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다–맛치-현진영–데이브레이크-왬-컬처클럽-듀란듀란

[아이돌 vs. 뉴웨이브]

by 오세용

작년 봄 평소처럼 알고리즘의 안내에 따라 무심코 유튜브를 넘겨보고 있는데, 영상 하나에 눈길이 갔다. 클로즈업 된 소녀의 웃는 얼굴 아래로 보이는 낯선 이름과 낯익은 노래 제목. ‘한일 가왕전’에서 스미다 아이코가 부른 ‘긴기라기니 사리케나쿠 (ギンギラギンにさりげなく)’.


스미다 아이코(住田愛子) - 긴기라기니 사리케나쿠 (ギンギラギンにさりげなく)|한일가왕전 2회 - YouTube


이 노래, 아마 1980년~1990년대에 일명 ‘로라장’으로 불리던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바퀴 좀 굴려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당시 청소년들의 논알콜 유흥(!) 장소이자, 최신 유행곡이 멈추지 않던 로라장. 일본어 노래가 금지된 시대였음에도 로라장에서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는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아, 나는 딱 두 번 가봤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보고 스케이트 보드만 타던 나는 로라장에서는 초보였는데, 뒤뚱대는 나를 밀치며 짜증냈던 그 배바지 블루진의 예쁜 학생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이 노래의 원곡자는 콘도 마사히코(近藤真彦). 애칭인 ‘맛치(マッチ)’로 더 많이 불렸던 그는 1980년 데뷔와 동시에 10대 가수 최초로 일본 오리콘차트 1위를 달성했던 톱스타다.


콘도 마사히코(맛치) Masahiko Kondo 近藤真彦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 (ギンギラギンにさりげなく)


내가 스미다 아이코의 영상에 눈이 멈추게 된 것은 반가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맛치’를 능가하는 가창력과 안무 능력 때문이었다. 1981년 최고 히트곡이었던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는 스미다 아이코의 풍부한 성량과 파워 넘치는 안무로 44년 만에 훌륭하게 리메이크 되었다.


사실 ‘맛치’는 뛰어난 무대 매너와 스타성으로 사랑받으며 일본 1세대 아이돌의 전설로 남아있지만, 가창력이나 안무는 크게 뛰어나지 않았다. 그는 일본 최고의 기획사였던 ‘쟈니스’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였기 때문.


이 ‘쟈니스’를 참고해 이수만이 1989년 설립한 대중음악 기획사가 ‘SM기획’(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이었다. 그 첫 뮤지션이 ‘현진영과 와와’. 아마 이들을 떠올리면‘토끼춤’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음악적으로 보자면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를 휩쓸었던 흑인 음악 ‘뉴잭스윙’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선보였다. 얼마 전 ‘뉴진스’ 등 K-pop에서 주목하면서 다시 주목받기도 한 장르.


아래 영상을 보자. 1990~1991년 신인 현진영 뒤에서 춤추던 ‘와와’의 멤버가 무려 ‘듀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故김성재, 이현도다. 춤 실력으로 발굴된 현진영의 보컬도 ‘맛치’와 비교하면 훌륭하다.


현진영과 와와 - '슬픈 마네킹' 【KBS 쇼 토요특급】


이 버전은 어떨까. 10여 년 전 밴드 ‘데이브레이크’가 선보인 편곡은 현진영의 1990년 뉴잭스윙 장르를 1980년대 초 ‘뉴웨이브’ 장르로 변신시켰다. 펑키(funky) 흑인 음악 느낌의 편곡마저 감탄할 만하지 않은가.


[밴드의 시대] 1회 2라운드 - 데이브레이크 "슬픈 마네킹"


이렇듯 한국에선 조용필이, 일본에선 ‘맛치’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던 1980년대 초, 영미에선 ‘뉴웨이브’의 시대가 MTV와 함께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솔직히 뉴웨이브를 뭐라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난 그저 1980년대 뉴웨이브는 흑인 음악에도 그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왬(Wham!)’의 초기 ‘Wham rap!’에서 미국 흑인들에게서 비롯된 랩이 쓰였고. ‘컬쳐클럽(Culture club)’의 보컬 보이 조지(Boy George) 창법과 코러스도 흑인의 목소리 아닌가 착각할 정도니까.


Wham! - Wham Rap! (Enjoy What You Do?) (Official Video)


반면, ‘듀란듀란(Duran Duran)’은 그 족보도 못 찾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이 MTV 시대에 최적화된 미모 때문에 가려져서지, 듀란듀란이야말로 뉴웨이브라는 장르 그 자체였다는 것. 컬쳐클럽,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 왬보다 듀란듀란이 롱런 하게 된 것도 그들이 한 장르의 주인공이어서가 아닐까.


Culture Club - It's A Miracle


Duran Duran - Girls On Film (Official Music Video)


당시 한국에선 보지 못했던 이 두 뮤직비디오를 뒤늦게 찾아보니 새삼 1980년대 초 일본 ‘버블 경제’의 파워를 실감하게 된다. 영국의 이 뉴웨이브 그룹들의 MV에 게이샤, 스모 등 일본 문화가 등장하잖나.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곡들이었음에도 한국 TV에서 뮤직비디오를 본 적 없었던 이유를 알 듯하다. 당시엔 ‘빨갱이’ 다음으로 무서운 게 왜색이나 선정성 시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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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를 환영합니다! ]

음악 평론가가 아니다 보니 행여 다른 견해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론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시 확인해서 꼭 답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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