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정확히는 2021년 12월 31일 밤 11시 15분경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팬 3000명을 모아야 활동이 안정적이라고 하여 작정하고 3000명 팬 만들기에 돌입했다.
원래는 자연스럽게 3000명을 모으고 싶었다. 진짜 나를 좋아해 주는 3000명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평생 그 3000명을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처음에는 네이버 인플루언서였던 사람들의 계정을 찾아 일일이 팬하기를 눌러보았다.
그들이 알아서 내게도 팬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한 20명 정도 하다가 포기했다.
그들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팬하기를 누르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방식이었다.
효과가 거의 없었다.
내가 운영하는 SNS 채널을 통해서도 팬하기를 유도해봤다.
포스팅 글 하단에 '팬하기'를 누를 수 있도록 내가 인플루언서임을 알리고 링크를 걸어두었다.
그러나 이것도 효과는 지극히 적었다.
SNS 채널에서 나를 잘 알고 있는, 내 채널을 자주 방문하는 지인들 중에서도 아주 소수만 팬하기를 눌렀다.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직접 팬하기를 강요했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다.
카톡으로 안부 메시지가 오면 인플루언서가 되었으니 팬하기를 눌러달라고 했다.
친한 사람을 만나면 휴대폰을 달라고 해서 내 계정을 찾아간 다음, 팬하기를 내가 대신 누르기도 했다. 성공률 100%인 오프라인 DM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내게 마음 편히 휴대폰을 내어줄 수 있는 지인이 지극히 적다.
내가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었다고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지인도 지극히 적다.
결국 나는 팬 3000명을 만들기 위해 진짜 DM(Direct Message)을 활용했다.
나도 다른 인플루언서들처럼 네이버 '톡톡' 메신저를 이용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팬을 신청한 다음 네이버 '톡톡' 메신저로 "먼저 팬 했으니, 나도 팬 해주세요~"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거다.
정말 성가신 방법이고, 웬만해서는 쓰고 싶지 않았던 방법이다.
나도 다른 인플루언서들에게 이 메시지를 받는 게 처음에는 너무 짜증나고 성가셨다.
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별로 받고 싶지 않은 메시지다.
하지만 팬을 빨리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더 적극적이 되어야 했다.
'톡톡' 메신저를 이용해 나처럼 팬 확보가 똑같이 필요한 인플루언서에게, 나도 팬을 해주었으니 너도 팬을 해달라고 마케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약 1개월 간 수시로 3000건이 넘는 '톡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유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응답 없이 알아서 팬을 하는 인플루언서 (나처럼 성가시지만 팬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이 팬을 해주는 것 같다.)
톡톡 메시지로 답신을 보내서 확인을 해주고 맞팬을 해주는 인플루언서 (간혹 멋진 문구를 함께 보내온다. 예를 들면,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되어주세요!', '저는 이제 당신의 팬입니다' 등)
톡톡 메시지로 답신을 보내고 또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인플루언서 ('카카오뷰 친구 해주세요', '블로그 서로이웃 해주세요' 등)
톡톡 메시지로 알겠다고 답신만 보내고 팬을 해주지 않는 인플루언서
톡톡 메시지로 알겠다고 하고 맞팬을 한 뒤 며칠 뒤 팬을 취소하는 인플루언서 (가장 나쁜 케이스다. 왜 그러는 걸까?)
아무 행동도 반응도 없는 인플루언서
DM 마케팅을 통해 팬 3000명을 확보한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1. 브랜드에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혹은 상품을 빨리 팔기 위해서는, 기반이 될 고객, 즉, 시드머니와 비슷한 개념의 시드고객이 필요하다.
2. 이 시드고객을 빨리 확보하는 데는 DM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3. DM을 통해 시드고객을 빨리 확보하려면 무언가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대가는 그 사람의 팬이 되어 주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비용으로 내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먼저 내가 대가를 제공했지만 또 다른 대가를 요구하는 누군가도 있었다.
4. DM을 발송할 때는 - 발송 타깃, 발송 내용, 발송 타이밍 -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발송 내용에는 후킹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타이밍은 잠재 시드고객이 DM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은, 활동적인 시간이어야 한다.
나의 경우 타깃은 팬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인플루언서에 대해 최근 팬을 해준 사람으로 삼았다. 메시지는 '선팬을 했으니 맞팬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사항과 함께, 때로는 그 사람이 기분 좋을 추가 문구를 하나 더 넣었다. 발송 타이밍은 타깃이 막 누군가의 팬하기를 누르고 갔을 것 같은 시점으로 삼았다.
5. DM 메시지를 발송하여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사람은, 대가가 명확하고 시의적절하게 메시지를 보냈을 경우, 90% 정도에 해당한다.
6. DM 메시지에 효과를 보이지 않은 나머지 10%는 버리는 편이 좋다. 여기서 파악되는 블랙리스트는 별도로 관리하고 추가로 마케팅 비용을 쓰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수고를 덜도록 하자.
나의 경우 알겠다고 하고 맞팬을 한 뒤 몰래 취소하는 체리피커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
역시 인생은 기브앤테이크다.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도 있다. 그러나 항상 손해나 구멍(10%)은 있다. 이를 고려하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각성'시키고 브랜드의 찐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을 쓰든 고객의 니즈를 팍팍 긁어줘야 한다. 그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찾는 것은 경영자와 마케터의 몫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각성'시키고 브랜드의 찐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시드고객' 확보가 중요하다. 이들에게는 무언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빠르게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의 지속성은 두고 봐야 한다.
이후에는 브랜드와 상품(콘텐츠)의 꾸준한 기획 및 관리로 고객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꾸준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확보된 팬들과 소통한다면, 팬은 유지될 것이다. 운이 좋게 트리거가 발생했다면 찐팬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다.
3000명의 팬을 임의적으로 확보한 나는 팬 확보의 압박에서 한결 여유로워졌다.
시간이 흐르니 속도는 더디지만 자연스럽게 팬은 늘고 있다. 이것에 만족한다.
가진 자의 여유일까? 팬 신청 요청은 수시로 보지 않는다. 내킬 때만 본다. 그리고 내 선호에 따라 맞팬을 한다.
팬 숫자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인플루언서 순위에 집착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순위가 나의 검색량을 결정하니까. 그리고 팬의 숫자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이면서도 간접적인 수단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