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이 오늘 우리 마스크를 썼다고?"

[사전 경청]

by 오세용


‘일당백’보다 강력한 ‘집단지성’의 힘

나는 원래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맛을 잘 몰랐다. 그러다 커피 맛을 조금씩 알게 된 건, 방학 때마다 한국에 들어오면 입소문 난 카페 투어를 함께해주는 딸 덕이다. 그리고, 커피를 거르는 날엔 좀 허전한 기분이 정도로 즐기게 된 건 팀원들과의 ‘티 타임’ 덕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소통팀 근무 시절, 출근하자마자 팀원들과 자연스레 티 타임을 가졌다. 누가 보면 아침부터 수다 떠는 한가한 팀장과 팀원들 같았으려나. 하지만 그 시간은 다수의 수상 성과를 내며 ‘캠페인 맛집’으로 소문난 문체부 디소팀의 전설을 탄생시킨 산실과도 같다. 자연스러운 브레인스토밍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나 ‘번개’로 저녁에 한잔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정해진 회의 시간에 각 잡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언제든지 자연스럽게 업무 이야기를 꺼내 토론으로 이어가는 게 즐거웠던 팀원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덕분에 팀의 공식적인 회의는 급한 일거리, 아주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해야 할 때나 열리는 정도였다. 회의를 좋아했던 나도 정작 부서장이 되고부터는 회의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난 PR 기획에서 집단지성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믿는다. 체험에서 터득한 진리다. 아무리 똑똑한 일꾼이라도 ‘일당백’하는 것보다 여러 목소리를 들을수록 좋은 홍보가 나온다. 애초부터 PR(public relation)의 의미가 ‘공중과의 관계’ 아닌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용하는 것에서부터 공중과 원활한 소통이 시작된다.


경청이라고 해서 ‘여론조사’나 ‘심층 집단 인터뷰(FGI)’처럼 예산이 드는 것만 생각할 필요 없다. 물론 전문적인 툴(tool)을 활용한 계량적 분석결과를 받는 것도 좋겠지만, 2장에서 언급했듯 언론 보도 스크랩, 보고서 속 관련 통계 등 다양한 정보 속에서 ‘무엇을 듣고 취할 것인가’를 깨닫게 될 수도 있다.


PR 전문가에게 잘 듣기

나는 PR 부서에 새로 발령받아 홍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언제나 ‘홍보전문가 자문회의’ 개최를 추천했다. PR 부서가 아닌 사업부서에서 큰 홍보 사안을 맡게 된 직원에게는 직접 홍보 기획 회의를 해주거나 아예 민간의 전문 홍보컨설팅사와의 협의를 제안해줬다.


한편 홍보 전문가가 많은 우리 PR 부서에는 전문기업에 외주 용역을 발주해 제3자 전문가의 시각에서 PR 캠페인이나 홍보 프로젝트를 제안해보게 했다. 국내외 시상식을 휩쓸고 문체부 유튜브에 영상으로 축적해둔 ‘30초 노래 비누’, ‘사람 사이 문화 두기’, ‘생명나눔 유니폼’, ‘지금은 패럴림픽’, ‘마을을 지키담’ 등 문체부 디지털소통팀의 캠페인은 모두 이런 사전 경청-소통-토론의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대통령이 직접 썼던 ‘K-웹툰 마스크’ 캠페인

2020년, 문체부 대변인실 전체 회식 날이었다. 한 팀원이 회식 내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 “드릴 말씀이 있다”라며 운을 띄우곤 말 꺼내길 주저했다. 결국, 다음날이 되어서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드릴 말씀’은 “외부 업체 없이 스스로 기획한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라는 것. 그 팀원의 적극적인 뜻을 난 당연히 수락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K-웹툰 마스크’ 캠페인이다.


'케이웹툰 마스크' ㅣ 문화체육관광부X다음웹툰 (캠페인 소개 영상)


코로나 시기 청소년들의 첫 등교를 앞두고 기획한 이 캠페인은 ‘경청’의 힘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나를 비롯한 팀원들은 의견을 낸 팀원의 아이디어를 경청하며 구체적 실행방안들을 논의했고, 기획한 팀원은 또한 캠페인 명칭과 11월 3일 만화의 날로 캠페인 날짜를 맞추자는 내 의견을 수용했다. 점심 먹으러 만났던 청와대 행정관 역시 마침 11월 3일 열리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웹툰 마스크를 올리고 싶다는 내 바람을 흔쾌히 들어줬다. 마스크 디자인 재능기부를 해준 당대의 웹툰 작가들 역시 우리 캠페인 취지를 진지하게 경청해주었기에 이 캠페인이 성사될 수 있었다.


브레인스토밍, 홍보자문회의, 캠페인 협업. 형태가 무엇이든, 받아둔 상황을 함께 분석하고 경청하고 토론해서 만들어지는 집단지성은 PR 전략을 수립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고 아름다운 필수조건이다.


"어떻습니까. 허허" 문대통령, 캐릭터 마스크 쓰고 'K-웹툰' 홍보(종합) (서울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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