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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포 매거진 Feb 07. 2024

[이달에] 그림일기 그림일주

2024년 1월 포포포 이달의 에디터 

POPOPO 이달의 에디터를 소개합니다 
feat. 줄여서 '이달에'를 시작합니다.


2024년 1월의 에디터_핀란드 똔뚜가족 June 작가님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핀란드 똔뚜가족 툰을 그리는 엄마 준(June)입니다. 디자인 공부를 핑계로 핀란드에 오게 되었는데 새해가 되면 벌써 헬싱키 살이 12년 차가 되네요. 일상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고, 도자기로 빚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Q. 그림일기 그림일주 기획 배경이 궁금해요. 


출산 직후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족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정말로 소중해졌어요. 그래서 열심히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그림일기를 못 그리는 날은 정말 순식간에 기억에서 사라져버려요. 특히 아이가 자라는 건 순식간이라 매일 일어나는 놀랍고 기막힌 순간들을 잊어버리는 게 너무 아까웠어요. 매일 소중한 순간을 포착하는 그림일기를 시작한 건 제가 최근 2년 동안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입니다. 저의 그림일기는 제 아이도 가장 좋아하는 책인데요. 이렇게 좋은 걸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더 큰 계기는 저 스스로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그림일기를 그리고 싶은 마음에 일을 벌였습니다. 혼자서는 자신 없는 일도 같이 하면 더 수월하니까요.



Q. 핀란드에서의 하루 일과는 보통 어떻게 흘러가나요?


아이가 있는 집의 일과는 어디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는 보통 남편이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간단한 아침을 차리고, 저는 아이를 깨워 같이 등원준비를 합니다. 핀란드는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고, 재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아빠의 회의 스케줄에 따라 아침이 등원 전쟁이 될지 평화로울지 결정 돼요. 보통 9시 이전에 차로 함께 등원을 시키고, 저는 핀란드 어 학원에 갔다가 도자기 작업실에 가거나 근처 도서관에서 글쓰기, 일러스트 작업을 합니다. 그럼 또 금방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4시가 됩니다. 집에 가는 길에 어린이집이 있어서 남편과 같이 픽업을 가요.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고 보드 게임이나 만들기 놀이를 하다가 여덟 시 쯤 잠재울 준비를 합니다. 잠재우는 건 저의 담당이라 그 사이 남편은 설거지와 부엌 정리를 합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아이 방문 옆에 놓인 책상 앞에 앉아서 그림일기 한 장을 남깁니다. 아이가 일찍 잠들어 체력이 남으면 인스타툰을 그리거나 글쓰기를 하고, 손가락만 까딱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그림과 도자기를 구경하다 자정쯤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Q. 핀란드에 살면서 느꼈던 한국과 가장 다른 부분은 무엇인가요?


핀란드의 삶은 모든 면에서 해가 없고 여유롭다는 것이 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유럽 내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이 핀란드인데요. 시내에 나가서도 사람에 치이는 일이 거의 없고, 조용한 곳을 어디서든지 찾을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인접한 숲과 호수와 같은 대자연도 큰 부분을 차지하죠. 여름휴가에는 한 달간 자연 속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코티지 문화가 있어요. 힘들 때 회복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핀란드 사람들은 친한 관계 혹은 가족 간에서도 각자의 공간과 속도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요. 남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산해진미를 먹던, 멋진 휴양지에서 호캉스를 즐기던 전혀 부러워하지 않죠. 시골 호숫가에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조용히 가족과 함께 집밥을 해 먹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거든요. 

(물론 해가 안 뜨는 겨울에 따뜻한 나라에 일광욕하는 사람들은 부럽습니다.)



Q. 영감을 얻는 시간과 장소는 어디인가요?


모든 영감은 일상에서 포착하는 장면과 가족과 대화를 통해서 얻습니다. 영감은 정말 어디에든 있어요. 매일 그림일기와 메모로 기록하면서 아이디어들이 연결되고 그림, 도자기 작업으로 발전돼요. 마음이 지쳤을 때는 자연 속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특히 집 앞에 있는 숲을 자주 산책하는데요. 숲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아기를 낳고 이유 없이 우울할 때는 거의 매일 집 앞 숲을 걸었어요. 겨울에 태어난 작은 아기가 매일 자라나는 모습과 앙상하던 숲의 녹음이 짙어지는 모습을 함께 보는 것은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감동과 에너지를 주었던 것 같아요. 



