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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포 매거진 Dec 12. 2022

엄마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엄마의 손편지는 사랑, 그 증표였습니다 by 소네

엄마와 딸의 관계는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저의 경우 K-장녀이기에 부모님이 남동생보다 제게 큰 기대가 많았지요. 어떻게보면 첫 자식에게는 ‘부모’라는 첫 역할을 준 사람이기에 부모로서 더  많은 ‘실패’와 ‘허탈감’을 주는 대상이면서 이 세상에 좋은 걸 다 해주려는 ‘애씀’ 의 상대이기도 하죠. 우리 세대와 달리 부모님 세대는 유독 자식의 인생을 위해 자신의 일과 생활을 더 많이 희생하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오만가지 감정이 드는 한 ‘인격체’를 독립적으로 바라보면 좋을텐데, 쉽지 않을 때가 제 인생에도 있었지요.


특히 엄마는 제가 많은 사랑을 주신 만큼 그에 대한 몫도 원하셨죠. 돌아보니 그 애정이 나에 대한 순수한 애정임을 알면서도 부담감도 느껴졌어요. 가끔은 내가 내 자신에게 바라는 감정이나 희망도 버겁기에 누군가의 기대에 미쳐 사는 게 쉽지 않음을 10~20대에 느꼈었거든요. 오히려 철부지없이 무심하게 행동하는 장녀이기도 했습니다. (미안하게도 남동생이 그 몫을 대신해 줄 때도 있었고요) 


시간이 비켜가는 틈에 엄마와 나의 관계는 멀어지기보다는 더 견고해졌습니다. 제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엄마의 입장을 더 헤아리게 되었죠. 그러나 엄마와 제가 바라보는 ‘자식을 키우는 시각’은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좀 더 아이의 삶에 온전히 저를 다 내어주지 않았거든요. 애정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자식을 키우는 양육자로서 엄마와 찐한 연대감이 생겼습니다. 특히 도시락을 챙겨준 엄마의 ‘애씀’을 이제서야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급식을 했던 고등학교 때와 달리 초,중학교 9년간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도시락을 매일 챙겼습니다.  간혹 중요한 이벤트(시험, 생일 등)가 있으면 엄마의 편지가 더해졌죠. "딸, 오늘 많이 춥지? 맛있게 챙겨먹고 시험 잘 보고 와” 말과 다르게 편지로 마주하는 엄마의 안부인사는 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특히 사춘기 기간이 길었던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어요. 


정작 부모님께,엄마에게 다정스런 딸이 되지 못했죠. 아이를 키워보니 얼마나 답답했을지 그 마음이 헤아려집니다. 그러했기에 특정 기념일에 엄마에게 말보다 ‘편지’로 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엄마의 온정을 가득히 느끼고 싶으면서도 거리감을 두었던 딸. 표현에 서툴렀던 딸. 그런 딸을 기다려주고 더 많은 표현을 해준 엄마께 감사드립니다. 엄마의 손편지는 사랑, 그 증표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해를 거듭할수록 체감하는 지금, 이달에 제 마음에 쏙 들어온 신간을 만났어요. 포텐 독자님께도 먼저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돌고래 출판사가 펴낸 <돌봄과 작업>입니다. 부제는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입니다. 11명의 창조적인 업을 가진 엄마들의 옴니버스 에세이입니다. 저는 이 책을 발목 회복차 물리치료를 받는 1시간 동안 완독했습니다. 속독하기에도 좋은 200페이지의 양입니다. 창조적인 일을 업으로 두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돌봄’과 ‘작업’은 서로 상충하거나 무관한 말 같지만, 둘 다 우리 삶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들이고 둘 다 창조성의 영역에 속한다.(중략)창조적인 작업은 정지되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진짜 나다운 것은 너를 보살피고 너에게 침범당하며 너와 뒤섞이는 와중에 만들어진다. 진짜 창조물은 머리만이 아니라 손발과 팔다리로, 마음과 오장육부를 거쳐 만들어진다.“

(출처.p.18  ‘돌봄과 작업’ 에디터 노트 중, 

정서경,서유미,홍한별,임소연,장하원, 전유진,박재연,엄지혜,이설아,김희진,서수연)


유독 이 문장이 제게 와닿았던 이유는 창조적인 작업(인터뷰 외고글을 다듬느라)을 똑같이 경험했기 때문이죠.  11월 마지막 한 주간 후두염이 걸린 아이를 가정보육하며 양손은 키보드에 제 한 쪽 허벅지는 아이에게 내주면서 정신없이 마감을 한 기억이 나네요. 일정은 정해져있고, 해야할 몫은 있기에 변수같은 날에 몰입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했습니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이 문구가 뼈저리게 와닿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덫에 걸린 거 같았다. 보이스피싱 같은 것에 낚여 나도 모르게 무시무시한 물건을 주문해버린 것 같았다. 20년 할부로.”

