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나는 컨설턴트로 일을 해서 항상 '을'의 입장에서 '갑'이 되는 고객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물론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는 나를 고객사에 팔아먹을 때 참 좋은 이력이 되었지만, 꽤 오랫동안 일을 해도 내게 개인적으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열심히 그럴듯하게 만든 산출물들은 모두 고객사의 자산이 되어 넘어갔고, 그건 대외비 문서가 되어 나도 열람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프리랜서 컨설턴트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열심히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허망하게 나를 고용한 회사에 넘겨지고, 그것은 다시 고객에 넘겨졌다. 프리랜서로 일했는데 나의 자산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함이 몰려왔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은 나 혼자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조직의 힘이 필요한 것들이지만, 그리고 그 덕에 내가 이런 다채로운 경험을 하나보다 싶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경험은 분명 나만의 유니크한 경험인데 이렇게 묻히고 사라진다는 것이 아쉽게도 느껴졌다.
그래서 결심하게 됐다.
블로그를 하자!
블로그의 유행은 지났고, 그나마 당시의 잘 나가는 블로거들은 대부분 티스토리에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만들어 봤다. 뭔가 나의 경험을 쓰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실제 목적은 구글 adsense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구글 adsense와 티스토리의 이점을 알게 되니 이왕이면 큰돈을 벌어보고 싶었다. 티스토리 블로그 내에 광고용 포스팅이 전혀 없었던 나는 너무나도 쉽게 구글 adsense 승인을 받았고, adsense를 설치 후 한 번 클릭으로 아주 조금씩 돈이 쌓인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돈에 눈이 멀었다. 타인의 힘을 빌려, 때로는 나의 모바일로도 부정클릭을 했다. 구글의 1차 경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 경고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같은 패턴으로 부정 클릭을 시도해서 돈을 쌓아갔다. 100달러쯤 쌓아갔을까. 이제 돈을 출금해서 부정클릭 그만하고 안정화를 시켜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의 adsense 계정은 구글에 의해 차단됐다. 구글로부터의 영원한 낙인이 되었다.
범죄자가 된 것처럼 창피하고, 한편으로는 우울했다. 이러한 구글 경험을 발판 삼아, 진지한 마음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입문했다. 다행히 네이버는 당시에 광고 수익이 매우 적을 때라 돈에 눈이 멀 이유가 없었다. 천천히 장기적인 관점으로 포스팅을 올리기로 했다.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든 것은 내 성과가, 내 흔적이 모두 고객사에 뺏겨 내게는 남는 게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지만, 블로그 만들기에 박차를 가한 것은 고객사에서 해외 출장을 간다고 한 영향이 크다.
해외 출장이 그렇게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니기에 해외 출장의 준비과정과 해외에서 내가 먹고 보는 것들을 블로그에 올려, 업무 덕분에 경험하게 되는 유니크한 내용을 공유해서 나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출장지에 대해 내가 조사한 정보들, 맛집, 가볼 만한 곳, 방문 지역의 역사, 택시 이용하는 법,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 등을 미리 블로그에 소소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 정보들은 그저 정보성으로, 내 주관이 아주 조금 들어갔지만 고객들이 보이기엔 객관적으로 느낄 수준이었다.
출장지에 가서는 함께 간 고객들에게 알아서 잘들 주변 관광 하시라고 블로그에 올린 내용들을 공유했다. 내 블로그 내용을 공유받은 보수적인 고객들은 나나 고객사의 업무 특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정체성이 모호한 나의 블로그 콘텐츠에 안심했다. 이를 암묵적인 승인으로 받아들인 나는 출장지에서 어딜 가도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맛집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도 고객들은 그런 나를 신기해할 뿐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출장지에서 돌아와 이렇게 확보한 콘텐츠로 당당하게 외부에 노출할 수 있는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고객사에 대한 이야기는 싹 빠진, 나의 정체성도 쏙 빠진, 그래서 고객이 안심하는 나만의 산출물. 결국 오롯이 이 콘텐츠는 내 것이 되었다.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네이버 블로그에 입문한 나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협찬의 세계. 정말 몰랐다. '맛집'이라고 검색한 결과물들의 대부분은, 그리고 상세한 정성 어린 포스팅은 대부분 '협찬'에 의한 것들이란 것을. 그다음부터 나는 맛집 검색 결과를 믿지 않았지만, 역으로 내가 그 협찬을 이용하여 맛집 포스팅을 하는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협찬받은 맛집을 찾아가서 사진도 찍고 포스팅도 올렸고 포스팅 결과도 공유했다. 이렇게 나는 점점 블로그 활동에 빠져들었고, 내 블로그는 점점 상업성을 띄기 시작했다.
