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와 신시사이저]
이 ‘케이팝 아빠가 월드뮤직 딸에게’ 브런치북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든 결정적 존재가 있다. 바로 뮤지션 이찬혁이다. 그가 2025년에 낸 <에로스> 앨범이 1980년 전후 미국 팝의 분위기를 다시 떠오르게 하면서 내 수다 본능을 깨운 것.
긴말 필요 없이 먼저 이찬혁의 ‘돌아버렸어’와 1981년 빌보드 1위를 차지했던 킴 칸스(Kim Carnes)의 ‘Bette Davis Eyes’를 차례대로 들어보자. 킴 칸스의 노래는 당시 사이다 ‘세븐 업’ 광고 음악으로도 쓰였는데, 이찬혁의 노래는 그 시절을 아련하게 상기시켜 준다. 무려 44년의 시공간을 가로지르면서.
이찬혁 (LEE CHANHYUK) - '돌아버렸어' M/V
요새도‘미디’(MIDI: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라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그 구성 요소인 ‘신시사이저(synthesizer)’는 1970년대 영미 음악을 강타한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이수만이 가수 시절 유학을 마치고 1986년 자신의 노래 ‘끝이 없는 순간’에 처음 도입한다고 했다.) 킴 칸스와 이찬혁의 두 노래 도입부에 흐르는 전자음 멜로디는 내게 44년의 세월을 연결해준 것이다.
이찬혁의 <에로스> 앨범은 또한, 당시의 디스코 장르도 불러낸다. 디스코는 도나 서머,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의 아이콘을 만들며 1970년대를 풍미했다. 1978년 막 스무 살이 된 마이클 잭슨 역시 디스코 장르로 구성한 앨범 <Off the wall>을 1979년에 내면서 디스코 열풍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마이클의 이 앨범은 그에게 첫 ‘그래미’를 안겨줬다.
앞선 2화에서도 밝혔듯이 이찬혁의 <에로스> 앨범은 1980년대 마이클 잭슨의 음악도 강하게 연상시키는데. 특히 ‘멸종 위기 사랑’은 마이클의 <Off the wall> 앨범에서 ‘Rock with you’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찬혁 (LEE CHANHYUK) - '멸종위기사랑' M/V
Michael Jackson - Rock With You (Official Video - Upscaled)
이야기가 나온 김에, 디스코 장르에 관해 한 자락 더 보탠다. 음악적 개념 정의는 이 블로그나 내 몫은 아니니 마지막 곡으로. 도나 서머와 함께 디스코를 대표하는 뮤지션을. 이찬혁과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연결해준 그 독특한 창법으로 인해 나는 ‘비지스(Bee Gees)’의 ‘Stayin' Alive’를 꼽겠다.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아실 수 있을 듯.
Bee Gees - Stayin' Alive (Official Music Video)
베스트셀러 『한 줄 카피』 작가이자 나의 절친인 정규영 작가는 강연 자리에서 ‘창의성의 법칙’으로 ‘패턴 + α(알파)’를 설파한다. 완전히 새로워 낯설게 만드는 패턴 말고, 우리가 알던 패턴을 꺼내 새로운 알파를 장착시키는 작업이 창의적이라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내게 이찬혁은 창의적이다. 분명 그의 매력이 듬뿍 들어간 ‘요즘 음악’인데도 생경하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 유행 장르를 답습한 고루한 것인가. 아니다. 친숙하지만, 새롭고 혁신적이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예술적 ‘뉴트로’가 장착되었기 때문이리라.
무언가를 연상시키며 눈과 귀를 사로잡아 버리는 매력. 그것이 모든 대중음악을 컴퓨터로 작업하는 2025년에, 신시사이저와 전자음악이라는 당대의 ‘최신’ 시스템이 대중화하기 시작한 1980년 전후 미국으로 이끌어 버린다. 이러한 이찬혁의 놀라운 또 하나의 ‘뉴트로’는 뮤지컬의 연상 주제에서 한 번 더 극찬할 계획이다.
연초마다 평론가들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이 있다. 부디 이찬혁의 올해 앨범에 대한 예술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서 이찬혁이 내년 초 그 시상식에서 많은 성취와 인정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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