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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Nov 15. 2024

브런치는 “불행자랑 대잔치”라는 이야기에 대하여

자신이 불행한 게 자랑인 듯 올리는 이야기들이 많다고요?

얼마 전에 브런치가 불행자랑(특히 이혼, 불안한 가정환경) 글이 너무 많이 올라온다는 글을 봤다.

인스타는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한 플랫폼

브런치는 자기 불행을 전파하기 위한 플랫폼

이렇게 특색이 각각 나뉘어 나타난다고 했다.


아무래도 인스타는 글보다는 사진이 주가 되니, 시각적인 요소에 자랑하고 싶은 좋은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은 심리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해 브런치는 사진보다는 글이 주가 되니 마음, 심리 등등 스토리에 조금 더 특화된 곳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살짝 내 개인적인 마음을 고백해 보려 한다.


나도 이곳에 내 과거를 적나리하게 적어뒀다.

부모님의 이혼, 나의 과거, 그에 대한 내 솔직한 감정들.

내가 그것들을 이렇게 내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읽는 곳에 왜 올려뒀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 이유는 과거에 브런치에서 봤던 글 때문이었다.


내가 브런치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작가님의 이혼이야기를 읽었다.

작가님의 솔직한 감정들과 그때의 상황들이 자세히 적혀있었고 그 글을 보면서 새벽에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나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던 거다.

시야가 나에게만 맞춰있다 보니

정말 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바닷속에서 맨몸 잠수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통해서 그분의 “글”과 “소통”했다.

적어도 나에게 그 글은 위로가 되었다.


“아 이분도 삶에 이런 이야기가 있네. 그래도 언젠가 이겨낼 수 있는 거구나. 이혼이라는 주제가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에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잘하지 않는 편이다.

이곳에 적은 이야기는 심리상담사 선생님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섞여있다.

선생님과 나도 사람대 사람의 관계인지라 너무 적나리하게 모든 이야기를 다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마지막 남은 일말의 자존심 뭐 이런 거였달까)

그래서 심리상담에 가서 할 수 있는 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고, 주변에 내 고민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날이면 괜히 술을 먹고 벽에다가 독백처럼 종종 말하거나(지금 생각하니 약간 이상한데), 종이일기장에 적고는 했다.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소통이 결여된 느낌, 외로움이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곳은 서로의 얼굴을 모르니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편했다. 내 외적인 모습이나, 현재의 상황으로 나를 판단하는 “눈”이 없어서 좋았다.


브런치는 개개인의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인 거 같다.


시각적인 자극에서 벗어나서 오로지 글, 검은 줄과 흰 배경만이 있는 담백한 공간.

그 안에 직접 타이핑을 하고 시간을 들여서 한 자 한 자 적어둔 고백이자 독백.


누군가는 자극적이다, 너무 개인적인(이런 곳에 굳이 올려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이야기다 하겠지만.

”얼마나 이야기할 곳이 없었으면 “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괜히 불행자랑이라는 말에 속상해서 써보는 구질구질하고 비좁은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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