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feel the rhythm of Korea?

[홍보의 목표]

by 오세용


2020년 여름, 한국관광공사의 영상 하나가 한국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로 ‘Feel the rhythm of Korea’. 당시에 많은 언론과 누리꾼들이 앞다투어 극찬했었는데, 내가 봐도 참 잘 만들었다 싶었다. 기존 한국 관광 캠페인 광고의 패턴-당대의 한류 스타 출연, 경복궁·홍대입구·한강 등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들을 나열하는 식-을 탈피했다는 점만으로도 고무적이었다. 여기에, 소수 마니아층에는 유명했지만, 대중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날치밴드’와 ‘엠비규어스캠퍼니’를 매칭 했던 게 신의 한 수. 영상이 소위 ‘대박’을 터뜨린 데에는 참신한 기획을 내놓은 ‘에이치에스애드(HS ad)’의 공이 가장 컸지만, 외주사의 기획안을 그대로 받아준 한국관광공사도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국관광공사+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 범 내려온다] 한국관광 해외홍보 영상(Feel the rhythm of Korea) l Ep.1 서울


6억 명 조회의 실체는?

“그런데 말입니다….” 그 이후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방향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영상의 조회 수를 계속 강조해대더니 결국 ‘6억 뷰’를 돌파했다고 여기저기 자랑하는 것 아닌가.


한국관광공사는 애초 이 광고 영상의 조회 목표를 얼마로 세웠을까. 영상 제작비나 광고 송출비 등 정부 예산은 언제나 부족하기에 예산 대비 효과를 생각해 PR의 목표를 세웠을 터. 나는 나중에 이 영상의 광고 송출비로만 100억 원 가까운 국민 혈세가 쓰였고, 그토록 자랑하는 6억 뷰도 대부분 이 광고 송출비를 통해 유입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멋진 기획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 쓰인 수십억 원은 광고계 시세를 고려할 때 아깝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몇 배의 예산을 광고 송출비에 쓰고 그 돈으로 산 조회 수를 자랑하는 걸 전략적인 홍보라고 할 수 없다. 홍보 목표 수립 당시부터 이런 광고 송출비를 쓸 계획이었다면, 매년 관광공사가 그렇게 써왔다면 시민들 평가가 달랐을 것이다. 이건 좋은 PR 콘텐츠를 만들어 놓고 기관 홍보, 담당자 개인 홍보에 정부 예산을 쓴 꼴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광고 영상 시리즈는 2020년부터 여러 해에 걸쳐 제작되었고, 수년에 걸쳐 수많은 국내외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호평을 들었다. 좋은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외국인에게는 한국에 와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고 우리 국민에겐 ‘한국관광공사라는 곳이 있는데 일 잘하고 있다’라는 인식도 심어줬다. 그런데도, 광고 송출 예산을 쏟아붓고 담당 직원 개인 홍보를 한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PR 전략이 그리 소모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난, 이 훌륭한 영상이 유튜브의 수많은 끼어들기 광고로 소비되지 않길 바랐던 거다.


“장관님이 국정감사장에서 깨졌다고?”

2019년, 문체부 팀장이 되고 얼마 안 돼 맞는 가을 국정감사 첫날이었다. 국회의원들 정책 질의에 사업부서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에 비해 대변인실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었는데, 이날 일이 터졌다. 한 야당 의원이 장관에게 문체부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 영상 조회 수가 적다고 지적했단다.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있도록 부랴부랴 구체적인 질의 내용을 파악하다가 나는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의원이 문체부 유튜브와 비교하며 예시로 든 구독자 수, 조회 수 1위 부처는 홍보예산이 10배나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홍보예산과 비례하는가. 콘텐츠 잘 만들면 조회 수, 구독자 수 늘지 않나. 이런 질문을 던지는 분들 분명 있을 것이다. 대놓고 얘기하자면, 구독자 수와 조회 수는 돈 주고 살 수 있다. 예산이 적어 출발선부터 다른 부처는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지만. 루틴 같은 일상의 업무가 있는데 매번 홈런을 칠 순 없는 법. 신선한 기획은 화수분에서 꺼내는 게 아니었고, 예산을 쪼개 써도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비교했던 부처가 잘한 게 아니냐고? 콘텐츠 구성도 특별하달 게 없었다. 심지어 채널 맨 위 조회 수가 많던 영상은 그저 행사 현장에서 상영하기 위해 만든 때깔 좋은 홍보 영상이었다. 그러니 영상의 조회 수는 최소 1천만 원 이상의 별도 광고 송출비를 쓴 거였고 유튜브 구독자 수까지 광고 예산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PR 전문가라면 보자마자 대충 견적이 나온다. 이러니 국감에서 혼이 나는 상황이 어찌 억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분한 마음 다스리며 ‘유튜브 구독자 수 및 조회 제고 방안’을 작성해 제출했다.


광고 예산 더 따면 되잖냐?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따오기는 소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거니와 모든 증액안은 자기 부처 기획조정실 통과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예산 증액을 위해 대개 3년에 걸쳐서, 매년 증액되지 못한 예산안을 이듬해, 그다음 해까지 논리를 벼리며 따내기도 했다.


다시 홍보 목표 얘기로 돌아가서. 그 부처는 홍보 전략을 잡을 때 애초부터 행사용 영상을 만들어서 SNS에서 많은 이가 보도록 하자고 목표를 세웠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만약 그랬다면 SNS를 관리하는 디지털소통팀에 PR 전문가가 없거나, 그들이 반대했음에도 밀어붙여서일 거다. 기왕 비싼 돈 들여 때깔 좋게 영상을 만들었으니 SNS에도 올려놓고 광고 송출비도 들이부었으리라. 이 부처는 성공한 홍보를 한 것일까. 몸에 전혀 맞지 않는 옷처럼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올라간 행사용 영상은 어떤 홍보 목표를 달성했을까. 한 가지 확실했던 건, 그 의원과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부 유튜브에 대한 전문성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마침 그다음 해 총선에서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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