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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Jun 28. 2023

용기와 치기 사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작

(책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음)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 룰루 밀러

[줄거리]

 뛰어난 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는 어릴 때부터 주변 자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자서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 마음을 쓰던 소년'이라고 칭할 만큼, 작은 것들을 탐구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을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세상은 그런 그의 능력을 잘 알아봐 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랬던 그에게도 외로운 투쟁 끝에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여기까지가 조던의 1막이다.

 청년이 된 조던은 아가사의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스스로에게 가졌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보다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 캠프에서 자신의 첫 아내를 만나기도 하고, 미 정부의 인정을 받아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로 초빙받는 등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조던의 2막이다.

 이후의 조던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중년이 되어 가며 여러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던 그에게 닥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미국을 강타한 지진이었다. 이로 인해 그가 평생 동안 수집한 대부분의 어류들의 이름을 잃게 된다. 그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연구를 되돌리려 한다.

 그리고 조던의 어두운 면모가 조금씩 드러난다. 자신과 친밀한 인사들만 교수직에 앉힌다는 인사 부정 의혹, 그리고 총장인 스탠포드 부인에 대한 독살 의혹과 이에 대한 사건 조작 의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던은 우생학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집시, 장애인, 저소득층을 상대로 강제 불임 수술을 시행하는 법안의 통과에 큰 공헌을 세우는 조던의 모습은 '보잘것없는 것들마저 사랑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변하게 된다.

 노년이 된 조던은 많은 학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사망하고, 그를 기리는 동상까지 건립된다. 여기까지가 조던의 3막이다.

 조던의 생애는 끝났지만 아직 그의 막이 끝나지는 않았다. 조던의 사망 후, 그의 부정적 면모가 드러나며 이전과 같은 명성을 견지하기 힘들어진다. 스탠포드 대학생들은 대대적인 서명 운동을 벌이며 조던에 저항했고, 그의 이름을 딴 건물은 사라졌다. 무엇보다 그에게 가슴 아플 소식은... 그가 평생을 바쳐 탐구했던 '어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진 것이다. 


1.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하나의 삶 속에서, 내가 진정 바라는 것들을 탐구하고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멋진 삶일까? 물론 노년기 조던의 모습은 나를 실망하게끔 했지만, 그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는 보통의 삶을 거부했다기보다는 '눈치보는 삶'을 거부한 사람에 가깝다. 특이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과감히 뛰어드는 삶을 선택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학력이 되면, 이 정도 조건이 되면... 사회가 요구하는 '잘 사는 삶' 혹은 '내 형편에 어울리는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던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가 온 인생을 바쳐 탐구했던 분야가 알고 보니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기 힘든, 즉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새드 엔딩이다. 그가 닦아 놓으려고 했던 길이 알고 보니 막힌 길이었어도, 그 길을 닦으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길이 존재하는 길이었다면 세상의 명성을 얻고 유명해지겠지만, 그 길이 존재하지 않는 길이었다면 아마도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것이다. 결국 한 끗 차이일 뿐,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용기있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박수받을 만하다.


2. 내 길의 끝은 'GOD - 길'

 고3 때, 중간고사 성적이 좋지 않아 어떻게든 성적을 올려야만 했던 과목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가 내신에 반영되는 마지막 학기인 만큼, 중압감은 더욱 커져만 갔고 심적으로 힘든 나날이었다. 그 힘들었던 기말고사 시험기간에 이 노래를 들으면 엉엉 울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문득 이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이 노래가 떠오른다.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정말 좋은 노래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 그건 누굴 위한 꿈인가 /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어쩌면 조던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릴 법한 생각이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을지, 이 길의 끝에서 나는 무엇을 마주할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나의 길이니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이 걸어간 길을 택한다. 나의 꿈과는 조금 달라도, 내가 아주 행복해지지는 않더라도 아주 불행하지도 않을 삶 속에 자신의 발자국을 내딛곤 한다. 그러나 때로 어떤 사람들은 많은 발자국이 찍힌 길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대박 아니면 쪽박인 길을 택하는 것이다.

 어떤 길이 더 나은가? 나는 재단할 수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각각의 많은 길들은 모두 소중하다. 

 모두 하나의 큰 길만 걷는 것은 또 아니다. 하나의 대로를 걷다가도 각자의 줄기를 만들어 뻗어 나가며 우리 사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던은 새로운 길을 걸어갔던 인물이다. 비록 자신은 알지 못했지만, 그 길은 결국 그가 추구했던 방향으로 더 이상 뻗어나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고민 끝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려고 했던 조던의 모습은 여전히 멋있다.



3. 용기와 치기, 그리고 중용


 조던은 분명 용기 있는 소년이었으나 말년의 조던은 치기어린 인물이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학자들을 교수로 초빙했으며, 잠정적 확정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것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인물이 되었다.

 용기가 과도하면 치기가 된다. 조던은 이를 잘 보여 준 인물이다.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치기가 되는 법이다. 문득 공자의 중용이 떠오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용기의 지점에 있는 것, 그것이 진정 훌륭한 사람의 미덕인 것이다.

 조던을 보면서 이를 느낀다. 용기를 넘어서 치기가 될 때 한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나의 길을 모르지만, 어느 길을 걸어가든 중용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얼마 전 모교에 가서 선생님들을 뵈었는데, 한 선생님께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잠깐 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우연한 기회로 후배들한테 아주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특히 고등학교 때의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나의 길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문과였기에 당연히 경영/경제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이와 관련된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지만, 정작 내가 대학에 온 것은 다른 길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게 주어진 길에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최선을 다하되, '이 길이 아니면 나는 안 돼'와 같은 극단적인 생각을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간절함은 좋지만, 모든 것을 목표 지향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매몰되기 쉽고, 새로운 도전을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두드리고 있는 문이 열릴지, 아니면 돌아서서 다른 문이 열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힘을 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이 열리든,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용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 치기가 아닌 용기를 실천할 수 있는 것. 설령 지금 내가 두드리고 있는 문이 열리지 않을지라도 다른 문이 열린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 모든 순간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감사한 것들을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진정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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