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포 Jul 18. 2024

보양식 변천사

보양식의 변화로 보는 식생활 패턴

삼복(三伏) 시즌의 보양식 판매 경쟁이 뜨겁다. 새롭게 출현하는 보양식 상품들을 보면 신선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는 ‘반려동물을 위한 보양식’이다. 


여름철 반려견 몸보신에 도움을 주는 ‘영양 오리탕’을 출시한 업체의 상품설명서를 보자. 


‘신선한 국산 오리를 장시간 우려낸 육수에 부드러운 오리안심, 인삼, 고구마로 맛과 영양을 담은 반려견용 보양식입니다. 닭고기 알레르기가 있는 강아지가 섭취하기 좋으며 반려견 피모건강과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풀무원식품이 출시한 ‘반려견의 원기 회복을 위한 보양식’ 안내문은 다음과 같다. 


‘동물복지 닭고기, 황태, 두부 등 엄선한 건강 재료에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입맛 없는 여름철 반려견의 원기를 회복시켜 줄 제품입니다. 여름철 더위로 입맛이 떨어진 반려견, 출산이나 수술을 마친 반려견, 영양 보충이 필요한 반려견, 입맛이 까다로운 반려견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한 세대(30년) 전만 해도 복날 보양식의 대표음식은 보신탕이었다. 개장국이란 이름으로 오랜 역사 동안 보양식 넘버원으로 군림해 왔던 사실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보양식은 몸보신으로 먹는 음식이다. 삼계탕, 보신탕, 개소주, 추어탕, 염소탕, 장어구이 등이 대표적이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자라, 개구리, 뱀, 고양이 등을 잡아먹으며 건강에 좋은 보양식이라 부르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보신탕이 뒷골목으로 물러나면서 삼계탕이 지존의 자리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전통적 보양식들은 비슷한 지위를 유지했다. 축산물로는 한우곰탕, 오리탕, 염소탕 등이 인기였고, 수산물로는 장어, 낙지, 문어, 전복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로 음식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기,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었다.


반려동물용 보양식의 출현은 최근 문화를 상징하는 극적인 사례가 분명하다. 또 한 가지 극적 변화는 간편 보양식들의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삼복 시즌은 외식업계의 명절이었다. 복날 특수는 설과 추석 양대 명절만큼 중요했고, 특별 메뉴를 개발하고 홍보하는데 주력했지만 이제 세상이 바뀐 것이다. 


올해는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돼 있지만 외식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간편 보양식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양식 문화는 기본적으로 농경 시대의 산물이다. 육체노동 중심의 가난한 시대에 특정한 시기에 영양보충을 위한 이벤트로써 기능했던 것이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식재료가 풍부하고 육체노동에서도 벗어났으며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쉽게 접하는 시대다. 보양식의 실제 영양학적 가치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양식’ 시장경쟁이 치열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과학보다는 습관적 인식, 실제 기능보다는 상품 마케팅의 힘이 세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동물의 보양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