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나 가볼까

당황하는 순간들

by 포포


#1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뀔 때가 있다. 두세 번 들러본 적이 있는 골목 카페를 지나칠 때였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고 밥보다는 군것질이 당겼다. 커피 한잔에 쿠키 몇 조각?


갖고 있던 비스킷을 들고 카페로 들어갔다. 핸섬한 청년이 직접 로스팅해주는 커피 한잔에 비스킷을 먹으며 잠시 멍이나 때릴까 싶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문하며 양해를 구했다.

“ (들고 간 비스킷을 보여주면서) 차 마시며 이것 좀 먹어도 되죠?”


별 생각없이 예의를 차리려 한 말이었는데 주인은 의외로 냉정했다.

“외부 음식 반입은 안 됩니다. 여기를 보십시오.”

주문대 옆, 코 앞에 이런 문구가 씌어 있었다.


‘매장에서 외부 음식(빵, 샌드위치, 과자 등등)을 드시면 안 됩니다. 쓰레기 치울 때마다… 내가 이러려고 카페를 하나 자괴감이 듭니다.’


음, 당황 또 당황. 주문한 커피를 취소할 수도 없고 멍 때리려던 마음도 급격히 차가워졌다. 경영주의 심경이 한편 이해가 되면서도 그 정도 아량도 없이 서비스업을 하나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결심했다. 여기는 이제 아웃! 속 좁은 꼰대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2

딸의 친구들이 고급진 카페를 다녀온 얘기를 해주었다. 커피 한잔에 7000원인데 양은 적지만 향과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어떤 원두를 쓰길래 이런 맛을 낼까, 운운하고 있던 중 한 손님이 주인과 다투기 시작했고 일행은 귀를 쫑긋하며 추이를 지켜보았다는데…


“아무리 좋은 커피라도 그렇지, 7000원씩 받으면서 리필을 안해 준다고? 내가 뭘 마셨는지도 모르겠단 말야. 씩씩.”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중년 남성의 표정이 눈에 선했고 괜스레 낯이 화끈거렸다. 오마이갓.


#3

한 무리의 청년들이 팔당댐 근처의 전망 좋은 카페를 갔다. 그 중 한 친구가 늘 양을 중시했는데, 혹시나 싶어 리필이 되는가 물었다. 품위 있게 나이든 노년의 사장님이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길,

“이걸 일일이 리필해주면 우린 뭐 먹고 살라구!!”


청년은 깜짝 놀라 머리를 숙이고 돌아섰다. 그냥 질문을 한 것뿐인데 욕을 먹다니, 씩씩.

세련돼 보이던 노신사가 갑자기 ‘꼰대’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옆의 친구가 다독였다.

“저분이 뭔가 화가 나 있었어. 너한테 화를 낸 게 아니니 마음 풀자구.”


누구나 종종 겪을 만한 일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삶의 여유가 있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도 어렵고 팍팍한 날들이 지속되면 쉽게 일어나곤 한다. 심사 꼬이는 건 늘 순간이다. 카페는 왜 가며 차는 왜 마시는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이니 지금은 억지로라도 차를 마실 때. 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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