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과 방역'에 대한 단상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오래 전 선물 받은 보이차를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후배에게 선물했다. 선물을 하며 무심히 한마디 던졌다.
“면역력 증강에 좋은 차야.”
농담 비슷하게 던진 말인데 후배는 반색을 했다.
“와우, 최고예요. 고마워요.”
후배도 농담 비슷하게 흥겨워했다. 덕담은 역시 해될 게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난리다.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소비 침체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시장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외식업체들은 더욱 위기감에 시달리는 반면 온라인 쇼핑업계는 탄력을 받고 있다. 외식은 줄고 배달음식은 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소비행태를 바꾸며 시장 구도를 크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뜨는 식품들이 있다.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들이다. 홍삼과 프로폴리스, 비타민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염성 질병이 이슈로 오를 때마다 나오는 현상. 나를 지키는 것은 면역의 힘이고 그것이 건강의 척도이며 그러려면 좋은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논리가 날개를 달고 있다.
엊그제 감자탕을 먹으러 한 식당에 갔더니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먹거리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다.’
단군 할아버지가 오픈한 식당인가 싶었다. 음식 나오기 전 여기저기 둘러보니 흥미로운 문구가 또 있었다.
‘음식만으로 환자를 고칠 수 있다면 약은 약통 안에 그냥 두시오.’
음, 허준 선생이 동업을 하는가 싶었다. 또 있었다.
‘건강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원하지 않는 것을 먹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마시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다.’
???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의미를 풀어놓은 것일까? 열심히 노력하며 살라는 의미인가? 저 카피를 내건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는데 감자탕이 나왔다. 맛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살점이 잘 떨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뼈다귀를 손에 들고 앞자리 사람을 의식하면서) 다소 지저분하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적 공통 관심사가 날마다 생기는 시대이지만 전염성 질병만큼 영향력이 큰 것은 없다. 코로나가 미국 대통령보다 훨씬 세다. 경제구조, 문화, 인류의 습성까지 바꾸게 하는 힘이 참으로 막강하다. 이 와중에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애잔하게 고생해 온 우리나라가 방역체계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듯해 은근히 우쭐해지기도 한다.
면역은 내가 만들어야 하지만 방역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면역은 개인의 문제이고, 방역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면역력은 핑계를 댈 수 없고 방역력에 대해서는 매의 눈으로 본다. 하지만 둘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어느 한 가지가 강하다고 해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평생에 보지 못했던, 이상한 사건과 행태들을 보면서, 평생 농부로 살면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했던 전우익 옹의 말이 떠올랐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