Q. 똔뚜가족 캘린더를 보시고 핀란드는 4월까지 눈이 오나요? 라는 질문을 주신 분들이 꽤 계셨어요. 정말 그러한가요? 눈이 많이 오는 편이죠?


핀란드의 봄 색은 하얗고(눈) 파랗(하늘)답니다. 정말 4월에 눈이 내립니다. 6월에 내린 적도 있어요! 일 년에 반은 눈을 볼 수 있어요. 아침에 집 앞 눈 치우고, 출근 전 차에 쌓인 눈 털어내는 것이 일상이죠. 4월까지 아이들 등원할 때 썰매에 태우는 것이 국룰이고, 눈 치우는 삽은 겨울 필수 장난감이지요. 10월 말 정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5월 중순은 되어야 마당에 눈이 다 녹는 것 같아요. 그러다 갑자기 봄이 팝콘처럼 빵 터집니다. 



Q. 산타의 본거지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풍경은 어떤가요?


연중 가장 어두운 달이 11월이라 사람들은 이때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우울을 달래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어두운 집을 반짝이는 조명으로 밝혀요. 선물은 대부분 실용적이고 소박한 것들인데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파는 음식이나 책을 많이 선물하는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엽서를 수십 장씩 손 편지로 간단히 써서 보내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크리스마스 전에 친구 혹은 직장 동료와는 ‘삐꾸 요울루(작은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날을 잡아서 함께 먹고 마시는 파티를 즐기고요. 크리스마스이브 부터는 가족과 함께 보냅니다. 전나무를 사거나 숲에서 잘라서 집에 트리를 만들고,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음식을 만들어 먹어요. 그리고 산타가 집에 와서 선물을 나눠줍니다. 보통 친척에게 부탁하거나 사람을 고용하기도 합니다. 핀란드 아이들은 꾀 오랫동안 산타의 존재를 믿는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는 온종일 먹고, 먹고, 또 먹는 날이에요. 아침에는 간단히 쌀과 우유를 끓여서 죽을 만들어 시나몬과 설탕을 뿌려서 먹는 것이 전통이에요. 아몬드 한 알을 넣어서 자기 그릇에서 발견되면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전식은 돼지고기 뒷다리를 통으로 오븐에 구운 낀꾸(Kinkku) 햄, 다양한 뿌리채소를 갈아서 크림과 함께 오븐에 구운 라띠꼬(Laatikko)라는 음식이 있어요. 그리고 달콤한 시럽을 넣은 호밀빵과 연어, 청어 절임, 치즈, 샐러드랑 함께 먹어요. 후식으로는 가운데 자두 쨈을 넣은 별모양의 요울루또루뚜(joulutorttu)와 진저쿠키를 먹어요. 글료기(glogi)라는 베리와 계피 향이 나는 멀드와인을 같이 마십니다. 

시어머니 말에 의하면 크리스마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요.ㅎㅎ 핀란드는 음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아서, 내세울 음식이 정말 없거든요. 가난한 시절에 먹었던 전통 음식들은 향신료도 소금, 후추밖에 없어요. 저는 여기서 산 지 10년 째 되는 해에 처음으로 핀란드 크리스마스 음식이 맛있다고 느꼈는데요. 그때 비로소 현지 적응이 다 되었구나…라고 생각했죠. 



8. 2024년에 바라거나 소망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하는 글, 그림, 도자기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면서, 잠을 잘 자는 것이 새해 소망입니다. 2023년도는 3년간 육아 후 처음으로 제시간을 가지는 해였어요. 일도 조금씩 시작하고, 무엇을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다양한 시작만 하고 마무리를 못 지은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새해에는 마감일을 정해서 벌인 일을 마무리 지어서 세상에 내보이고 싶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죽을 고비를 넘겼던 ‘핀란드 요정 똔뚜 출산기’를 툰으로 연재하는 것이에요. 핀란드에서 사업자를 내고 도자기 클럽도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일기 그림일주’ 리츄얼을 한 해 내내 운영해 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의 자라는 건 같은 친구가 제주도에서 화실 겸 연필 가게인 ‘기막힌’을 운영 하고 있어요. 그 친구와 함께 협업해서 연필그림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한 해를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일기 그림일주 신청은 1월의 에디터 June과 <그림일기 그림일주> (popopomagazine.com)


https://popopomagazine.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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