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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Aug 29. 2022

휴식의 필요성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 나의 업무는 확실히 줄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벌이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연초에는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나는 네이버 직원이 된 것 마냥

퇴근하면 블로그 포스팅

주말에도 블로그 포스팅

블로그와 관련한 각종 협찬 제안은 모두 수용하고, 매일 리뷰했다.

블로그에 기반한 SNS 기자단 활동도 계속 벌여나갔다.


어느 순간 내 직업은 두 개가 되었다.

회사원과 네이버 인플루언서.

업무 시간과 잠자는 시간과 누군가와 만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는 노트북 앞에서 의무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코로나에 걸려 몸이 아파도 그랬고, 업무가 늦게 끝나면 잠을 줄여가며 그랬다.  


누군가를 만날 시간에도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불안해했고

몸이 아프면 아픈 대로 해야 할 일을 거뜬히 할 수 없어 안절부절못했고

야근하거나 업무가 늘어나면 부캐 활동을 염려하며 초조해했다.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부캐가 벌인 프로젝트가 또 있다.

주중에 틈나는 대로 반차를 내고 반차여행을 다닌다.

서울 곳곳에는 나를 힐링시켜주고 새로운 활력이 될 영감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평일에 즐겨야 제맛이다.


반차여행까지는 좋다.

그럼 이걸 나는 또 블로그에 의무적으로 포스팅할 생각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댄다.

돌아와서는 노트북을 켜고, 아까 간 곳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보를 더 검색하며 기록을 남기는 일에 매진한다.

반차를 써서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저녁은 내내 그 내용을 정리하며 보낸다.


식당을 가도 리뷰 생각을 하고

카페를 가도 리뷰 생각을 하고

여행은 물론 일상에서도 좋은 것을 보면 리뷰 생각을 먼저 한다.

그렇게 리뷰 생각을 하면서 찍어댄 사진은 나의 여유시간을 잡아먹는 또 다른 일이 된다.


슬슬 지쳐갔다. 번아웃이 왔다.

또 반차를 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소파에 달라붙어 먹기만 했다.

휴대폰도 노트북도 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회사 단톡방에서 자꾸 메시지가 뜨는 것이 성가셔졌다.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데 있는 '약손명가'에 갔다.

 

약손명가는 추웠던 어느 겨울날, 광화문에서 프로젝트를 참여하며 크리스마스에도, 설에도, 주말에도, 밤에도, 낮에도 보고서 찍어내기에 여념이 없던 고달픈 나날을 보내던 때 연을 맺었다.    

추운 곳 책상에서 셔터문 내릴 때까지 내내 앉아서 밥도 안 먹고 일만 하다 몸이 너무 아파서 등록했다. 그곳에서 받은 어깨와 등 마사지 덕에 하루하루 연명할 수 있었다.


그 기억이 요즘 새록새록 떠올랐다.

노화가 심해졌는지 옆구리가 건조해진 것 같고, 등은 항상 뻐근하고 어깨도 아팠다.

하루를 연명하기 위한 힐링은 지금이어야 했다.


약손명가는 결혼 직전에 케어가 필요한 예비신부들이 주 타깃인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10회짜리 힐링 프로그램을 등록했다.

(그곳에서 가장 저렴한 편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평일이라 지금, 당장,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 이거지!

50분간 약 6만 원 상당의 서비스를 받으며 나는 모처럼만의 힐링을 경험했다. 베트남 나트랑 쉐라톤 호텔의 최고급 마사지(가격 차이는 별로 안 나지만)를 받았을 때의 만족감과 비슷했다.


맞아. 쉬는 거란 이런 거였지.


반차 여행이고 뭐고, 쉴 때는 확실히 푹 쉬어줘야 한다.

쉬는 시간은 무조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다.

마사지는 내게 필수임을.

그리고 결심했다.  

나를 위해 돈을 써야 한다고.

300만 원짜리 쿠폰도 있던데, 담에는 그걸 끊어볼까 보다.

눈 주변에 기미가 올라오는 게 보이는데 이참에 피부과도 끊어볼까 보다.


그나저나 이번에 찾아온 번아웃은 한 달은 휴직을 해야 풀릴 수 있을 것 같은 강도다.

일단 응급 처치한 약손명가로 반응을 살펴보겠다.


2022년 5월 




몇 달 후...


번아웃은 가시지 않았고 피로는 점점 쌓여가고 있다.

여름휴가도 다녀오지 못했다.


약손명가는 가장 처음에만 만족감이 높았고, 시시때때로 만족감이 다르다.

처음에만 고객을 혹하게 하려고 아주 유능한 관리사가 케어해주고 그다음부터는 초보 관리사가 중장기적으로 투입되는 것 같다. 광화문 약손명가도 그랬었던 것 같다. 여태 10회를 다 소진하지 못했다. 끝날쯤 되어가니 슬슬 다음 예약에 대해 친절하게 묻는다. 


 

지금의 나는 반차여행이 아니라 장기간의 힐링여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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