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그 쓸쓸함에 대하여]
‘무한도전’에서 처음 알게 된 혁오.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로 꼽는다. 기존에 좋아했던 밴드 YB, 크라잉넛, 국카스텐 등과는 분명 다른 결이다. 형언할 수 없는 세련됨을 장착했달까. 난 안무 퍼포먼스만큼 중요한 케이팝의 특색이 이 ‘세련됨’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점에 올라있던 J-pop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데, 유행을 선도하는 이 세련된 지위가 앞으로 케이팝의 성쇠를 결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혼자 전망해본다.
혁오의 음악에는 특유의 서늘함이 깔려있다. 지난 화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언급했던 밴드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은 ‘차가운 외면’을 그린다면, 혁오는 어떤 서늘한 페이서스를 선사한다. 혁오의 노래들이 갖는 이 서늘하고 쓸쓸한 감성은 혁오의 MV에서 더 확장된다. 나처럼 혁오의 모든 MV를 찾아본 이라면 혁오가 서태지만큼 MV에 신경 쓰는, 치열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라는 걸 알게 될 거다.
이 모든 혁오의 정체성은 1980년대 빌보드 1위까지 올랐던 노르웨이 3인조 그룹 ‘아하(a-ha)’를 소환하게 만든다.
먼저 두 밴드의 MV부터 살펴보자. 아하는 1980년대에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가장 먼저 왕성하게 활용한 그룹이었는데, 혁오 역시 히트곡 ‘TOMBOY’의 MV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바 있다.
HYUKOH(혁오) - TOMBOY(톰보이 뮤직비디오) M/V
아하의 뮤직비디오 중 가장 유명한 건 역시나 대표곡인 ‘Take on me’. 40여 년이 지난 요즘도 TV 프로그램 배경음악(BGM)으로 많이 쓰일 정도로 익숙한 곡이니 다들 물리실 것 같아서, 같은 1집 ‘Hunting high and low’ 앨범에 실렸던 세 번째 싱글 커트 곡 ‘Train of thought’ 뮤비를 소개한다. 모노 톤 만화 속을 표현한 애니메이션 형태로‘Take on me’와 같은 콘셉트다. 지금 봐도 멋진 영상 작품이다.
a-ha - Train Of Thought (Official Video) - YouTube
청소년기 나는 아하의 서늘한 노래들이 안타까웠다. 2집 ‘Scoundrel days’의 첫 번째 싱글 커트 ‘I’ve been loosing you’나 3집의 타이틀 ‘Stay on these roads’처럼 북유럽 특유의 쓸쓸함이 담긴 곡들을 가장 좋아했으면서도 대중적 인기는 저버리는 선택이라고 봤기 떄문이다. 그들은 4집에서 아이돌 밴드로서의 타협을 아예 박차는 듯한 선곡들로 급속히 한국 팬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 글을 쓰며 혁오의 ‘공드리’ MV를 소개하려다 찾아낸 아하의 ‘Lifelines’도 그런 선택 이후의 노래다.
a-ha - Lifelines (Official Video)
나는 해외에 나가면 모노레일을 타든, 전차를 타든 맨 앞칸으로 가서 정면으로 나아가는 레일을 동영상으로 담는 버릇이 있다(심지어 신분당선, 김포 골드라인 컴컴한 터널 속에서도!).
아하의 ‘Lifelines’ MV도, 혁오의 이 ‘공드리’ 뮤비도 그런 느낌의 영상이다. 둘 다 지금 같은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추운 듯 포근하고 쓸쓸한 듯 평화롭다. 평정심, 안정감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아하의 가장 쓸쓸한 노래로 기억해 그들의 2집에서 꺼낸 이 ‘Soft rains of April’은 아예 뮤비가 없다. 싱글로 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롯이 음악에 기대어 쓸쓸함을 따라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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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를 환영합니다! ]
음악 평론가가 아니다 보니 행여 다른 견해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론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시 확인해서 꼭 답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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