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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Feb 12. 2024

포르투갈, 다녀와보니 알면 좋을 10가지

여행 후 version

벌써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온 지 1년이 되어간다.

포르투갈 여행을 떠나기 전, 작년 2월 5일에 '포르투갈 미리 알고 가면 좋을 10가지'를 썼었다.

https://brunch.co.kr/@popular/36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어찌어찌 미루고 미루다 거의 1년이 지났다.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올려본다. '포르투갈, 다녀와보니 알면 좋을 10가지'.  





1. 커피는 포르투갈 스타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에서


포르투갈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어려운 나라다. 그렇다고 포르투갈 여기저기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대용량 컵에 판매한다면 세상의 소비 흐름으로 인해 '변질'된 모습에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는 포르투갈 커피를 마시자.


포르투갈 원조 에스프레소 커피, 비카 맛집. 아 브레질레이라

온전하게 포르투갈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리스본에 있는 아 브라질레이라 A Brasileira  본점을 갈 것을 추천한다. 카페 A Brasileira는 포르투갈 에스프레소 커피, 비카(Bica)의 원조라고 한다. 그리고 리스본의 A Brasileira는 페소아 시인 등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자주 찾던 카페라고 하니, 더욱 의미 있다.

Bica d'A Brasileria, a Origial (비카, 에스프레소, 2.5유로) - 초콜릿도 함께 준다

관광객들이 아 브라질레이아를 많이 찾다 보니 관광도시 중심으로 branch들이 생겨나고 있다. 포르투갈 내 몇 개 없는 아 브라질레이아이지만, 이왕 갈 것, 리스본에 있는 본점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다면 스타벅스에서


그럼에도 여행자로서 얼음이 가득 든 대용량의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나도 그리워진다면, 스타벅스를 찾자. 포르투갈은 '소비의 흐름'에 따라 관광의 나라로 계속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포르투갈 내 관광 중심지에서는 쉽게 스타벅스를 찾을 수 있다.  





2. 빵의 나라에 갔으니 원조 에그타르트를 먹어야


우리가 부르는 '빵'은 pão라는 포르투갈어에서 유래됐다.

그러니 우리는 포르투갈에 가면 빵을 먹어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과자를 먹어야 한다.


포르투갈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에그타르트.

그렇다고 매번 카페나 식당에서 판매하는 에그타르트를 발견할 때마다 사 먹게 되면 쉽게 물린다.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 도착해서 딱 한 번 먹어 본 뒤, 계속 참아 보자. 그리고 리스본 근교 벨렘지구의 파스테이스 드 벨렘 Pastéis de Belém에 들러, 그곳의 에그타르트를 반드시 먹어 보자.


파스테이스 드 벨렘 Pastéis de Belém에서 포르투갈 원조 에그타르트를

파스테이스 드 벨렘 Pastéis de Belém 에그타르트

파스테이스 드 벨렘 Pastéis de Belém은 포르투갈 에그타르트가 시작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포르투갈 에그타르트의 원조다. 이곳에 가면 왜 우리는 원조 맛집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된다.  


포르투갈 에그타르트의 원조를 맛보고 나서 포르투갈 과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추천할 곳이 더 있다.


신트라 피리퀴타에서는 트라베세이루

신트라에 갔다면, 피리퀴타 Casa Piriquita 매장을 들러야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판매하는 트라베세이루 Travesseiro를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에그타르트와는 느낌이 다른, 바삭하고 촉촉한 특징이 있다.

피리퀴타 Casa Piriquita 트라베세이루Travesseiro


기마랑이스 디비나 굴라에서는 토르타스 드 기마랑이스

기마랑이스에 갔다면 디비나 굴라 Divina Gula에서 토르타스 드 기마랑이스를 먹어볼 것. 디비나 굴라에서는 기마랑이스 대표 과자들을 많이 파는데, 그중 토르타스 드 기마랑이스가 가장 특색 있었고 맛있었다. 나머지는 다 비슷비슷한 맛이다.





3. 트램과 같이 생긴 것은 한 번쯤 타보기


포르투갈 트램은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포르투갈 여행에 진심이라면 리스본에서도, 포르투에서도 한 번쯤은 타보길 추천한다.

 

리스본에서는 28번 트램을

리스본에서는 28번 트램을 타고 도시 한 바퀴를 돌아보면 좋다. 언덕에 자리한 알파마 지구도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주는 즐거움은 '시간여행'에 있다. 28번 트램을 배경으로 근사한 리스본 여행 사진을 남겨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은 리스본 대성당 앞이다.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리스본 대성당을 지나가는 28번 트램

내가 간 때에는 28번 트램의 일부가 빨간색이었다. 빨간색이어서 눈에 띄는 점은 참 좋았지만 자세히 보면 코카콜라 광고여서, 그 점은 아쉬웠다.