협찬 재미에 빠진 초반에는 여러 체험단에 이곳저곳 가입해서 활동했다. 체험단 운영은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카페에서 운영하는 곳, 홈페이지로 운영하는 곳, 블로그로 운영하는 곳. 최근에는 밴드나 카카오에서도 체험단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많지만, 내가 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곳은 '레뷰'다. 당첨 확률은 낮지만, 이용이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들을 접해볼 수 있다.
협찬받은 것에 대한 포스팅은 빨리 올려야 하는 압박이 있지만, 내돈내산 체험 포스팅은 굳이 급하게 올릴 필요가 없다. 내돈내산 여행, 회사의 회식장소에서 먹은 음식과 같은 콘텐츠를 그냥 날리기 아까웠다. 그래서 비행기 예약하는 과정, 방문한 맛집, 방문한 장소를 열심히 사진 찍고, 내가 경험한 것, 알게 된 것에 관련한 정보들을 순차적으로 블로그에 공유했다. 협찬받은 것보다는 덜 신경 쓰고 보다 자유롭게 빨리 올릴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쌓아두고 일주일 단위로 하루에 하나씩 포스팅 예약을 걸어두면서 1일 1포스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다 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SNS 기자단.
각종 정부부처, 단체에서는 자신들의 활동사항을 전파하고 알려줄 블로그를 운영하는 SNS 기자단을 모집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지원한 나를 덥석 뽑아준 기자단은 박근혜 정부의 멸망과 함께 폭파하고 말았지만, 곳곳에 이러한 활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EBS Story 기자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TV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방송 리뷰는 내게 체질이 아닐까 싶었다. 번아웃이 와서 업무도 다 그만둔 상태였고, EBS는 집에서도 가까웠다.
EBS Story 기자단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시작한 활동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마음가짐은 그랬는데 하다 보니 재밌어서 오히려 몰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SNS 기자단은 기자단을 관리하는 운영자의 역할이 큰 것 같다. 당시 EBS 박모 운영자는 응답이 매우 빨랐고 매번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과감한 대응을 했고 늘 따뜻했다. 그래서 나는 그 운영자를 보고 EBS는 이렇게 따뜻하고 합리적인 조직인가 보다 싶었다. 실제 EBS 내부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EBS에서 만난 홍보부 담당자들 덕분에 EBS의 모든 것이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EBS 홍보대사가 됐다.
놀랍게도 EBS Story 기자단 활동은 난생처음 힘을 빼고 욕심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즐겁게 했던 활동이다(EBSstory기자단의 활동비는 매우 적다). 그동안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이긴다는 것.
'아, 욕심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구나.
그러면 결과도 이렇게 좋을 수 있구나.'
나는 EBS Story 기자단 활동을 하자마자 그 기수의 최우수기자가 되었고, 만기를 다 채워 명예기자가 되었다.
이런 좋은 감정을 가지고 대한민국정책기자단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사실 EBS Story 기자단만큼의 좋은 감정을 얻지는 못했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기준과 운영 방식이 나를 점점 대한민국정책기자단과는 멀어지게 했다. 결국 커뮤니티 활동은 운영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딱 좋은 만큼만 활동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기자단 활동에서도 나는 좋은 모습을 보고 또 많이 배우고 있다.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NS 기자단 활동을 통해 내가 좋은 활동을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좋아하는 만큼만 할 수 있는 습관이 생겼다.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경쟁적으로 활동하지 않아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그런 것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의 회사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블로그 포스팅에도 사실 욕심이란 없었다.
협찬이 아니면 그냥 내가 밥 먹은 곳, 내가 여행한 곳의 사진을 의무감처럼 '대충' 찍어서 올렸다. 이것도 습관이 됐다. 여행을 다녀오면, 회사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 그대로 내 블로그 콘텐츠가 됐다. 포스팅을 올리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장 올리지도 않았다. 글을 쌓아두고 예약발송을 걸어두었다. 그래서 1년 365일 1일 1포스팅은 꾸준히 이어졌다.
밥 먹을 때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재밌는 회사 사람들은 내 블로그 주소를 묻는다. 사실 부끄럽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 검색해서 조회하는 사람이 많은데 굳이 알려줘서 그 사람도 나도 더 신경 쓰는 것이 싫어 웬만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눈이 초롱초롱해서 물어보면 나중에 슬그머니 알려주곤 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알아서 잘들 내 블로그를 알아내곤 했는데 어떤 분은 블로그 사진이 너무 성의가 없어서 내 블로그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던 블로그 글의 조회수는 2년 전부터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대충 찍어서 10분 만에 글을 완성하는 포스팅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조회수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네이버 정책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제도.
