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나. 무엇이 달라졌나?
1. 최소 한 달에 한 번, 새치염색
새치는 신경 안 쓰면 그만인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 한두 마디씩 듣게 된다.
"이야... 너도 이제 흰머리 있구나?"
새삼스러운 잔소리 같은 이 말을 들은 지 10년 되어 가는 것 같다.
나에게 새치염색은 남들을 위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하게 되는 뷰티 활동이다.
새치염색을 위해 최소 3만 원이 든다.
연단위로 환산하면 약 40만 원을 새치염색하는데 쓴다.
대신 염색으로 인해 머릿결이 상하기 때문에, 펌은 덜 하게 된다.
나이가 드니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이 많다.
나이 들수록 돈이 많아야 한다.
2. 매일 아침 립스틱으로 화장 마무리
화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나.
젊을 때는 화장 안 해도 된다는 말에 나이가 들수록 더욱 공감하게 된다.
10대, 20대 어린 친구들은 그 누구나 다 예쁘다.
나는 이제 립스틱을 바르지 않으면 한없이 피곤해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붉은 립스틱도 내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올해 처음으로 립틴트 한 통을 다 썼다.
장하다.
이제 여자 화장실에서 립스틱을 덧바르는 활동을 루틴으로 만들어야 할 때.
3. 패션 액세서리는 저편에
예전에는 화장은 안 하더라도 신발, 블라우스, 재킷, 액세서리 사는데 많은 돈과 시간을 썼었던 것 같다.
그렇게도 매일 신경 쓰던 귀걸이는 안 한지 꽤 오래됐다.
이제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똑같은 옷을 여러 벌 사는 것은 여전하다.
예전에는 욕심 때문에 색깔별로 다 샀다면, 지금은 편의를 위해 같은 색깔로 여러 개 산다.
에코백처럼 가벼운 가방은 너무 감사하다.
4. 아파오는 왼쪽 무릎과 허리, 심해지는 귀 통증
이제는 예전엔 잘 신던 5cm 굽도 못 신고 다니겠다.
왼쪽 무릎 통증은 20대부터 있었는데 이젠 점점 더 빈도도 강도도 심해지고 있다.
더불어 올해는 왼쪽 허리도 아파온다.
고무밴드가 허리를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이가 들고 아파봐야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무릎이 아파서 걷기 힘들고 허리가 뻐근하고...
가끔은 왼쪽 귀까지 너무 아프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운동이 필요한가 보다.
일부러라도, 가끔이더라도, 요가, 스트레칭, 필라테스를 하게 된다.
5.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 힘들다
봄 날씨는 여전히 매서워서 힘들다.
여름은 너무 더워서 지치고 힘들다.
가을은 손발이 점점 시려와서 힘들다.
겨울은 항상 오들오들 떨어야 해서 힘들다.
6. 다시 쓰게 되는 안경
20년 전 라식수술을 했지만 시력이 많이 안 좋아졌다.
그리고 어느덧 휴대폰의 가까운 글자가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2년 뒤쯤엔 다초점렌즈 기능이 있는 안경을 쓰게 될 예정이라고 안경사가 예언했다.
나이가 더 들면 돋보기는 필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안경 위로 올리고 핸드폰 글자 보는 모습 보이기 정말 싫다.
노안이 와서 시야가 흐릿해질수록 은퇴 준비가 선명해져야 할 것 같다.
7. 손과 무릎에 주름, 오늘보다 어제가 더 예쁜 나
오동통했던 손은 늙어 못생겨졌다.
무릎을 곧게 세우면 쪼글쪼글 주름이 생기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얼굴 주름 모양은 아버지를 닮아간다.
오랜만에 셀카를 찍으면 중년이 되어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조카와 함께 찍은 사진 속의 나는 너무 못생겼다.
오늘보다 젊었던 어제가 더 예뻤다.
8. 심해지는 불면증
나는 정말 잠이 많다.
선천적으로 많다.
예전엔 잠이 안 와서 괴롭다는 사람, 그래서 일찍 출근했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는 점점 내가 그들을 닮아간다.
잠의 절대량만 보면 여전히 내 수면량은 일반인보다 많다.
하지만 그 잠도 점점 너무나도 소중해진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안 오는 날이 많아진다.
어쩔 수 없이 바로 눕지 않고 쪼그려 옆으로 누워야 잠이 드는 날이 많아진다.
9. 힘에 부치는 지구력
원래도 힘들었지만 하나의 일을 끝내기 위해 야근을 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
노는 것도 힘에 부친다.
지구력이 예전보다 점점 더 딸려옴을 체감한다.
집중력은 점점 흐려진다.
몰입이 어렵다.
그 와중에 눈은 침침하다.
10.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여유를 찾으려는 노력
확실히 예전보다는 덜 아등바등해지는 것 같다.
체력이 약해져서 일 수도 있다.
사람도 사물도 좋게 조금 더 좋게 보려고 한다.
기억력이 나빠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때로는 나 스스로가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만, 점잖고 여유로워 보이려고 노력한다. 나는 나이가 든 사람이니까. 어른이니까.
그렇게 한껏 노력하고 성공했다고 느껴졌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