언론들에 전파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K-방역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게 아니다).
아무튼 지금, 김치는 신이 났다. 김치는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신이 났다. 이런 3단 논법이 현실화되길 바란다. 저명한 것과 믿음직한 것의 상관성이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일치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좋아진다. 지금 불안한 것은 그것, 그들의 불일치가 점점 많아지는 현상이다.
오늘날 저명한 것들은 모두 김치를 닮기를. 김치는 구하기 쉽고 저렴한 재료들이 혼합돼 발효와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매일 김치를 먹는 저명한 것들이 이 말을 알랑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