이것이 나의 특색 없이 아무거나 올리던 '잡' 블로거 생활에 위기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EBS를 통해 알게 된 파워블로거였던 조이스터님이 아주 이른 시기에 네이버의 장려로 여행 인플루언서로 합류하면서 우리에게 네이버 인플루언서 제도를 추천했을 때도, 또 스티브임님이 그걸 알고 도전을 해서 인플루언서 되기에 성공을 했다고 했을 때도, 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뭐 특별한 게 있나 싶었다.
그냥 좋아하는 만큼, 적당한 만큼만 해보려 했다. 그런데 자꾸 예전과는 달리 점점 낮아지는 조회수가 신경이 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루언서 제도는 뭔가 체계를 잡아가는 듯했고, 나의 평범한 블로그 포스팅들의 조회수는 점점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강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자 더욱더 나의 여행 카테고리와 맛집 카테고리의 글들의 조회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대안이 필요했다.
인플루언서에 도전해야 했다.
내 블로그엔 상대적으로 맛집, 여행 포스팅이 많으니 여행 인플루언서로 도전해봤다.
당연한 탈락이었다. 여행 카테고리는 경쟁이 치열했다.
여행이 아니면 뭐로 한단 말인가?
가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도전해봤지만 탈락이었다.
코로나의 영향 때문에 조회수가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하여 나의 블로그에는 협찬받은 책 리뷰 포스팅이 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맛집 포스팅을 하기도 어렵고, 여행도 가기 어려우니, 책 리뷰가 부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도 나는 책 리뷰 포스팅은 오로지 협찬받은 책만 했다.
1년에 스스로 읽는 책은 1~2권 수준.
코로나 이전에 협찬받은 책은 5권 정도 되려나?
그게 다였다.
코로나 이후에는 책 협찬을 많이 신청하게 되면서 책 포스팅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한 달에 1권쯤 협찬을 받을까 말까 했던 것이 일주일에 1권 정도로 늘었다.
2021년 어떤 주에는 일주일 내내 협찬받은 책으로 포스팅해도 될 만큼 협찬을 많이 받았다. 일주일을 몰아서 협찬받은 책 포스팅을 하고 그 시기에 도서 인플루언서에 지원해 봤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제도가 바뀌어서 수시로 지원 가능했던 것이 한 달에 한 번만 지원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기회에 맞춰 그 시기에 많은 책 리뷰를 올렸음에도 결과는 언제나 탈락이었다. 게다가 애초에 사람들이 잘 검색을 하지 않는 책 리뷰이다 보니 조회수는 점점 더 줄었다.
탈락의 고배가 여러 번 이어지다 보니 네이버가 점점 미워졌지만, 나는 협찬받아 읽게 된 책을 리뷰하다 독서습관이 생기게 됐다. 심지어는 읽고 싶은 책도 생겼다. 이건 독서와 담을 쌓았던 내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다.
읽고 싶었던 첫 번째 책은 '생각노트'의 <생각의 쓰임>이다. 다른 책을 읽다 이 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이 책을 정독했다. 그리고 '생각노트'는 온라인 세계에서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직장인이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멋진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귀감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2021년에 직무를 바꿨는데 생각노트가 나와 동종업종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생각노트의 모든 것이 본받을만했다.
책 읽는 것이 습관이 된 나는 이후 스스로 책을 찾아 읽게 되었고, 그 책 역시 포스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책 포스팅이 늘게 되었고, 책 포스팅이 늘다 보니 책 협찬은 더욱 많아지게 됐다. 일주일 내내 책 리뷰를 한 주에는 어김없이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에 지원했지만 역시나 탈락이었다.
그러던 12월 31일 밤 11시 15분경.
2021년 마지막으로 인플루언서 지원을 했던 내게, 별 기대가 없던 내게, 네이버가 도서 인플루언서 합격 통보를 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2022년이 와도 끝나지 않을 업무로 인해 한창 스트레스받고 있었던 차였는데, 모든 안 좋은 감정들이 상쇄됐다.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어떻게 밤 11시가 넘어서 통보해줄 생각을 했을까. 기쁨은 몇 배 컸다.
얏호! 나는 2022년 도서 인플루언서로 다시 태어났다.