트램 말고 리스본의 엘리베이터를 타도 좋아

트램과는 개념이 살짝 다른, 리스본의 엘리베이터, 푸니쿨라도 타보면 좋다.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 글로리아 엘리베이터

나의 경우,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진자 엘리베이터처럼 수직으로 올라감)와, 글로리아 엘리베이터(푸니쿨라 모습으로 트램과도 유사함)를 타봤다.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는 타는데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특이하고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타봤다는 것에서는 만족한다. 푸니쿨라가 다니는 골목은 그 자체로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굳이 타지 않더라도 푸니쿨라가 지나다니는 곳을 방문하면 리스본의 구석구석을 여행한 기분이 든 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그리고 이왕 갔으니 한번 타보는 것도...


포르투에서는 1번 트램을

리스본이 아닌 포르투에서도 트램을 즐길 수 있다. 포르투 상프란시스쿠 성당 앞에서 1번 트램을 타고 포즈 두 도우루 Foz do Douro를 가보자. 왼쪽 좌석에 앉는다면 바다를 구경하며 포르투 트램의 진정한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돌아올 때는 포즈 두 도우루에서 18번 트램을 타고 카르무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해보자. 중간에 언덕길로 꺾어지기 때문에 가장 가성비 있게 포르투 트램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포르투 1번 트램 / 18번 트램

포르투 상프란시스쿠 성당 앞에서 1번 트램을 탑승할 때 큰소리로 신이 나서 포르투 트램 탑승 꿀팁을 안내해 주는 아저씨가 한 분 계셨다. 설명 열심히 해 주고 나서 기껏 탈 때가 되니 자기에게 몇 센트 주면 좋겠다며 여행자를 위한 봉사의 이유를 밝힌다. 노숙자였던 것이다. 당시 급히 트램에 올라 잽싸게 창가 자리를 맡아야 했기 때문에 동전을 쥐어드릴 수는 없었지만 포르투갈에서 만나 사소한 도움을 주고 돈을 요구한 수많은 분들 중 이분이 가장 몇 센트 쥐어드리고 싶은 분이었다.






4. 등 뒤의 아줄레주와 발 밑의 칼사다 포르투게사 즐기기


포르투 성당의 아줄레주 앞에서는 감성 사진을!

포르투에 가니 아줄레주 앞에서 감성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다.

포르투 렐루서점 근처에 있는 카르무 성당은 18세기 바르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바로 옆에는 해리포터 시리즈 등장인물 시리우스 블랙이 살던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모티브가 된 폭 1M의 좁은 집이 붙어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카르멜리타스 성당이 또 붙어 있다.  즉 하나의 건물이 카르무 성당인 것처럼 보이지만 1m 좁은 집을 사이에 두고 왼쪽이 카르멜리타스 성당, 오른쪽이 카르무 성당인 것이다.

카르무 성당 아줄레주 배경으로 사진찍기

아줄레주 벽면에 등을 대고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보자. 당신도 모델이 될 수 있다. 여행지에서 가장 남는 것은 사진임을 기억하면서 주머니에 손도 넣어보고 고개를 돌려 사선 방향도 응시해 보자.


산타 카타리나 거리를 쭉 올라가다가 등장하면 보이는 알마스 성당 Capela das Almas 아줄레주는 진한 파란색을 띤다. 이 앞에서 사진 찍어도 예쁘게 사진이 나온다.

알마스 성당 아줄레주 배경으로 사진찍기


발 밑의 칼사다 포르투게사를 감상하며 도보 여행을!

포르투갈은 아줄레주가 있는 벽면도 예쁘지만 길바닥도 예쁘다. 일일이 박았을 정성스러운 자갈무늬 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개인적으로 칼사다 포르투게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리스본의 피게이라 광장이었다.

칼사다 포르투게사가 인상적인 피게이라 광장 바닥 / 칼사다 포르투게사를 모티프로 한 비스타 알레그레 도자기

왕실 도자기로 유명한 포르투갈 비스타 알레그레에서는 칼사다 포르투게사를 모티프로 한 식기류도 제작해 팔고 있다. 그냥 접했다면 못 느꼈겠지만 포르투갈 구석구석을 아주 많이 걷고 나서 보게 되는 비스타 알레그레 도자기는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


포르투갈 여행을 갔다면 아줄레주를 배경으로도 사진을 찍어보고 도보여행을 하며 발아래의 예술장식, 칼사다 포르투게사도 마음껏 즐겨보자. 비스타 알레그레에서 판매하는 칼사다 포르투게사를 모티프로 한 도자기는 여행 기념품으로도 추천이다.






