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 마이클 잭슨 – 이찬혁

[가스펠 편곡의 연상]

by 오세용


1988년. 바로 전해에 이사한 우리 집에 ‘전축’이 들어왔다. 내가 몇 년을 꿈꿨던 오디오 시스템 말이다. ‘카세트’로 테이프만 듣던 팝송 마니아는 용돈을 모으고 모아 LP를 몇 장 샀고, U2의 라이브 앨범 <Rattle and hum>을 턴테이블에 올리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볼륨을 높였다. 유일하게 아는 노래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처음 듣는 편곡과 목소리들. 볼 순 없고 소리로만 들을 수밖에 없는 흑인 여성 합창단과 흑인 영가, 즉 가스펠(gospel) 장르였다. 소름이 돋았다.


언젠가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뭐냐” 묻길래 난 “미국 흑인 여성 가스펠 합창단 스타일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장르의 음악을 사거나 듣기는 너무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 유튜브가 생겼고, 유튜브 프리미엄에 들어가자마자 이 노래 공연 영상부터 찾았다.


U2 (September 1987) -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 New Voices of Freedom choir.


그리고, 유튜브에서 또 하나의 1988년 가스펠 편곡을 떠올려냈다.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 그는 1987년 <Bad> 앨범을 내고 198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The way you make me feel’과 ‘Man in the mirror’ 두 곡을 불렀는데, ‘Man in the mirror’를 가스펠 스타일로 편곡하고 흑인 영가 합창단의 코러스를 넣었다. 그가 너무 몰입해 애드리브가 많았던지, 영상을 보면 코러스도 당황하고 반주도 없이 무대를 마무리 한다. 정말 아름다운 가스펠 코러스가 아닐 수 없다.


Michael Jackson - Man In The Mirror | Live at the 30th Annual Grammy Awards, 1988


올해 내 마음을 사로잡은 K-pop 아티스트 이찬혁도 7월에 낸 앨범 <에로스(EROS)> 첫 번째 곡 ‘Sinny sinny’를 가스펠 스타일로 편곡했다. 이 앨범의 이찬혁은 특히 내게 마이클 잭슨의 ‘환기’처럼 다가왔다. 1980년 전후의 디스코, ‘뉴웨이브’ 장르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듯, <에로스> 앨범 모든 곡의 편곡에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에 관해선 다음 화 ‘디스코와 뉴웨이브’ 편에서 자세히 다뤄 보겠다.)


SINNY SINNY


유튜브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별로 듣지도 않고 보지도 못했던 가스펠이라는 장르가 내 머릿속, 어쩌면 가슴속 깊숙이까지 매료시킨 힘은 무엇일까. 너른 공간을 헤집는 듯한 흑인 여성의 목소리들. 이후 ‘여성 보컬리스트’ 편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아직도 더 찾아내 듣고 싶다. 흑인 여성 가스펠 합창단의 음악에 대해 전문가가 있다면 댓글로라도 추천받고 싶다.

(두 개의 보너스 트랙을 더 넣어드린다. 먼저 1988년 그래미에서의 마이클 잭슨 ‘The way you make me feel’. 이찬혁은 <에로스> 앨범의 ‘멸종위기사랑’ 퍼포먼스 때 마이클 잭슨의 이 무대 안무를 참고한다.

또 하나는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 공식 뮤직비디오. 난 이 MV를 한국 TV에서 본 적이 없는데, 유튜브에서 찾아 보고 나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국의 시위 장면을 포함해 세계 곳곳의 인권에 관한 장면들로 화면을 채웠던 것. 1980년대 후반 군사독재의 잔재가 많았던 한국 사회에서는 틀기 어려웠으리라.)


Michael Jackson - The Way You Make Me Feel | Live at the 30th Annual Grammy Awards, 1988


Michael Jackson - Man In The Mirror (Official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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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를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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