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PR]
모든 분야에서 소셜미디어 PR이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시대다.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홍보전문관으로 다시 돌아간 2013년, 정부는 본격적으로 SNS 운영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간 SNS를 관리하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 항상 두 단어와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빨리’와 ‘재미’.
어디나 있는 두 부류의 상사
어느 직장에서나 상사는 결국 두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이 되는 원칙을 제시해 주고 맡기는 상사, 그리고 원칙이랄 게 딱히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에 개입하는 상사. 다들 어느 쪽이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속한 공무원 사회에서의 소위 ‘디지털소통’ 영역은 좀 특별한 구조다. 일반행정직 공무원, 이른바 ‘늘공’은 PR 전문성을 가지기 어렵기에, 노무현 대통령 요청으로 2005년부터 PR 전문가들이 각 부처에 합류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어떤 ‘늘공’ 상사를 만나냐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게 마련인데. 전자 아닌 후자 류 상사나 장관이 마침 오면 비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SNS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국내에서 싸이월드가 첫 서비스를 시작한 게 1999년, 페이스북이 들어온 게 2004년이니 극히 일부 상사는 부처 소셜미디어마저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 찍어서 글 몇 줄이랑 올리면 되는’ 줄 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상사 지시는 항상 ‘최대한 빨리’가 따라붙었다.
여기에다 장관님 관련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부처 SNS에 ‘빨리’ 게시하라는 장관이나 상사도 만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가 팀원들과 공유한 SNS 원칙, 즉 ▲국민에게 유익한 정책 정보 중심으로,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잘 기획된 브랜드 콘텐츠로 만들어, ▲SNS 채널별 특성에 맞춘 코너를 운영하며 서비스하자는 방침을 뭉개버리는 상사는 참 힘들었다.
SNS 콘텐츠를 신속하게 올리는 건, 물론 중요하다. 중요한 정책은 발표 전부터 홍보 기획에 참여해 SNS 콘텐츠를 미리 기획하고, 언론홍보 시점에 맞춰 콘텐츠를 게시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보도자료 내용 그대로 후딱 올리라는 건 그 채널을 팔로잉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팔로워, 구독자가 떨어지든 말든 장관님을 향한 아첨만 가득한 정부 SNS는 전문가들 눈엔 낯뜨거움 그 자체다.
심지어 PR 전문가를 내쫓고 그 자리를 ‘늘공’으로 채우거나, 무능력하지만 고분고분한 사람을 앉히는 부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부처들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정책 PR 역량이 즉시 망가졌다. SNS 콘텐츠 수준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미 여러 부처에서 겪고 있는 일이다.
전 부처 ‘온라인대변인회의’를 처음 만든 김재환 과장님은 이제 문체부에 몇 안 남은 PR 전문가다. 2014년 내가 부처 온라인대변인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때 나를 위로하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소셜미디어는 유희의 공간으로 봐야 하는데…” 정부 비판이 보이는 걸 일체 참지 못하는 청와대 때문에 힘들다며 한 말이었다. 그렇다. ‘소셜미디어’라는 말 그대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매체, 소통망이자 즐겁게 노는 마당이다. 여기에다 일방적 공보를 앞뒤 재지 않고 빠르게만 하라는 건, 문화관광부가 정부 최초로 미니홈피 프로모션을 했던 2005년 이전 ‘웹진 시대’로의 퇴행이다.
‘충주시 홍보맨’처럼? 인플루언서가 나오는 정부 SNS?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많이들 알리라.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아예 김선태 주무관을 정부 SNS 홍보의 모범으로 삼으라는 지시까지 있었다. 이때부터 모든 부처 유튜브에 공무원들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어색한 콩트를 시작했다. 묻고 싶다. 김선태 주무관 같은 개인기를 지닌 공무원이 모든 부처 통틀어 몇 명이나 있을까. 마침내, 어느 부처도 재미를 주지도 못했고 각 부처 SNS는 국민 혈세로 광고비를 써 구독자, 팔로워를 샀다.
인플루언서 협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문재인정부’ 후반기 청와대에서부터 정부 SNS에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아예 인플루언서 출연 실적을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평가 항목’으로 내놓으라 했단다.
인플루언서 출연을 ‘치트키’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인플루언서 본인 채널에서는 구독자 몇백 만, 조회 수 몇 만이어도 정부 SNS로 오는 순간 정부 SNS 팔로워와 조회 수에 갇힌다. 국민 혈세 많이 들여 모셨다가 사회적 논란에라도 휩싸이면 그 영상은 내릴 수밖에 없다. 인플루언서 채널에 묻어가자는 방침은 정부 예산의 용도를 고민하지 않은 것이고, 정부 홍보의 목적을 스스로 정립하지도 않은 거다. 인플루언서를 쓰더라도 먼저 어떻게 기획하고 준비하는가가 중요하다.
유희의 공간 SNS에서 ‘보고 읽는 재미를 주는 콘텐츠’는 모든 PR 실무자의 꿈일 거다. 하지만 정책 정보를 가지고 재미를 주기는 참 어렵다. 더욱이 정부의 홍보 콘텐츠는 제약도 많다. 부정적 메시지를 담아 부정적 연상을 일으켜서도 안 되고, 이미지 하나라도 젠더-가족 감수성에 어긋나서도 안 된다. 사실관계 정확해야 하고, 국어-저작권을 지켜야 하고…. 모두 홍보 효과 대신 비난의 초래를 받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체크리스트를 다 거치다 보면 살아남을 재미는 극소수가 되지 않겠나.
2018년 꾸린 문체부 대변인실 디지털소통팀은 내가 팀장으로서 내세운 원칙에 따라 SNS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게시했고, 브랜디드 콘텐츠들은 창의적이었으며, 팀워크는 시도 때도 없는 브레인스토밍으로 혁신적이었다. 최현영 감독, 조흠옥 주무관님 같은 영상·메시지 전문가 팀원들이 속속 채워지면서 부처 SNS와 콘텐츠가 일취월장했다. 문체부 SNS 채널 구독자와 팔로워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타 부처에서마저 칭찬 세례가 이어졌다. 5년간 31개 시상식에서 41개 상을 받은 이유다.
여기선 그중 당시의 유튜브 브랜드 코너들을 소개한다. 최현영 감독님이 모두 발로 뛰어 섭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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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홍보의 최우선 목적은 아까도 강조했듯 ‘국민이 유익한 정책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받아 혜택을 누리는’ 것 아닌가. ‘정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정보’를 겨냥하는 것이 맞다.
대통령실도, 중앙행정기관 정책소통평가를 수행하는 문체부 국민소통실도 현장 즉, 각 부처의 PR 전문가와 홍보 실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홍보는 이렇게 매년 탁상공론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성과를 차곡차곡 축적할 기회를 잃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문체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은 더 비참하고 가히 충격적이다. 국정홍보 운영체계의 혁신, 특히 정부 소셜미디어 PR의 ‘리부팅’을 제기할 기회만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