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는 고객을 향한 선물입니다.

[대언론소통]

by 오세용


PR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할 대언론소통의 첫걸음은 아무래도 보도자료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의 홍보 전문관으로서 보도자료 감수 업무를 맡았었다. 업무 분장표에도 없는 일을 지시한 국장에게 열 받을 만도 했지만, 오히려 흔쾌히 반겼다. 보도자료 감수를 통해 홍보할 문체부의 모든 정책을 한눈에 파악할 좋은 기회가 아닌가. 난 보도자료 작성에 기본이 되는 두 가지 사항을 기준 삼아 감수해 나갔다.


첫째, 중학교 2학년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문장으로 수혜자 관점에서 작성할 것. 보통 보도자료 초안은 사업부서에서 공급자인 기관 관점에서 작성되기 마련.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책을 시행한다.’라는 식. 하지만 언론 홍보의 최종 수신자가 누구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면 이런 문장은 바뀌어야 한다.


둘째, 기사에서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도록 기사체로 작성할 것. 특히, 제목과 부제목을 소위 ‘읽고 싶게’ 바꾸는 일이 핵심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보도자료를 받아보는 기자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서는 제목과 ‘리드’(본문 첫 문장)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법. 그래서 나는 담당 사업부서에서 작성해온 보도자료 초안을 감수해 피드백할 때, 적어도 제목과 부제목은 내 감수 내용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보도자료 초안의 제목은 바꿔야 합니다!”

문체부에서 거의 매주 ‘정책발표 사전협의’를 할 때였다. 어떻게 하면 출입 기자들에게 ‘기사화하고 싶은 보도자료’를 만들 수 있을까 자주 토론했다. 국민소통실 정혜순 사무관님은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정책의 경우, 예년의 보도자료를 참고하지 말고 관련 주요 통신사 기사를 참고해보라 했다. 수요자인 기자들 관점에서 어떤 내용을 제목 감과 뉴스 가치로 두는지 미리 확인해보자는 거였다.


보도자료 감수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대변인실에서 현직 기자를 초빙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도자료 작성법을 교육했다. 초빙 기자는 내가 감수한 보도자료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바꾼 보도자료 제목이 그대로 언론 기사 제목으로 쓰인 사례들을 예시로 들었다. 좋은 보도자료는 기자들이 그대로 기사로 쓸 수 있는 기사체라는 걸 설명하고자 했던 것. 그때까지 문체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매일 성실하게 노력해온 일의 성과를 기분 좋게 확인한 날이었다.


“기자는 경계 대상이 아니라 서로 소통해나갈 파트너”

2005년 처음 문화관광부에 임용됐을 때 은근히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부처에 출입하는 기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나이로는 막내뻘인 신임 사무관이니 할 말도 없긴 했지만, 어쩌다 대화가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긴장됐다. 다들 참 좋은 분들이었지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혹시 내가 별생각 없이 한 말이 기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인과 언론은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기획 보도 등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적으로 올려주기도 하는 고객이다. 소통하며 함께 성과를 만들어갈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보도자료 배포 전에 미리 출입 기자들과 기사화에 관해 대화 해보자. 보도자료 배포 후에는 기사로 다뤄준 기자들에게 감사 인사라도 한마디 전해보자. 그렇게 우호적인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기자들은 언제나 ‘야마’가 뭐냐고 묻는다. 기사의 제목이 될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고, 기사화할 가치(‘뉴스 밸류’)가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보도자료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기자들 관점으로 정책 정보를 정리해 보도자료에 담는 것이 언론 보도를 늘리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서 수상 내용을 설명하는 기사를 작성해 보내달래서 나왔던 세 번째 수상 기사

[2023 올해의 SNS]문화체육관광부, 양방향 소통·채널별 타깃 전략에 '4관왕' 차지 - 전자신문


기자들이 두려웠던 신임 사무관은 20년이 지난 2025년.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홍보 총괄의 역할을 맡게 되고부터 대언론 공보 업무를 함께할 기회를 다시 얻게 되었다. 이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 카메라 기자들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 되었다. 내가 속한 조직의 좋은 정책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도할 수 있을지 의견과 아이디어를 묻고 듣는 만남이기 때문이다. 비록 계엄과 백서 홍보 지시로 잠시 중단됐지만, 다시 이런 소통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언론 기고문은 그래도 전문가에게 감수를 맡겨야 합니다!”

2014년쯤 내가 먼저 해보겠다 한 장관 축사 연설문 감수 업무와 함께 맡겨진 업무가 장·차관 명의의 언론 기고문 감수였다. 축사 연설문 감수는 강원국, 윤태영, 장훈, 표정훈 작가님처럼 대통령 연설문 쓰던 분들에게 묻거나 저서를 읽으며 감을 잡아나갔지만. 당시 장·차관 기고문은 정말 ‘작성 원칙’ 같은 게 어디에도 없었다. 난 일단, 사업부서에서 보내온 기고문 초안을 최대한 기사체로 재구성해보고자 노력했다.


기고문 역시 몇 가지 사항을 자체 가이드로 삼았는데. 제목과 ‘리드’는 독자들이 관심 둘 만한 이야기가 되도록 쉽게 쓸 것. 보고서를 풀어서 만연체가 된 초안의 본문은 단문으로 끊어줄 것. 논리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개되도록 단락의 순서를 바꾸거나, 흐름을 잇는 문장을 넣거나, 한 마디 맺음말을 써넣을 것.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분량 맞추기에 신경 썼다. 신문사마다 외부 기고의 게재 분량이 다르니 사전 확인이 필수였다.


보도자료 감수 업무와는 달리, 기고문 감수는 부내 호평이 잇달았다. 평소 문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의외의 반응에 조금 놀랐다. 개인 소셜미디어를 글쓰기 연습장으로 시험해보고, 글쓰기 책을 사서 읽기도 하면서 나름 애썼기 때문일까. 멋진 미문(美文)은 아닐지언정 논리적으로 비약 없게 단문 기사체로 쓰려던 시도를 좋게 본 듯했다.


정작 내 이름으로 나간 첫 기고는 오마이뉴스에서 제목을 본문 소제목으로 바꿔 아쉬웠다.

대통령 직속 부총리급 '혁신위원회' 신설해야 - 오마이뉴스


많은 부처에서 장관의 ‘스피치라이터’를 따로 두듯이, 대언론 메시지는 전문 작가나 언론인 출신이 맡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글쓰기를 글로 배우고 소셜미디어에서 연습하지 않더라도 바로 완성도 높은 메시지를 낼 수 있을 테니까. 정책홍보 과정에서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의 중요함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11화 ‘소셜미디어 PR’를 주제로 다루면서 더 설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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