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언저리에 있는 오야 셰프는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식재료 전문가다. 식재료를 제조하고, 해외에 있는 좋은 식재료를 찾아 국내에 들여오고 유통하는 업을 하는 회사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직장인 오야 셰프는 쿠킹 클래스 진행 경험도 있다.
오야 셰프는 자신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넣어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늘 요리를 연구한다. 서양 스타일의 가정식 요리를 재해석한다. 좋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좋다.
오야 셰프의 파인 다이닝 가정식 코스 시식 후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여름의 끝자락, 망원동 슴슴집에서 오야 셰프의 슴슴한 파인 다이닝 세션이 열렸다.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오야 셰프가 제공하는 파인 다이닝은 그런 날 함께 하기 좋다.
오야 셰프의 파인 다이닝 코스는 시시각각 다르다. 이번 파인 다이닝의 콘셉트는 여름의 끝자락, 여름 별미다. 모두 오야 셰프가 처음 만들어본 음식으로 구성했다.
Endive au thon (엉디브 오 통)
Endive는 불어로 꽃상추, Thon은 다랑어, 참치를 뜻한다. 엉디브 오 통은 프랑스에서 애피타이저 메뉴로 자주 등장하는 프랑스 핑거푸드다. 우리나라에서 엔다이브로 불리고 있는 엉디브는 고급 식재료다. 씹을 때의 아삭아삭한 맛이 특징이다.
오야 셰프에 의해 재해석된 엉디브 오 통. 엉디브 위에 연어와 올리브, 양파, 케이퍼 믹스가 정갈하게 올려져 있다. 흡사 한식과도 같이 보인다. 케이퍼는 본래 지중해 연안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향신료로 많이 이용되는데, 주로 연어와 함께 등장한다. 그러니 연어와 케이프는 본래부터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오야 셰프는 여기에 올리브와 양파도 섞었다. 아삭아삭한 엉디브 위의 연어가 목구멍으로 술술 잘 넘어간다.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Caviar d`aubergine (캬비아 두베르전)
Caviar는 프랑스어로 캐비어, Aubergine은 가지를 뜻한다. 즉, 캬비아 두베르전은 가지 캐비어를 의미한다. 오야 셰프의 설명에 따르면 캬비아 두베르전은 서민들의 캐비어라는 별칭이 있다. 가지의 씨앗이 마치 캐비어와 같아서 프랑스 서민들이 자주 만들어 먹은 요리라고 한다. 오야 셰프는 고든 램지의 레시피를 참고했다. 여기에 중동의 참깨 맛 나는 타히니 소스를 추가로 뿌려봤다.
본래 캬비아 두베르전은 프랑스 남부의 크고 통통한 가지를 이용해 만든다. 오야 셰프는 비슷한 느낌을 내기 위해 한국의 제철가지 중 통통한 것을 사용했다. 가지는 8월, 한여름이 제철이다. 이 제철가지를 은박지에 싸서 허브, 마늘, 올리브 오일과 함께 오븐에 구웠다. 구워진 가지의 속을 긁어내 수분을 빼줬다. 여기에 허브, 사워크림, 레몬즙을 섞어 냉장고에 넣어 며칠을 숙성시켰다. 이렇게 등장한 캬비아 두베르전은 자연의 시간과 셰프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다. 크래커나 빵에 발라 먹으면 좋다. 오야 셰프는 빵을 내왔다.
앙디브 오 통의 스프레드가 가랑어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면, 캬비아 두베르전은 그 어떤 맛도 튀지 않으면서 조화로운 것이 특징이다.
차가운 토마토 수프 (가스파초, Gazpacho)
그다음으로 등장한 음식은 차가운 토마토 수프다. 차가운 토마토 수프는 가스파초라고도 불린다. 가스파초는 에스파냐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아라비아어로 젖은 빵이라고 한다. 스페인식 토마토 수프, 가스파초는 더운 여름이 되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전날 저녁에 만들어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콩국수와 같은 여름 별미인 것 같다.
오야 셰프는 보통의 레시피가 많이 쓰는 블루치즈 대신 부라타치즈를 써서 샐러드 같은 느낌의 수프로 재해석했다.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오이나 샐러리를 넣어도 된다. 샐러드 같은 느낌이 수프, 처음 먹어본다. 시원하면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답답한 속을 달래주는 것 같다.
전복 보리 리조또
전복 보리 리조또를 먹어 본 적 있는가. 아니, 들어본 적은 있는가?
오야 셰프를 통해 새로운 음식을 맛보았다. 유튜브를 참고했다고는 하나, 내게는 완전 새로운 음식이다. 오야 셰프는 전체 구성으로 보았을 때 중간에 파스타류가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전복 보리 리조또를 코스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여름이니까 전복을 통해 보양식 느낌을 내고 싶었다.