5. 포르투갈 술은 포르투갈에서 마셔야


포트 와이너리 투어로 각인된 포트와인의 새로운 맛


국내에서 먹었을 때는 달아도 너무 달아서 맛없다고 생각했던 포트와인.

포르투에 와서도 포트와인은 먹지 않을 거라는 나의 다짐은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도 늘 마시던 화이트와인 대신 포트와인을 주문하게 됐다. 맛있어서.


포르투에는 포트와인 브랜드마다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포르투에 갔다면, 그리고 포트와인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포트와인 와이너리 투어에 참여보자.


테일러스 Talyor's 와인하우스 와이너리 투어

가장 먼저 참여했던 테일러스 Talyor's 와인하우스 와이너리 투어는 가이드 없이 음성 오디오기기 지원을 통해 셀프로 투어를 진행해 자유롭다. 오디오 기기를 통한 투어가 종료되면 와인 시음을 할 수 있다.

테일러스는 와인우드통을 테이블로 활용하고 있는데, 첫 투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투어를 마치고 와인테이스팅을 하는 와인우드통 테이블이 참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케이브스 칼렘 Caves Cálem  와이너리 투어

칼렘의 와인 투어 상품은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파두를 즐길 수 있는 투어가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파두 결합 와인투어 상품은 인기 상품이기 때문에 미리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저녁 해 질 무렵에 진행하기 때문에 창 밖의 도루강을 배경 삼아 파두 음악을 듣는 운치도 경험할 수 있다.


샌더맨 Sandeman 와인하우스 와이너리 투어

샌더맨 와이너리는 조로처럼 생긴 샌더맨 마크 때문에 신비롭다. 브랜딩을 잘 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미국에서 포트와인 최초로 TV 광고도 했다고 한다. 샌더맨의 신비로운 이미지 때문에 더욱 와이너리 내부가 궁금하기도 했다. 설명해 주는 내용은 다 비슷했지만, 샌더맨 분장을 한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을 해 준 다는 점이 차이점.


얼마 전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을 탔는데, 프레스티지석에서 서빙하는 포트와인이 샌더맨 와인이어서 반가웠다.


그라함 포트와인하우스 W&J GRAHAM's

그라함 포트와인하우스는 석양이 질 무렵에 갈 것을 추천한다. 높은 지대에서 석양이 질 무렵 펼쳐지는 포르투 중심지의 황금빛 뷰가 환상적이다.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가면 조금 버거울 수 있다.

 

포트와인 와이너리 투어의 내용은 모두 비슷하다. 포트와인 브랜드와 가문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주로 영국 가문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이런 부분들이 브랜드의 전통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포트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포도가 생산되고 있고 얼마나 값진 포도를 생산하고 있는지, 또 그 맛은 어떤지 등 유사한 레퍼토리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투어의 마지막은 각 브랜드의 대표 포트와인 시음을 하며 마무리된다. 조금 더 고급 포트와인을 시음해 보고 싶다면 가격이 높은 와인 투어를 예약하면 된다. 대부분의 와인 투어는 20~30유로 수준이다.


체리주도 제맛! 리스본 아진지냐 A Ginjinha 체리주와 오비두스 마을 초코컵 체리주


리스본에 갔다면 아진지냐 A Ginjinha 체리주를 마셔보길 바란다. 분위기가 안주인 1.5유로의 이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벌써 5대째가 운영 중이다. 리스본의 오랜 감성을 느낄 수 있으니 리스본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주변이 약간 지저분해 보일 수 있지만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당당하게 현금을 들고 입성할 것.


왕이 왕비에게 선물한 아름다운 마을. 리스본 근교 오비두스에 갔다면 초코컵에 팔고 있는 체리주를 마셔보자. 초콜릿의 달콤함이 더해져 오비두스의 마을 분위기에 더욱 동화될 수 있다.

리스본 아진지냐 A Ginjinha / 오비두스 마을 초코컵 체리주





6. 파두 Fado는 알파마 지구에서 즐기기  


'fado’라는 말은 운명을 뜻하는 라틴어 ‘파툼 fatum’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포르투갈 기타에 맞춰 연주되는  쓸쓸하고 슬픈 노래들은 운명에 굴복하는 것에 대한 아픔과 ‘사우다드’를 표현함으로써 포르투갈의 낭만적이고 운명론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고 알려졌다.


