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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왜 인사 안 해?

욤이의 통쾌한 한마디

by 파퓰러

Feb 23. 2021



욤이와 콤이네 식구들은 인사성이 바르다거나 누군가를 살갑게 대하는 재주가 없다.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도 참 힘들다.


오로지 할아버지만 인사성이 바르고, 눈을 맞추며 대화를 하고, 말도 참 잘하는, 살가운 사람이다. 본인이 그래서인가, 손주들과 자식들에게 평생 인사성과 친절함을 강조했지만, 원하는 대로 손주들과 자식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할아버지는 늘 속상했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은 것일까? 인사성이 부족하고 살갑지도 않은 욤이 아범은 아버지의 도리로 어린 욤이와 콤이에게 항상 예의란 것을 가르쳤다.


퇴근하고 들어오면 욤이와 콤이가 예의 바르게 "안녕히 다녀오셨어요?"하고 인사해주길 바랐다.


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덩달아 욤이와 콤이에게

"욤아! 아빠, 다녀오셨어요~ 해야지!"

"콤아! 엄마, 다녀오셨어요~ 해야지!"

"옳지!"

하며 욤이와 콤이를 열심히 가르쳤다.


엄마와 아빠도 욤이와 콤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해야지!"

하며 늘 인사를 강조했다.


할아버지는 이제 6살 욤이의 인사에는 어느 정도 만족했지만, 언제나 아범의 인사는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얘기하지는 못하고 늘 집에 돌아와서 푸념을 늘어놨다.

"저 자식은 나랑 눈도 안 마주치니, 원!"




그러던 어느 날.

욤이를 봐주던 할아버지는 욤이 아범이 퇴근을 했기에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욤이는 그동안 학습한 대로 현관 앞까지 뛰어나와 배꼽 인사를 하며 할아버지를 큰소리로 배웅했다.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도 흡족해하며 밝게 인사했다.

"그래~ 욤이도 안녕~"


할아버지가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려는데 욤이가 아빠를 쳐다보며 순진하게 말했다.


아빠, 아빠는 왜 할아버지한테 인사 안 해?



욤이 아범은 아차 싶었다.

그제야 할아버지에게 배꼽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는 기쁨을 숨긴 채 현관문을 닫고 욤이네 집을 나왔다.

"허, 욤이 그 녀석!,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줬네! 기특한 것!"


두고두고 욤이의 사이다 발언에 통쾌해하며 할아버지는 욤이를 더욱 예뻐하고 사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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