                                   (출처 p.40  ‘돌봄과 작업’ 중,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


올해 명작인  <헤어질 결심>의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의 문구도 명문이었지요. 제 하루와 흡사한 일정을 보내는 여러 기고가들의 글을 읽으며 어느 누구도 터놓지 못한 생활 속의 애로점에 공감했어요.


“아이를 재운 뒤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쓸 때도 있고,아이가 잘 때 같이 잠들었다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소설 파일을 열기도 했다. 가끔은 그냥 잠들어버렸는데 그럴 때면 뭐랄까, 몸은 개운한데 정신이 피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p.52 서유미 소설가


“아이는 아빠 외출은 환영할지언정 엄마의 외출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꼼짝할 수  없었다. 이 경험이 나에게는 일생 최대의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노력해서 안됐던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이와 관련된 일만큼은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 

p.84 임소연 과학기술학 연구자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것은 시간과 에너지의 가난이다.” p.127 전유진 아티스트



많은 글귀에서 또 다른 저를 만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새 생명의 탄생과 출산을 재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열심 끝에 마주하는 결말이 번아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삶이 되었을 거라고”는 편집자가 쓴 책을 펴낸 의도를 알게되면 마음이 든든해질 거예요. 12월 2일 초판이 발행된 책이 보름이 채 안 된 시기에 중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양육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게 될 이 책을 이달의 추천 신간으로 내밀어봅니다. 


더불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궁리를 하다 우연히 동네책방에서 만난 2020년 그해 신간 <예술하는 습관>책도 함께 추천해요. 요즘에는 익숙한 단어, <리추얼> 책을 쓴 메이슨 커리가 여성 예술가 131명의 루틴과 작업 습관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읽다보면 일상 속에서 창조적인 일에 몰입하고 싶은 기분이 들겁니다. 








책보다 뉴스레터를 더 챙겨보는 ‘소네가 추천하는 오늘의 뉴스레터 문장’


요즘 꽂힌 키워드는 ‘커뮤니티’입니다. 지난해부터 관심두었던 키워드이기도 했지만, 현재 뉴스레터를 1년간 운영하며 구독자분들과 엮는 기회를 많이 늘리고 그 기회에서 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이어지다보니 ‘커뮤니티’를 생각하게 되었네요. 앞서 1호에서도 포포포매거진이 온라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 계기도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그 와중에 지난주 신간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책을 접했습니다. 건국대 경영대 마케팅 분과 교수인 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는 심리학을 기반으로 디지털 마케팅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는 물건을 파는 시대에서 고객 경험을 파는 시대로 전환되겠구나’(출처. 폴인페이퍼 16호) 깨달으며, 커뮤니티에 대해 더 연구하게 되었죠. 


그의 책을 읽으며 스타벅스, 나이키 등 세계 유수한 기업들도 소비자와의 만남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죠. 신발을 사고 싶으면 걸어다닐 때마다 타인의 신발만 쳐다보게 되죠. ‘커뮤니티’를 생각하니 오늘 만난 뉴스레터에서 커뮤니티의 속성을 언급하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은 콘텐츠의 잠재적 소비자나 투자자의 그룹은 아니다. 특정한 취향, 태도, 안목과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크리에이터는 이들을 결집시키는 핵심이다. 크리에이터의 태도와 비전이 반영된 메시지가 콘텐츠의 디테일 곳곳에 녹아들 때 비로소 커뮤니티는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콘텐츠란, 크리에이터의 메시지가 담긴 그릇이다. 거기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고스란히 스며든다. 이 메시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크리에이터는 이런 커뮤니티를 잘 운영해야할 책임을 가진다. 미래의 크리에이터는 커뮤니티 리더가 되고, 커뮤니티 리더는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기술적 역량만큼 리더십도 중요해진다.”

(출처. ‘크리에이터에게는 리더십도 중요해집니다’ 차우진의 TMI.FM


즐겨보는 뉴스레터 중 하나로  차우진 음악평론가가 발행하는 ‘차우진의 TMI.FM’입니다. 무료레터뿐만 아니라 유료레터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마치 라디오처럼 구성된 뉴스레터로 스스로를 DJ라고 말하는 그는 음악 산업의 콘텐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만큼 그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결국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창작자는 더 나은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밖에 없는 역할을 가지게 됩니다. 더 나은 역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고스란히 적힌 문구였어요. 포포포 매거진이 가야할 방향성도 이 안에서 찾을 수 있겠죠. 포텐 여러분의 도움이 더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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