파두의 유래는 무어인의 성가에서 유래된다는 설, 중세 시대 어릿광대와 음유시인에게서 시작됐다는 설, 브라질의 노예들이 부르던 노래가 19세기 중반 포르투갈 선원들이 리스본으로 들여왔다는 설 등 여럿이다. 파두가 대중화가 것은 리스본의 사창가 지역이었던 알파마 지구의 창녀에 의해서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니 파두 공연은 알파마 지구에서 즐겨야 제맛이다. 약간 낡고 지저분해서 무섭다고 느껴지지만,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서민 느낌 진하게 나는 곳에서.


그런 점에서 알파마 지구에 있는 파두 공연 맛집, A Tasquinha Canto do Fado을 추천하고 싶다.

원래 가려고 했던 파두 공연 레스토랑이 예약이 모두 차서 숙소에 돌아와 쉬려고 하던 참에 숙소 바로 옆에서 발견한 이다. 숙소 바로 옆에 파두 명소가 있었다니, 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밤늦도록 파두 가수 3~4명이 등장하며 파두 음악을 연주한다.


예약은 필요하다. 현금만 받으니 현금은 두둑이 채워갈 것. 파두 공연팁추가된다. 




7. 그때 그 시절의 영광을 추억하는 대항해 시대의 흔적  


포르투갈 여행에서는 엔리케 왕자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어디를 가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엔리케 왕자를 기념하는 기념물들, 그리고 유적들이 "과거 우리 진짜 잘 나갔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를 연 엔리케 왕자는 포르투갈이 가장 부흥했었던 시기를 대표하기에 지금 포르투갈 사람들의 자존심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지.


발견기념비 & 바람의 장미  / 호카곶




8. 저렴한 물가, 영어를 잘하는 합리적인 사람들   


포르투갈은 유럽의 동남아라고 불린다.

포르투갈에 있을 때는 이 말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파리로 갔더니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아주 비싸봤자 5~6유로에 이용할 수 있었던 Bolt가 파리에선 기본 50유로가 넘었다.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경제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 물가가 싸다고 한다.

대형 마트인 Pingo Doce에 가도 1유로 대 와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지 않는다. 파두 공연 집에서도 수기 영수증을 줬지만 계산은 아주 명확했다.

일반적으로는 팁도 받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냥한 편이라기보다는 무뚝뚝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좋게 보면 자기 할 일에 충실하고 정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포르투갈에서도 가끔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 티켓을 끊지 못해 당황해할 때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오거나, 트램을 타고 줄을 서 있을 때 유창한 영어로 여행 꿀팁을 준다. 고마운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유창한 영어로 약간의 도움을 준 뒤, 몇 센트만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아주 깔끔한 외모에 영어도 잘하는, 노숙인인 것이다. 무뚝뚝한 포르투갈 사람들 중 누군가가 갑자기 등장해 친절을 베푼다면 몇 센트를 요구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포르투 에스타디오 드라강 스타디움  Estádio do Dragão에서 축구 경기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본업에 충실한 역무원들을 만났다. 지하철을 타려고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티켓 발권기 옆에 서서 친절하게 티켓 끊는 것을 도와주던 역무원들. 내가 외국인이라고 더욱 친절하게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 주던 모습에 감동했다. 당연히 역무원들은 몇 센트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자기 일에 충실한 것이었다.

에스타디오 드라강 스타디움  Estádio do Dragão

 



9. 신비한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보기     


포르투갈의 인구는 불과 1000만 명, 리스본의 인구는 50만 명으로 적은 편이나,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세계에 2억 50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리스본의 문화적 영향력은 커서, 포르투갈의 유명 시인이나 작가가 책을 쓰면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바로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한다. 포르투갈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나, 죽어서 이름을 널리 알린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 등은 포르투갈 문학의 자존심이다. 이들이 자주 찾았거나 이들을 주제로 한 카페나 서점은 관광 명소가 되어 있다.


베르트랑 서점 Livraria Bertrand

리스본에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이 있다. 바로 베르트랑 서점이다.

베르트랑 서점 - Livraria Bertrand

이 서점은 신기하게도 세로로 높은 서점이 아니라 가로로 긴 서점이다.

복도를 따라 7번 방까지 쭉 지나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을 구경할 수 있다.

7번 방은 카페로 장식된 페르난두 페소아 방이다.


렐루서점  Livraria Lello

렐루서점에 대해 검색해 보면 작가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하는데 영감을 받은 곳이라고 적혀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내 지인 원더랜드님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조앤 롤링이 알려줘야 할 듯.

확실한 것은 렐루서점에 가면 영화 속 해리포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빨간 계단이 해리포터 영화 속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움직이는 계단과 닮았기 때문에 해리포터 '영화'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설은 믿으려고 한다.


