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세상

긴장과 방심 사이

by 모모



아프다.



온몸이 아린다.


모든 신경과 근육이 종일 곤두서 있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돌아가며 쑤신다.


어떤 날은 거기에 복통이 더해진다.

또 어떤 날은 손발이 떨리며 저리기까지 한다.



눈 하나를 제거하면

눈만 아프고 덜 보일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상관도 없는 곳까지 아프고 고장 나게 만드는—


이놈의

긴장.



외출 준비로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할 때면, 이 모든 것들이 위험한 세상으로 나가기 전, 몸 구석구석에 긴장을 덧칠하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빠진 곳 하나 없이 꼼꼼하게, 빈틈없이.

그래야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어쩌다 방심하고 긴장을 대충 칠한 채로 밖을 나서면, 어김없이 문제가 생긴다. 물건을 헛잡아 떨어뜨리거나, 깨뜨리거나. 발을 헛디뎌서 다치거나, 고꾸라지거나…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


긴장을 하면 몸이 아프고,

긴장을 늦추면 몸이 다치는 일상.






"선배, 발 괜찮아요?

길이 파였다고 빨리 말씀드릴 걸, 죄송해요. "

"으응, 내가 못 봤어. 근데 별로 안 아파. 괜찮아. "


다 거짓말이었다.

길이 패인 걸 몰라서 발을 헛디뎠다는 것도, 그렇게 아프지 않다는 것도.

눈 하나가 되고 오랜만에 만난 직장 후배는 함께 있는 내내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피고 걱정했다. 그런 후배에게 사정을 길게 설명할수록 괜한 부담만 더 얹는 것 같아, 나는 거짓말을 선택했다.




'차라리 온 세상이 평평하게 보이는 게 낫겠어. '


움푹 파여있던 그 바닥.

사실은 저 멀리서부터 바닥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눈 하나를 잃은 뒤로, 초긴장 모드로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걷는 게 습관이 되었으니까. 그 후배보다, 그 길을 걷던 여느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알아챈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바닥이 밑으로 꺼진 것이 아니라 불룩 솟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나는 무의식 중에 계단을 오르듯이 발을 내디뎠고, 결국 꺼진 바닥을 세차게 걷어차며 퍽, 소리를 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역 화장실에 들렀다. 조심스레 신발을 벗어보니 양말에 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크기의 피가 스며 있었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아서 발은 괜찮아 보였지만, 내 마음은 전혀 괜찮지가 않았다.


슬펐다.

바닥을 내려찍고, 계단을 걷어차고…

눈 하나를 잃은 뒤로 이런 일은 꽤 잦았다. 모르는 새 양말이 피로 물들어 있는 일도 처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래서 더 슬펐다.

대체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공중화장실에 처박혀 소리 내지 않고 한참을 우는 모습.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그 장면은



그냥 지금의 나였다.







"들어가거나 멀리 있는 게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건, 한쪽 눈을 잃은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항상 조심해서 움직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조금씩 익숙해질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항상 조심하고 긴장해서 움직이라면서, 어떻게 너무 신경을 안 써? 그게 가능해? '


머릿속에서 '화'라는 녀석이 거세게 반발했다.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와 시위라도 할 기세였다. 수술 후로 작게 쪼그라들어 있던 '이성'이 급히 나와 '화'를 막아섰다. 의사 선생님은 있는 그대로를 말한 것뿐이라고, 나를 안심시키려는 말이었다고. '화'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지만, 반론할 만한 말을 찾지 못하고 이내 쭈그려 앉아 씩씩거렸다.


한쪽 청력을 잃어 어릴 때부터 보청기를 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안 들리는 게 아니라, 이상한 소리들이 들린다고. 그래서 보청기를 껴도 잡다한 소리들이 다 같이 커져서 결국은 머리만 아프다고.


눈도 그런가 보다.

눈이 하나라 안 보인다기보다는, 잘못 보거나 착각해서 실수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온몸에 힘을 주고 긴장해서 보려고 하면, 몸은 몸대로 지치고,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없어 사실과 다르게 보는 일이 많아지고…


그렇게 어긋난 감각 위에 몸을 올려놓고 하루를 건너다보면,


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에 놓인 것 같아서,

나 혼자만 뒤틀린 세상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외롭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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