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이를 먹으러 갔다. 왜?
올해는 유난히 봄이 늦게, 올 듯 말 듯한 계절 시샘에 약올랐기 때문이다. 봄과 탕탕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 수 있다. 이제부터 설명을 하겠다. 약이 오르니 탕탕이를 먹자고 제안한 사람이 미식가였기 때문이다.
우선 탕탕이부터 설명하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국물 있는 탕요리로 생각하기 쉽다.
탕탕이 원재료는 두 종류가 있다. 낙지와 쇠고기다(물론 둘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을 수는 있지만 널리 알려진 탕탕이는 그렇다). 도마 위에 낙지를 올려놓고 탕탕탕탕탕 칼로 내려쳐서 먹기 좋게 내놓는 게 낙지탕탕이다. 쇠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쇠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탕탕탕탕 내려쳐서 식탁에 올리면 쇠고기 탕탕이다. 뭐든 도마 위에서 칼날에 탕탕탕 두들겨 맞을 수 있다면 탕탕이 자격이 있다.
“봄에는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하는데, 영 봄맛이 안 나니 겨울별미를 마지막으로 먹자구요. 무안낙지 탕탕이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것이 탕탕이를 먹으러 간 간단한 이유다. 어떤 식당이든, 맛집의 핵심은 ‘주인’이다. ‘맛’이 제일이라는 주장을 이길 수는 없지만 정점은 역시 주인이고, 주인의 말이고, 주인의 개념이다. 탕탕이집 주인이 말했다.
“무안낙지가 유명한 이유는 뻘 때문입니다. 뻘이 부드러워 질기지 않죠. 진정한 힘도 사실은 부드러움에서 나오잖아요. 맛도 마찬가집니다. 네, 취향대로 드세요. 저는 아무 것도 섞지 않는 걸 좋아하지만 취향은 다 다르니까.”
탕탕이는 계란 노른자와 참기름(또는 몇몇 소스)과 깨소금, 더러는 채로 썬 배를 달고 나오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원재료 맛을 고스란히 느끼려면 역시 섞지 않는 게 최고. 탕탕이 전문가는 "곧이어 탕이 나올 테니 한번 보라"고 권한다. 탕탕이 다음에 먹을 '진짜' 낙지탕이다. 올해의 최고 낙지라며 탕에 넣기 전에 (손으로 잡아) 보여주는데... 어머나 세상에, 곧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이게 낙지예요? 문어예요?”
먹는 것은 모두 계절이 있다. 가리켜 제철음식이라 한다. 제철 식재료가 철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디에서든 문제가 생긴다. 단순히 맛있게 먹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 집 탕탕이를 추천한 미식가는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양념 맛이 아니라 원재료 맛을 중시하는 집들을 잘 관찰하면 공통점이 있어요. 재료가 떨어지면 장사를 안 하는 거죠. 그래서 조금 비쌀 수도 있지만 손님 입장에서든 주인 입장에서든 모두 개운하죠.”
탕탕이집 주인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 올라온 낙지는 끝났습니다. 마지막 손님이 되신 걸 축하합니다.”
개운했다. 마지막 손님으로 축하를 다 받다니, 이런 경사가…
식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먹는 장사가 아니라 파는 장사도 제철이 중요합니다. 제철 식재료를 잘 수급할 수 있으면 성공이 그만큼 빠르고, 그걸 간과하면 고생합니다. 철이란 게 그렇게 중요합니다.”
비단 철뿐은 아닐 것이다. 월마다, 일마다, 세세년년마다 딱딱 들어맞는 원리가 있을 것이다. 적합하게 먹고 적합하게 행동하고 적합하게 말하며 살아기기란 참 쉽지 않다.
그건 그렇고, 탕탕이란 이름을 붙인 그분은 도대체 누구일까? 몹시 궁금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