보통 리조또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리조또용 쌀을 가지고 만든다고 한다. 오야 셰프는 보리쌀을 이용했다. 쌀에 비해 리조또를 만들 때 실패 확률이 낮다고 덧붙였다.
리조또에는 전복 내장을 갈아 넣었다. 리조또는 크림과 치즈의 양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치즈를 넣지 않았다. 담백하고 맛있다. 특히 보리쌀 알갱이를 씹는 것이 재밌다. 알갱이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그 식감이 좋다. 전복 보리 리조또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여름 보양식이다.
여름과일 세비체(cebiche)와 돼지고기 토마호크 (Tomahawk)
오늘의 메인 요리. 여름과일 세비체와 돼지고기 토마호크가 등장했다.
세비체는 생선이나 해산물을 얇게 떠 레몬 즙이나 라임 즙, 향신채와 재어 두었다가 먹는 중남미 지역 해산물 요리다. 페루와 에콰도르 등에서는 국민 요리로 여겨진다. 파나마에서 정통 세비체를 먹어 본 적이 있다. 작은 칵테일 같은 잔에 들어있던 세비체는 식욕을 돋우고 여름 날씨에 기운을 북돋는데 좋았다.
오야 셰프의 여름과일 세비체에는 자두, 복숭아, 아오리 사과 등 제철 여름 과일이 들어갔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자두도 일부러 빨간색 자두를 썼다. 빨강, 노랑, 녹색, 아이보리가 조화롭다.
옆에는 거대한 고기 요리 토마호크가 있다. 토마호크는 손잡이처럼 기다란 갈비뼈를 감싸는 갈빗살이 등심에 붙어있는 고기다. 미국으로 온 유럽계 이민자들이 인디언이 먹는 고기 모양이 토마호크 도끼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토마호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토마호크는 소고기를 지칭하지만, 오야 셰프는 돼지고기로 만든 토마호크를 내왔다. 토마호크의 안쪽은 살코기로 이루어져 있고, 바깥쪽은 지방이 많은 편이다.
오야 셰프는 돼지고기 토마호크를 굽는 과정에서 꿀과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를 섞은 소스를 수시로 발라줬다. 꿀과 파프리카 파우더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한다. 고기에서 광채가 난다. 여기에 고기에 찍어먹는 살사 베르데(salsa verde)를 함께 플레이팅 했다. 살사 베르데는 익히지 않은 허브를 주재료로 하는 초록색 소스를 말한다. 오야 셰프는 파슬리와 민트 등의 잎을 활용해 믹서에 갈아 살사 베르데를 만들었다. 녹색과 갈색과, 여름과일의 다채로운 컬러가 어우러져 한껏 보기 좋은 음식이 됐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
토마호크 살코기는 퍽퍽할 법도 한데, 전혀 퍽퍽하지 않다. 수분이 촉촉하게 배어있고 굉장히 부드럽다. 비법을 묻자 오븐 안의 그릴 판에서 고기를 구울 때 아래 물과 화이트 와인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수시로 꿀과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를 섞어 발라준 것이 부드럽고 촉촉한 토마호크의 비결인 것 같다고도 했다.
살코기는 살사 베르데와 아주 잘 어울린다. 여기에 고기의 겉 부분, 지방이 많은 부분은 꿀과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의 단 맛이 잘 느껴진다. 역시 고기는 지방인가. 야들야들한 식감이 좋다. 오야 셰프의 토마호크는 고기 부위의 특성을 아주 잘 살렸다.
브라운 치즈 마들렌
디저트로 오야 셰프가 아침에 미리 구워둔 마들렌이 등장했다.
색상이 약간 어두운 것은 브라운 치즈를 반죽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또 프랑스산 유기농 비정제 원당, 머스코바도(muscovado)를 사용했다.
원래 오야 셰프는 브라운 치즈 마들렌 뒷면에 구멍을 내고 라즈베리 잼을 넣은 후, 그 위에 브라운 치즈 큐브를 살짝 올린 모습을 구상했다. 브라운 치즈와 라즈베리 잼의 조합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모스카토 다스티 디저트 와인이 있어 브라운 치즈 마들렌 본연의 모습을 살렸다. 단 맛의 와인과 잘 어울린다.
오야 셰프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는, 오야 셰프가 준비하기에는 특색이 없고 개성이 부족할 것 같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그리고 스스로도 도전적으로 느껴지는 요리로 구성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중에는 그래서 오야 셰프가 처음 만들어 본 요리도 있다. 나는 모든 요리를 처음 먹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재밌고 특별했다.
계절의 특성, 자연의 기운, 오야 셰프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은 수줍게 내어졌다.
그렇게 내어진 수줍은 음식은 특별했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나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여기에 재료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지면,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다.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내가 지금 먹는 음식이 어떤 의도이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게 되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