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이의 조용한 한마디
Dec 31. 2020
콤이는 항상 고모와 놀고 싶었다. 두 살 많은 오빠 욤이와 고모가 항상 재밌게 놀기 때문이다. 콤이가 태어나고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일부를 콤이에게 빼앗긴 욤이는 고모에 대한 애착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고모가 오면 고모를 붙들고 콤이에게 양보해주지 않았다. 콤이는 고모랑 놀고 싶어도 그럴 틈이 없어 욤이와 고모가 노는 것을 주로 바라봐야 했다.
고모가 또 욤이와 콤이네 집에 놀러 왔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욤이는 고모의 방문을 격하게 반기며 고모를 독점하고, 고모를 장난감 삼아 재밌게 놀았다. 그러다가 욤이는 샤워를 하러 욕실에 갔다.
고모는 이때다 싶어 콤이와 놀려고 콤이에게 다가갔다. 어째 콤이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그러다 콤이가 침착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꼬모, 저기 오빠 장난감 있는데 가서 놀아."
고모는 의아했다.
"콤아, 고모랑 놀기 싫어?"
콤이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넌지시 말했다.
"꼬모, 이제 우리 집에 오지 마."
고모는 생각에 빠졌다. 콤이가 적잖게 고모의 편애 놀이에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이날 이후, 고모는 여전히 단독으로 콤이와 놀 기회가 없지만 욤이랑 놀면서 계속 콤이가 신경 쓰인다.
정작 콤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오빠를 부러워하며 여전히 고모랑 놀고 싶어 하고 고모에게 관심받고 싶어 한다. 또 기회가 생기면 여느 때처럼 고모와 신나게 논다.
고모는 두렵다. 콤이의 마음 한 구석에 고모에 대한 미움이 자리잡히고 있을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