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이 번쩍번쩍하고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안전한 도시에서 생활하고 사는 것을 나는 선호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뉴욕이다. 서울도 좋다. 도쿄도 좋다.
하지만 6년 전 홋카이도의 겨울과 여름을 경험하며 나는 홋카이도 시골마을에 살고 싶어졌다. 겨울에는 내가 좋아하는 눈이 계속 내려 새하얀 눈이 겨우내 쌓여있고 여름은 형형색색 진한 빛깔의 꽃들과 라벤더 꽃향기로 가득 찬다. 그리고 시원하다. 게다가 맛있는 것은 왜 이렇게 많은지... 옥수수 감자 모두 세계 최고의 맛. 혹시라도 내가 프리랜서 작가가 된다면 여기서 살고 싶었다. 실제로 일본 소설 <백야>를 쓴 작가도 이곳에서 산다고 했다.
그로부터 6년 후 다시 찾은 홋카이도. 그동안 내 생활방식은 더 도시적으로 변했거나 더 게을러졌나 보다. 홋카이도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가끔 놀러 오고 싶은 곳이지 더 이상은 살고 싶지는 않아 졌다. 내 눈엔 귀찮은 것이 굉장히 많이 보였다. 눈 오면 눈 치워야 하고, 늘 집안을 따뜻하게 하려고 항상 장작도 지펴야 할 것이다. 사람을 만나려고 홋카이도의 가장 큰 도시 삿포로를 가려면 한참을 차를 타고 나와야 할 것 같다. 밤 4시가 되면 해는 사라지고, 아마 주변에서 사람 찾기도 힘들 것이다.
처음에 아오이이케(青い池)에서의 눈이 맑아지는 경험도, 절로 나오던 감탄사도 그동안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에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아름다웠던 그 광경에 익숙해졌는지 무덤덤해졌다. 여전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은 있지만 이제는 일본의 여느 일본 여행의 감회와 다를 바가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또 다른 즐거움은 찾았다.
이곳의 공기는 너무 상쾌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싶어 진다.
그리고 여전히 여유로움이라는 것이 있다.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을 테니, 날이 춥다는 핑계로 눈이 온다는 핑계로 오로지 실내에 틀어박혀 따뜻한 곳에서 조금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곳. 그런 측면에서 다시 한번 홋카이도에 대해 살고 싶은 곳에 대한 미련을 살짝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