렐루서점은 포르투갈 내 가장 인기가 많은 명소가 아닐까 한다. 막상 가보니 티켓을 미리 예약해도 대기를 해서 입장해야 했고, 안에 들어가서는 사진 찍기 바쁜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부를 꼼꼼히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한번 다녀왔다는 것에 매우 만족할 만큼, 포르투갈에 갔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반드시 서점 안에서 'Made in 렐루서점' 책을 기념품으로 구입할 것!  


헤갈레이라 별장 Quinta da Regaleira

포르투갈의 소도시 신트라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포르투갈에 간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 헤갈레이라 별장이다.

헤갈레이라 별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귀족의 별장 같은데, 신비한 비밀이 많은 곳이다. 자연 동굴과 인공 구조물이 혼합된 우물과 연못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고, 실제 이곳이 성전기사단, 장미십자회 등과 연관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면 더욱 소오름!


문 닫을 시간이 되어 헤갈레이라 별장의 모든 비밀을 구석구석 파헤치지 못하고 나온 것이 못내 아쉽다. 헤갈레이라 별장은 우리가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또 다른 비밀을 품고 있을 것 같은 곳이다.




10. 같은 것도 갖고 싶게 만들어 내는 패키징


카사 포르투게사 Casa Portoguesa

포르투갈 대표 음식은 대구 요리인 바칼라우다. 포르투갈 어딜 가든 바칼라우 요리를 판매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맛보게 된다. 그리고 맛있다. 대구 요리가 이렇게 다양하구나 싶을 때, 바칼라우 빵을 파는 카사 포르투게사 Casa Portoguesa를 발견했다.

카사 포르투게사 Casa Portoguesa

카사 포르투게사 Casa Portoguesa는 매장마다 콘셉트가 다르지만 전국 동일하게 아주 먹음직스러운 바칼라우가 들어간 빵과 와인을 판다. 빵은 보기와 다르게 너무 짜서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함께 파는 달콤한 포트와인과 함께 먹었다면 찰떡궁합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와인잔에는 이름도 새겨주고 가지고 갈 수 있으니 의미 있는 포르투갈 기념품이 될 것이다.


카사 포르투게사 Casa Portoguesa는, 나의 경우에는 먹음직스러운 바칼라우 빵모양에 홀려 들어가게 됐지만, 매장 내부가 너무나도 화려해서 많은 관광객들은 아마도 내부의 화려함에 이끌려 들어가 보게 될 것 같다. 어떤 매장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있고 어떤 매장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가 있다.


1942 Comur -O Mundo Fantástico Da Sardinha Portuguesa.

포르투갈에서 바칼라우만큼 유명한 것이 정어리 요리, 그리고 통조림이다. 멀리 항해를 나가야 할 일이 많아 통조림이 발달했다고 하는데,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통조림을 잘 패키징 해서 관광객들이 갖고 싶은 상품으로 만들어 냈다.  

1942 Comur -O Mundo Fantástico Da Sardinha Portuguesa.

1942 Comur -O Mundo Fantástico Da Sardinha Portuguesa. 화려한 외관의 통조림 가게다.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예쁘다. 얼마 전 뉴욕에 진출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뉴욕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굳이 예쁜 통조림 캔을 뜯어 통조림 맛을 향유할 것 같지는 않지만 (포르투갈에서 파는 통조림들은 안이 어떤 모양일지 무서워서 못 열어볼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럴 듯.) 기념품으로 하나쯤 챙겨가고 싶은 모습이다. 연도별 통조림도 팔고 있으니 '방문한 해'의 통조림을 구매하는 것도 포르투갈 여행의 추억을 보관하는 방법이 될 수도.


이 외에도 포르투갈 왕실의 욕실용품으로 알려진 클라우스포르토 Claus Porto, 포르투갈 왕실 도자기로 알려진  비스타 알레그레 Vista Alegre는 물론, 물감처럼 생긴 메이아두지아 Meia.Dúzia의 형형색색 물감잼, 포르투갈 국민치약 쿠토 Couto 치약 모두 패키징을 잘 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클라우스포르토 Claus Porto  / 왕실 도자기 비스타 알레그레 Vista Alegre
메이아두지아 Meia.Dúzia의 물감 잼 / 포르투갈 국민치약 코투치약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예쁜 패키징들은 모두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기념품이 되어, 포르투갈 여행 쇼핑리스트에 목록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이들은 포르투갈을 방문했던 전 세계의 관광객들의 집에 고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내 방에는 아직도 포장을 뜯지 않은 비스타 알레그레 에스프레소 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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