인플루언서가 되니 새로운 세상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인플루언서 홈'이라는 것도 개설해야 했고 '팬 만들기'라는 것도 있어서 팬을 만들어야 했다. '키워드 챌린지'라는 것도 있어서 키워드를 포스팅에 넣고 열심히 챌린지를 등록해야 했다. 인플루언서 홈을 개설하고 팬도 만들고 키워드 챌린지에도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검색도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더 많은 광고도 붙었다.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키워드 챌린지에 참여하니 조회수가 최대 통틀어 15였던 도서 리뷰도 하루 최소 조회수가 15가 넘는 등 조회수가 확 올라갔다. 아무렇게나 올리던 도서 이외의 포스팅들도 네이버 인플루언서 제도가 생기기 전의 수준으로 검색이 되는 것 같았다. 이제 되었다 싶었다.
내가 책을 잘 읽지 않는 것을 알던, 그러나 내 블로그의 포스팅을 열심히 봐주던 회사 동료는 나를 이렇게 불렀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제도가 낳은 괴물"
시작은 도서 인플루언서로 했지만, 나중에는 조회수도 더 높아질 것 같고 부가적 수익도 많이 될 것 같은 리빙이나 여행 인플루언서로 전환하고자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에도 순위가 있는데, 도서 인플루언서 순위 100위권 안에 있는 내 모습을 보자 점점 순위에 집착하고 있다. (지금은 50위권에 진입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도서 인플루언서다.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니까 도서 협찬은 더 많이 들어온다. 토요일에 읽고 리뷰하는 책이 5권은 기본이고, 하루에 11권이 배송된 적도 있다. 도서 말고도 이것저것 협찬도 잘 들어오다 보니 더 바빠졌다.
하지만 도서 포스팅은 언제나 비인기 조회 종목이어서 아쉬움은 있다. 네이버 도서 메인에 떠도, 그 조회수는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정도다. 그럼에도 도서 인플루언서가 된 이후 내 블로그 조회수의 1위부터 10위까지가 대부분 책 리뷰임에 만족한다.
책을 통해 얻는 즐거움도 커졌다. 나는 원래도 책을 정독하는 편은 아니고, 차분이 책 읽는 것도 잘 못한다. 그럼에도 새 책이 나오면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인지 아님 그냥 그런 책인지 빠르게 읽어보며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읽는 과정은 귀찮지만 출판사로부터 책 리뷰를 제안받으면 일단 하겠다고 하게 되는 것은, 그 책이 진짜 내게 감동을 주는 책일지 궁금해서다. 의외의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던 책이 큰 깨달음을 줄 때의 기쁨은 크다.
책을 읽다 보니 출판의 트렌드,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도 알게 된다. 한때는 주식이, 또 한때는 시간관리와 자기계발이 대유행이었고 이와 관련한 책이 특히 더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러니 보물 같았던 책을 제외하고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을 필요도 없다. 제목과 표지는 다르지만 강조하는 것은 비슷하다. 자연스럽게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트렌드와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나, 시간관리 방법 등을 익히게 된다.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업무에 접목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인생을 초월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인생을 조금 더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회사생활은 원래 불공정한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의 깨달음은 책에서 비롯됐다.
블로그엔 상업적인 글을 올리다 보니, 진솔한 글, 전문적인 글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글을 쓰는 것은 귀찮고 책을 읽는 것보다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블로그에서 쓰기 어색한, 혹은 진실한 내면을 다룬 산문이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브런치도 개설했다. 지금은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가 되는 것을 꿈꾼다.
블로그보다는 간단한 포스팅을 할 수 있는 채널도 필요함을 느꼈다. 그래서 인스타도 개설했다. 인공적으로 많은 팔로워를 만들었다. 콘텐츠로만 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만들고 싶은데 그건 참 어려운 것 같다.
파퓰러의 활동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러니 나는 퇴근 후 틈나는 대로 온라인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때로는 너무 지쳐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회사에서는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여전히 컴퓨터에 앉아 읽고 쓰고 쉼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또 마음이 불안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책을 보고 신문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휴식이라고 하던데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른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도 그 경지에 이를 것 같지는 않다.
휴식은 별도로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온라인 세계에서의 나의 활동이 오프라인 활동에서의 실제의 나에게 활력을 준다면 퇴근 후 온라인 세계에서의 파퓰러 활동은 무의미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현실 속의 나보다 온라인에서의 파퓰러가 오히려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것 같을 때도 많다. 그래서 더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의 흔적, 내 결과물을 남기려고 시작한 파퓰러의 여정은 내게 연봉 2억을 주겠다고 하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온라인 활동을 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 한편으론 지치지 않도록 적당한 균형을 잡는 것은 파퓰러가 아닌 현실의 나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