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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May 28. 2023

주인공은 언제나 너였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 감독 작

전혀 기대하고 보지 않았는데 정말 좋았던 마블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유독 공감되는 대사가 많아서 오늘은 대사를 중심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

그럼 마블은 그저 오락만을 추구한다는 나의 오만과 편견을 내 눈물로 잠재워 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지금 시작!!

(스포 존재)

1. 함정인 줄 알고 가면 함정이 아니라 대결이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

 네뷸라와 드렉스, 멘티스는 피터를 구하려다 도리어 하이 레볼루셔너리 로드에게 붙잡히고 만다. 친구들을 데리러 오라는 하이 레볼루셔너리 로드 (이하 '하레로' ?) 의 제안에 네뷸라는 '이건 딱 봐도 함정이다'며 제안을 거절하고자 한다. 이 때 피터의 한 마디 '함정인 줄 알고 가면 함정이 아니라 대결이지'

 나는 이런 피터의 마음가짐이 정말 멋졌다. 그리고 피터의 이 말은 마냥 마블 속 세계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마음가짐이 참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한창 입시에 지쳐 있을 시기에 고전 읽기 수업 시간에 들은 '일야구도하기'가 떠오른다. 박지원이 청나라에 사절단으로 파견되었을 때 겪은 일을 서술한 이야기이다. 급하게 길에 올라 하룻밤 동안 강을 여러 번 건너야 했던 박지원은, 거센 파도와 풍랑에 죽음이 들이닥치는 듯한 두려움을 느낀다.

 험악한 자연의 한가운데, 박지원은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한다. 마음가짐이 달라지자 그의 주변은 이내 고요히 침잠하는 듯 하다. 마음가짐은 사람의 상황을 이토록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는 몰랐는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이 대사와는 참 잘 맞는다고 느낀다.

 함정임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함정의 한가운데 서서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켜보자.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함정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2. 그는 웃기고 우리를 사랑하는데 어째서 쓸모가 없어! / 너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저 지금의 세상이 싫었던 거지

극 중 피터와 하이 레볼루셔너리 로드

2번째 카테고리에서는 두 개의 대사를 말하고자 한다. 이 대사가 쓰인 상황도 인물도 겹치는 것이 없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웃기고 사랑하는데 어째서 필요가 없어!' 항상 사고만 쳐서 일을 꼬는 트렉스 때문에 화난 네뷸라는 드렉스를 공격한다. 이 때 멘티스가 위와 같이 말한다. 영화 상에서는 뒤를 코믹하게 처리해서 그렇게 무거운 느낌의 장면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곱씹을수록 더 생각하게 되는 대사이다.

 극 중 드렉스는... 정말로 멍청하다. 지능도 부족하고, 하지 말라는 건 꼭 해내고 마는 천방지축이다. 하지만 그는 그만큼 자존심 세우지 않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웃기고 사랑한다. 효용과 일이 중심이 되는 네뷸라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건 네뷸라다. 네뷸라를 보면 오만과 편견을 가진 내가 떠오른다. 일을 할 때면 네뷸라처럼 문제 해결 과정에만 급급했다. 그래서 간혹 드렉스 같은 인물을 보면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과연 이 팀에서 그의 충분한 가치를 해내고 있는 걸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거지만...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더라. 드렉스는 치댈 줄 아는 캐릭터이다. 자존심 세우고 일처리에 몰두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네뷸라와는 달리, 자존심 내려놓고 멤버들의 실소를 자아낸다. 이런 캐릭터 하나쯤은 있어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더 매력적인 팀이 되었을 것이다.

 '너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저 지금의 세상이 싫었던 거지' 하이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자신이 만든 세계도,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싶으면 가차없이 파괴해 버리는 게 그의 방식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만들어 낸 로켓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견디지 못한다.

 나는 이런 하레로 (줄임말) 의 행보가 애초에 전제부터 성립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캐릭터가, 정작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로켓을 시샘한다는 것에서 그의 속내가 드러난다. 

 그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게 아니다. 자신이 가장 꼭대기가 되지 못하는 삶을 싫어했을 뿐이다. 수많은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군림하고자 했던 것 뿐이다. 그랬기에 자신보다 뛰어난 로켓을 보았을 때 견디지 못했던 것 아닐까?

 그래서 이 두 대사를 왜 묶었느냐? '있는 그대로' 라는 테마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드렉스와 같은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기준으로 사람들의 효용을 따지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모습에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처럼 더 유쾌하고 신나고 시끄러운 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완벽함만이 우리의 기준이 될 수 없다. 하레로는 '완벽'을 추구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그는 결국 완벽을 추구한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금이 싫었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해 플로어의 특징에 어울리지 않는 거미 다리를 달아 주고,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 있는 모습을 가진 티프스에게 커다란 바퀴를 달아 놓았다 (이건 짝가족끼리 얘기하면서 누군가 한 말인데...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 방향과 적절한 목적을 상실한 발전 추구는 도리어 위험하다. 

 있는 그대로만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발전을 추구하다 보면 더 나아진 자신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강요되어서도 안 되고, 무작정 발전만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 때, 타인의 장점을 바라볼 수 있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발전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3. 언제나 주인공은 너였어

로켓, 라일라, 티프스, 플로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에게 자신의 과거만은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던 로켓. 꺼내기에는 너무나도 마음 아픈 기억이 되어 버렸기에, 로켓은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번호로 된 실험체로 불리며 삶을 살아가고 있던 어린 로켓에게, 어느 날 친구가 생긴다.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지어주며 훗날 하이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만들 신세계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살아남은 로켓을 제외한 나머지 세 친구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슬픈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중태에 빠진 로켓...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이 로켓을 애타게 살리려고 하고 있을 때, 로켓은 꿈 속에서 라일라와 친구들을 만난다. "언제나 주인공은 너였어"라는 라일라의 말과 함께 다시 살아난 로켓은 이제 더 이상 피하지 않는다. 하이 레볼루셔너리 로드에게 맞서는 것을 택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수많은 동물들을 위기의 순간에도 외면하지 않고 도와 준다.

무엇이 로켓을 바꾸었을까?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의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전의 로켓은 하이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힘을 알았기에 대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의 로켓은 조금 다르다. 이성만이 아닌, 자신을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a 된 어떠한 요소가 그를 더욱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은근히 칭찬에 약하다. 아닌 척 하면서도 뒤에서는 칭찬을 곱씹어 생각하며 흐뭇해 하기도 한다. 칭찬과 응원은 이토록 사람을 바꿀 수 있다.

단 한 번도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보지 못한 채 살아왔던 로켓은, 자신의 옛 친구들만은 자기를 기억해 주고, 응원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정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끝부분으로 가면서 글이 좀 횡설수설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마블 영화는 상업적이고 화려한 CG와 그래픽에만 치중했을 것이라는 나의 오만과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숴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걸 우주의 수없이 다른 모습을 한 생명체들이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며 기분이 싱숭생숭하기도 했고, 올드팝과 함께 펼쳐지는 광활한 우주의 모습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마블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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